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모르는 선배가 자꾸 밥을 산다._15 사랑의 심리학
W. 사라질사람
(음악을 틀어주세요.)
석진은 아무말없이 여주를 안았다.
여주의 눈물은 석진의 어깨를 적셨고,
그런 여주를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가득 품었다.
석진의 너른 품은 적당했다.
여주의 아픔을 감싸주기에 아주 꼭 맞아 떨어지듯이
온도도, 감정도 등을 토닥여주는 투박한 손길도
모두 여주에게 적당했다.
그래서 더 겁이 났다.
이 사람을 해할까봐
내 이 섣부른 감정이 당신을 가만두지 못할까봐.
__지잉__지잉
정구기
아아, 나는 정말 이기적이다.
석진은 여주가 조금 진정이 된듯 싶어,
여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집에 갈래?'
이곳에 있으면 여주 혼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걸
알것같은 기분에 뱉은 말이었다.
어쩌면 사심도 가득 담아 그렇게 물었다.
'우리집에 육회도 있어'
석진의 품에서 눈물을 닦던 여주는 살풋 힘이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석진의 목에 손을 둘러 감싸안으면 말했다.
'좋아요'
라고 그리고 석진은 여주의 작은 등을조심히 감싸안았다.
그런 석진의 손길을 받으며 여주의 눈은 자꾸만 석진의 뒤에 있던
저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_정구기-부재중 26
휴대폰을 바라보며 여주는 다시 한번 두눈을 꼭 감았다.
태형아,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내가, 정말 사랑을 해도 되는 걸까?
'그럼, 넌 사랑받아 마땅한걸'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형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다시한번 눈물이 났다.
눈물을 한손으로 훔치며, 여주는 남준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영원히 사죄를 해야하는 사람, 내가 너무 사랑했던 사람,
그런 나를 너무 사랑해서 모질게 했던 사람.
여주는 이제 알았으니까.
남준이 내게 상처를 줬던건 나를 너무, 그리고 태형이를 너무 사랑해서
태형이를 그리고 저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던 것일 테니까.
왜냐면 방금 느꼈거든, 나를 따뜻하게 안고 있는 선배도,
계속 전화를 하는 정국이도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내가 그들의 한 기억속에 영원히 자리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거든.
그렇게 여주는 석진을 따라 나섰다.
석진의 집에 도착한 둘은 자연스럽게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를 바라봤다.
석진은 여주의 집에서부터 자신의 집에 도달하기 까지
여주에 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물어보기엔 여주의 눈물이 너무 아파보였기에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석진을 보는 여주는 석진의 머리에 손을 올려 두었다.
'이 사람은 이 머리끝 마저도 따듯해.'
석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주는 그리 생각했고.
'역시 여주의 손길은 그냥 마냥 좋구나'
석진은 그 손길에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다녀올곳이 있어요,"
"..."
"다녀와서, 갔다오면."
"..."
"그 때 말해요 우리"
"..."
"선배도 할말 있잖아요"
"..."
말해줘요 알겠죠? 여주의 마지막 말에 석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귀 끝이 붉어 졌다. 그러고는 여주를 안던 손을 풀어 여주의 양어깨를
두손으로 감싸 살짝 아주 살짝 밀었다.
그 손길에서도 석진의 마음은 쏟아져 내렸다.
'내가 사랑하는 너는 이렇게나 나를 당황시킨다.'
"빨리와, 나 참을성 없어"
"..."
"나 할말 정말 많아 그러니까,"
"빨리올게요, 육회 있다면서요"
석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주는 석진의 올곧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맑게 웃어보였다.
그렇게 여주가 석진의 집에서 떠났다.
석진은 방금전에 둘이 함께 앉아 있던 쇼파에 눈길을 고정시키고는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
여주가 자신에게 앞모습만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집을 빠져나가는 여주를 바라보지 않았다.
'빨리와서, 들어줘 나를 그리고 말해줘 너를.'
석진은 여주를 감싸던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고 따뜻한 온기를 최대한 오래 느끼고 싶었다.
여주는 빠르게 걸어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남준이 들어갔던 공학관으로 들어가, 교수님들의
연구실층에 글자들을 빠르게 읽어갔다.
-김남준 1501호
말없이 굳게 마음을 다시 다지며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그러고는 15층 버튼을 망설임 없이 눌렀다.
-띵 15층입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1501호로 향했다.
여주는 그 1501호로 향하는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웠지만,
무섭지 않았다.
_똑똑
_네.들어오세요.
정갈한 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주는 쉼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을 훅 하고 열었다.
그 문의 무게는 우리의 5년을 대변하듯이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두꺼웠다. 그 문은 무겁지만 쉽게 열리더니 여주가 그 방으로 들어가자
또 다시 금방 닫혔다.
방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잘 정돈이 되어있는 책들이 보였다.
전에 심리학을 하고 싶다던 꿈을 이뤘는지 여기저기 심리학에
대한 책들이 가득 꽂혀있었다.
"남준아"
"..."
남준은 여주의 목소리에 고개를 곧장 들어보며 여주의 눈물자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표정에 아무 미동도 없이
읽고 있던 자료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눈은 여전히 여주에게로
향하며.
"이제 그만하자."
"..."
남준은 여주의 말에 곧장 '뭐를' 이라며 묻고 싶었지만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주에 아무말도 않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여주는 그렇게 가만히 있는 남준을 향해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걸어나갔다. 아까도 그렇게 울었으면서 어디서 계속 나오는지 모를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지만 닦지도 않고 그냥 남준에게로 향해 걸었다.
이윽고 남준의 바로 앞에 섰을 때 여주는 허리를 굽혀 남준을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았다.
