[방탄소년단] 모르는 선배가 자꾸 밥을 산다._12. Like a bug in web_1
W.사라질사람
(음악을 틀어주세요.)
그렇게 여주와 남준, 둘은 금방 친해지고 어울려 다녔다.
아무리 학년이 다르고 건물이 달라도 서로를 배려하며,
그렇게 계속 붙어다녔다. 학교가 파하면 같이 집엘 가고
어느날은 남준의 집에서 공부를 하고, 어느날은 카폐를 가고, 그렇게.
여느 다른 친구들 처럼 그렇게 어울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서로를 향한 마음은 더욱 깊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그런 둘을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웃고 즐거워 보이는 둘의 모습이 깊이 박혔다.
'그래, 조금 더 깊이 서로를 그렇게 생각해.'
태형의 머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랑' 이라는 감정은 힘이 되거나 원동력이 될 때도 있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엔 약점이 된다.
마치, 김남준에게 가족이, 그리고 김태형이 약점인 것 처럼.
태형은 입꼬리를 올려 씩하고 웃는다.
같은반, 자신의 뒷자리에 앉은 여주에게 자리이동이나 체육,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시선을 둔다. 워낙 존재감도 없고,
친구도 없어보이는 여주를 바라보고 관찰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다.
태형이 본 여주는 평소에 표정도 잘 없고, 무뚝뚝해 보였다.
저런사람이 남준만 만나며 그렇게 해사하게 웃는다.
마치 원래도 그런 사람인마냥
그런 모습이 태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준과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하는 여주에게 눈을 돌린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얼굴.
만약 내가 남준이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부질없는 게 점점 머릿속에 차기 시작한다.
..정말 부질없게.
여느때와 같이 교문의 앞에서 남준을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오지않는 남준에 여주는 휴대폰을 꺼냈다.
어제 피곤해보이던데 늦잠잤나. 하다 멈칫 어제 기억이 떠올랐다.
어제 조금 이상..했는데..
남준은 여주가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두번이 채 가기전에 받았다.
밝게, 그리고 들뜬 목소리로.
그러나 어제는 조금 달랐다.
전화를 4번정도 한 후에나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4번째 전화는
전화는 연결음이 다섯번 정도 울린 뒤에나 받아졌다.
-어..여주야.
"어! 남준! 무슨일 있어?"
-아, 아냐..무음으로 해뒀다. 미안
"...무슨일 없으면 됐어, 난 또"
-..아냐아냐 나 좀 씻어야 해서
"아! 어어!! 끊을게 내일봐"
-그래..내일..보자
_뚜 뚜 뚜
남준은 잠시 머뭇거리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일보자는 말을 전했고,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평소같으면 미주알 고주알
서로 이야기를 하느라고 한 시간은 족히 전화를 했겠지만
어제는 조금 달랐다. 남준은 많이 피곤해 보였고,
그에 여주는 걱정이 되었다. 혹여나 무슨 문제가 생겼을 까봐.
나한테 말 못하는 무언가가 생겼을까봐,
어쩌면 조금은 무서웠다. 내가 질렸을까봐.
_주니
1 오전 8:00 주나 나 되게 일찍 인났다!
1 오전 8:30 주나 늦어?
1 오전 8:45 나 먼저 갈까?
1 오전 8:47 주나..자는거야?
1 오전 8:49 나 먼저 갈게! 빨리와!
결국 여주는 남준을 기다리다가 혼자서 학교로 들어갔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그렇게 교실로 올라와 자리에 앉아서
조례를 기다렸다.
선생님이 조금 늦으시네..
"어, 안녕?"
"..?"
여주의 앞자리 였던 태형은 불현듯 몸을 돌려 여주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에 여주는 당황하여 그저 태형의 눈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여주의 눈속에는 놀란 기색이 가득했지만, 태형의 눈을 피하지
않고 태형이 다음 말을 꺼낼때 까지 계속 바라봤다.
반에 이런애가 있었나..하는 생각을 하며 태형을 바라봤다.
그에 태형은 푸스스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그때 태형은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의 올곧은 눈동자,또 뛰어왔기에 살짝은 붉어진 여주의 두 뺨이
퍽 마음에 들었다.
"아~형이 말 안했구나!"
"..형?"
나, 남준이형 동생이야, 김태형. 하며 태형은 두눈을 접으며
활짝 웃어보였다.
누가 봐도 즐거워보이는 표정이었다. 그에 여주는 남준에게
동생이 있다고 들어본적이 없기에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어..안녕, 난,"
"김여주. 맞지? 형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태형의 말에 여주의 두눈은 번뜩 생기로 반짝 였다.