"얼마나 힘들었어"
"..."
"혼자서,,얼마나.."
"..."
_하..
여주는 최대한 울음이 섞여나오는 말을 침착하게 이어나갔다.
그러나 북 받쳐오는 감정에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남준은 그런 여주를 보며 그냥 가만히, 가만히 여주의 말을
기다렸다.
5년. 5년이라는 시간은 참 긴 시간이고, 남준에게는 '5'라는 숫자가 싫어 질 만큼
너무 아픈 기억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자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여주가 자신의 마음에 가득 들어찼다.
그 옛날 태형의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보던 자신이 떠올랐다.
'나도 이렇게 일기장을 부여 안고서는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생각이 들었고, 꺽꺽 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여주를 보며
'너도 5년동안 나만큼 힘들었구나, 우리를 잊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준은 가만히 있다가 손을 들어 여주의 등에 올렸다.
그런 남준에 여주는 움찔 놀랐지만 그대로 남준의 너른 품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바보같은 김남준,'
남준의 품은 여전히 따뜻했고, 따사로웠다.
"여주야"
"..흐으..흡"
"정말 미안"
"..."
"어린 마음에,"
"..."
"태형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
"괜히 그랬던건데"
"..."
넌 더 어렸겠구나. 남준의 마지막 말에 여주는 고개를 들어 남준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남준의 눈을 바라봤다.
"태형이를 잊지 않았으면 해서"
"..."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해서"
"..."
"너도 너무 힘들었을 텐데"
"..."
"또 모진말을 했네"
"..."
"정말, 미안해 여주야."
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여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가 너무 못됐다. 그치,"
"..."
여주는 말하며 살풋 미소를 짓는 남준의 웃음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저가 그렇게나 사랑했던 그 미소였다.
여주는 그간 태형이 떠나고 자신의 '사랑'은 제앙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 동안 '사랑'을 누군가에게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남준은 그럴 여주를 알고선 어릴적 여주에게 상처를 주었다.
'새로운 사랑은 하지마.' 너때문이니까.'
그냥 어린마음에 새로운 사랑을 하면 저 자신과 태형이 잊혀질까봐 내뱉은 말이었다.
그렇게 여주가 사랑을 않고 과거, 즉 자신과 태형에게서
아직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그랬던것 처럼.
그러나 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길었고, 다시 만난 여주에게서
'사랑' 이라는 감정이 보였다. 여주는 남준의 눈에
영락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상처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랬던 건데, 이젠 소용이 없다.
너의 눈물이 가득한 모습을 다시 보고 있자니, 너무 못보겠더라.
너도 그렇잖아, 태형아
'이마저도 사랑스러우면 난 어쩔 수 없다.'
남준은 처음에는 여주가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왔을 지 몰랐는데,
여주가 들어오고 그만하자는 울음섞인 말에
깨달았다. 아, 여주는 우리를 잊지 않고선 살아왔구나.
그리고 내가 저 여린아이에게 몹쓸게 했구나.
"이리와, 여주야"
남준이 말하자 여주는 눈물을 닦으며 남준의 품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이젠, 정말. 정말 안녕.'
서로에게는 들리지 않는 인사였지만 마음으로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인사였다. 우리를 옭아 맸던 과거, 그리고 치기 어린 감정들,
아픔들 모두 이젠 정말 안녕. 아주, 안녕.
남준과 여주는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 과거의 '사랑' 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
그렇게 둘은 과거의 '사랑'을 보내주었다.
모두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사랑을 받는 밤이었다.
내가 준 이 상처로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면
나는 기꺼이
내가 준 이 고통으로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면
나는 기꺼이
내가 준 이 고난으로 당신이 나를 기억한다면
나는 기꺼이
나는 그렇게 기꺼이 악당이 되겠다.
내가 온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아주, 이세상에서 아주 사라져도
나를 잊지말아 주기를.
이렇게라도 간절히 빌어본다.
나는 악당이 되겠다.
_사랑의 정의+ p225~ 1-6 문단 '사랑은 사람을 악당으로 만든다.'
저자 김남준 (사랑의 심리_논문 중 발췌)
안녕하세요. 글쓴이 사라질사람입니다.
드디어 여주와 남준이가 자신들을 꽉 잡고 있던 과거의 마음들과
이별을 하는 장면이 나왔네요! 제가 이 부분을 쓰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ㅠㅠ드디어!!아악!! 이랬답니다..
이번편에도 숨겨져 있는 떡밥이 꽤나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잘 주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헣)
조금 늦게 와서 죄송해요..방보러 다니고, 또 과외 학생 수업 준비하다가 늦었네요, 이점 정말 죄송합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남준이의 논문은 그냥 제가 철학 논문을 읽다가
'사랑은 사람을 악당을 만들기도 한다'
라는 대목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본 말입니다.
남준에게 너무너무 어울려서전부터 넣고 싶은거 꾹 참도 참았답니다..하하
(참고한 논문_사랑에 관하여/오홍명 교수님)
제가 뼛속까지 이과라 감정선이 어떻게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께 충분히 전달되었기를 빌며
다음화에서 봅시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애정하는 암호닉 분들
[래카럽] 님, [흑임자]님, [청포도]님, [진이]님, [리오]님, [껌딱지]님
[당근당근]님, [따옴]님, [뿜뿜이] 님, [꾸깃꾸깃] 님, [열매 달 열이틀] 님, [븅븅] 님, [더 퀸] 님, [쿠키두] 님, [까까] 님
정말 늘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준이의 포지션에 대한 의문점들이 이번화에서 모두 풀리셨기를 바랍니다.
https://instiz.net/writing/14517774
(남준의 인물소개가 간략히 적혀있는 8화입니다. 참고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