"어!? 남준이가 내 얘기 막,막 했어?"
여주는 잔뜩 신이난 목소리로 태형에게물었다.
작은 두 주먹을 눈에 안띄게 꼭 쥐고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서.
그런 여주의 얼굴은 꼭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태형은 그런 여주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응, 되게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고."
태형은 아까보다는 살짝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친구..그치..친구지..여주도 살짝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대답 했다.
"아, 그럼 혹시"
-드르륵
"야 반장어디갔어, 뭐야 반장이 지각이야?"
여주가 무언가를 물으려는 동시에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왔고,
여주는 더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이따가 말하자
태형은 여주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했고, 그에 여주는
태형을 보고 해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라고 대답을 하며.
태형은 여주의 대답에 서둘러 앞을 바라봤다.
_똑딱, 틱톡
온 세상이 점점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진다.
웅웅 선생님의 목소리는 울리고,
시게의 초침소리만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여주의 환하게 미소를 짓던 얼굴이 두둥실 떠오른다.
처음이었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여주가.
늘 남준과 함께, 남준을 향해 짓던 미소였다.
그런 여주와 남준을 볼때마다 여주를 그저 그런애 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배신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둘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 아니라,
그냥 여주의 미소를 받고, 말을 하던 '그'만 미웠던 걸까.
'...생각외로, 너무,'
...예쁘잖아. 태형은 별안간 두손에 얼굴을 묻어 넣는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이라는 감정은
소나기처럼 갑자기, 그리고 가볍게 찾아온다.
얼마나 내릴지, 언제 그칠지도 모르게, 또 예고도 없이.
그렇게 찾아온다. 번개와 같은 속도로. 걷잡을 수도 없게끔.
-어젯밤
태형은 늦은 오후, 남준의 자취방을 찾아왔다.
이제껏 그랬듯이 남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었을까.
_띵똥
-누구세요?
초인종 소리에 남준은 간결히 대답한다. 그리고
"나야."
태형의 목소리에 빠르게 문을 연다.
"어쩐일이야!연락도 없이!"
남준은 밝게 웃으며 태형을 맞이했다.
드디어 태형과 형제처럼 지낼 수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리고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그 미소는 벅차오른 감정을
감당하지 못한 미소같았다.
"아, 그냥 할 말이 있어서."
"어서 들어와! 아직은 쌀쌀해."
남준은 멋쩍게 대답하는 태형의 손목을 잡아 빠르게 문 안으로
태형을 이끌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커피포트에 물을 넣어
따뜻한 차를 우려냈다.
그런 남준을 보다가 집을 둘러본 태형은
결국엔 저의 부모님이 살림을 차려줬구나. 하는 잔뜩 삐뚤어진 생각을
했다. 아직도 넌 사랑을 받는구나 모두에게.
"차라도 마셔..하하 집에 별게 없어서..어쩌지?"
"아냐, 뭐 먹으러온것도 아니고"
그러게 왜 온거야? 갑자기? 남준은 쇼파에 앉아 있는 태형을
향해 따뜻하게 우린 차를 들고 가며 물었다.
자신을 이제껏 모르는 사람처럼 굴며, 한국온날 얼굴만 비췄기에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태형의 목소리를 듣고는 머뭇 거리기도 했었다.
아직도 나를 미워할까봐. 그래서 부러 더 반기고 밝게 웃어보였다.
"그, 우리반에 김여주라고"
"..어?여주?"
태형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이 나온것이 놀라 남준은
눈을 크게 뜨고 태형에게 되물었고 그에 태형은 가만히 책상을 보던
눈을 들어 남준의 얼굴을 바라봤다. 잔뜩 놀란 얼굴이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나 걔 좋아하거든."
"..."
"근데, 걔는 형을 좋아하는것 같더라고."
"...아.."
"전에 형반에 찾아 갔었는데"
"..."
"우연히 둘이 있는걸 봤어."
서로 즐거워 보이더라고. 태형의 말에 남준은 크게 벙쪄 있었다.
태형의 입에서 나오는 여주의 마음을 몰랐기에 놀란 것은 아니다.
여주는자신의 감정에 있어서 솔직한 사람이었고, 그간 남준에게 자신의 마음을 은연
중에 밝혔기에 그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리고 남준 자신도
여주를 향해 마음이 있었기에, 그저 언제 자신의 마음을 말해야 하는지
조금 시간을 재고 있었으니까.
이건 너무나 큰 변수다.
태형의 반을 찾기를 여주와 만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 뒤로 미뤘고,
2학년 건물에 갈때 늘 입구에서 기다렸기에 태형과 같은 반인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태형의 말에 남준은 크게 놀랐다. 태형이 여주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런데, 형이 여주를 좀 놔주면 안돼?"
"..."
난 여주가 정말 너무 좋아, 그니까 형이 먼저 여주를 놔줬으면 좋겠어.
태형은 올곧게 남준을 바라봤고, 남준은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듯이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고 침묵. 태형의 말에 남준은
깨 긴 시간동안 말을 꺼내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리고
"..그건 안돼."
"..."
깊이 생각을 하던 남준이 이윽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간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었다.
"난 아무도 없는 곳에서 5년을 있었어."
"..."
"그곳은 인종차별이라는게 심했던 나라였고, 난 그 사실을 이미 알고있었지."
"..."
"그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난 당연히 친구가 없었고 괴롭힘을 당했어.
내 책들을 찢었고, 사물함에는 쓰레기를가득 채워넣었지."
"..."
"그런데도 태형아, 내가 거기를 왜 갔고 왜 버텼는지 알아?"
"..."
너, 너하나 때문이었어. 태형아. 태형은 아무말 하지않고 그저
남준의 눈을 의미없이 바라만 봤다.
"그리고 어렸을때 너가 괴롭혔던거"
"..."
"그거 아무한테도 말안했어, 정말이야."
"..."
"부모님께 칭찬받는것도 너가 싫어할까봐."
"..."
너를 더 칭찬해 달라고 했어. 나도 어렸고,
칭찬받고싶었는데 말이야. 난 그렇게 네 눈치를 보며 컸어.
내 주제를 알았거든. 그래서 집도 나왔고, 나도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살고싶었어. 친구도 생겼고 말이야.
정말 하나뿐인 친구. 근데 나에겐 여주 하나뿐인데, 그것마저 네가 앗아간다면
나는, 어떡해야해? 어? 태형아. 넌 이미 친구, 가족 다 가졌잖아.
차마 남준은 뒷말은 하지않았다. 자신의 묵혀놨던 울분을, 진심을.
태형이 혹시라도 상처를 받을까 싶어서 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지냈어. 그래서 여주만은 네 눈치 안보고 싶어."
"..."
"이제껏 그래왔으면 된거 아니야?"
"..."
"어? 태형아."
태형은 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인상을 잔뜩 쓰고, 이를 악물며 빠르게 남준의 집을 빠져나갔다.
남준의 속마음 따위 듣고싶지 않다. 너는 부모님의 사랑을 그리고 관심을 그리고
미국으로 떠난 5년간 부모님이 너를 얼마나 기다리고
그리워했는지, 그래서 친아들인 나를 어떻게 방치했는지도 모르면서.
너도 결국엔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거야.
네가 제일 불쌍한 사람처럼.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대체 그여자애가 뭐길래 부모님의 사랑을 포기한 그가
이렇게 놓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해사하게 웃는것 말고는 그저
그런애 같던데.
-여주_~~~~지잉
남준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준은 받을 정신이 없어보인다.
남준은 태형이 나가고 울음이 터졌다.
하나 둘 생각들이, 기억들이 눈에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머릿속에 가득 차오른다.
어렸을 적 태형이 자신을 괴롭혔던 일
그리고 대뜸 찾아와서 여주를 포기하라고 했던 말.
또, 미국에서 태형의 사춘기가 지나면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질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버텼던 5년.
모든게 무너졌다. 그냥 남준은 이악물고 버텼던 그 시간들이
모두. 그렇게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불현듯 불안해졌다.
마지막 집을 나서던 태형의 눈이 빛났거든.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그 눈이 남준은 무서웠다. 꼭 자신이 부모님께 칭찬을 받으면
짓던 눈빛이기에. 남준은 그런 태형의 눈이 너무 오싹했다.
그러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를 힘없이 받았다.
"어..여주야."
-어! 남준! 무슨일 있어?"
"아, 아냐..무음으로 해뒀다. 미안"
-...무슨일 없으면 됐어, 난 또
"..아냐아냐 나 좀 씻어야 해서"
-아! 어어!! 끊을게 내일봐
"그래..내일..보자"
난 어떡해야해..여주야? 난 태형이도 너도 잃고 싶지않아..
내가 이기적인거야?
전화를 끊은 남준은 괴로워 잠에 들지 못했다.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글쓴이 사라질사람입니다.
이 지루한 과거의 이야기는 정말이지..너무 어렵네요..
충분한 감정선을 들고 쓰고 싶어도
그게 안되고..참 고민이 많아요..허허
그래서 중간에 사진이나 짤들은 최대한 안 쓰려고 한답니다.
이 점 양해부탁드려요!
그럼 늘 저에게 힘을 주시는 암호닉 분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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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당분간은 열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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