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3일 그리고. 05
나은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은 조용했다.
차가 신호에 걸려 동욱이 차를 멈추고 나은이 손에 쥐고 있는 병을 발견했다.
"아직 안 마셨어요?"
"네? 아니요. 다 마신 거에요"
"근데 왜 그걸 가지고 있어요?"
"그냥...쓰레기 버리고 오기가 좀 그래서..."
"줘요"
동욱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나은이 머뭇거리다 병을 건넸다.
어제와 달리 왜 이렇게 웃어주는 건지 마음이 복잡했다.
다시 차가 움직이고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동욱을 그대로 쳐다보던 나은은 동욱에게 물었다.
"왜 그래요?"
"뭐가요?"
"왜 웃어주냐구요"
"웃으면 안 돼요?"
"네"
"그래요 그럼"
"아니, 어제만 해도 되게 쌀쌀하더니 제가 사고 친 다음날에 갑자기 다정하게 대하고...."
"......다정했어요, 내가?"
"네. 저 염치가 너무 없어서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웃어줘요. 희망생기게?"
"알았어요. 안 웃을게요"
나은이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웃어요"
"................"
"어차피 마지막일 거 웃는 얼굴이라도 더 보게"
동욱은 그런 나은을 쳐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앞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오늘만 보고 못 본다고 생각하니 괜히 우울해져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모습을 본 동욱은 나은을 한 번 더 쳐다본 후 앞을 보며 말했다.
"나은씨 잘하고 있어요"
"네?"
뜬금없는 말에 나은이 동욱을 쳐다보자 동욱을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힘들 땐 털어놓는 법을 좀 배워요"
"........"
"주변에 나은씨 얘기 들어줄 사람, 생각보다 많을 거에요. 항상 내 고민 들어주던 친구가 반대로 자기한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 친구도 분명 고마워할 거에요.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
"가까이에서 찾아요. 그 때 그...친구한테도 하나씩 털어놔 봐요. 작은 것 부터 하나씩"
"........갑자기 그게 무슨..."
"....나도 그랬어요 옛날에. 근데 나이가 들수록 더 말을 안 하게 되는데 나은씨는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요"
"........"
"그러니까 오늘부터 시작해요. 힘들 땐 힘들다 하는 거"
나은이 그 말에 한참 동욱을 쳐다보다가 동욱의 말을 곱씹어보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동욱에게 말했다.
"......어제부터 했잖아요. 동욱씨한테"
나은이 웃으며 동욱을 쳐다보자 동욱도 시선을 느끼고 나은을 쳐다보며 웃어주었다.
나은은 속으로 미쳤다를 백번 천번 외치며 동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동욱이 자신을 이제 안 볼 걸 알기에 마지막으로 해주는 말임을 느꼈고 그걸 느낀 나은의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동욱은 도롯가에 차를 세웠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요"
".....죄송하고 고마웠습니다"
"괜찮아요"
"......근데 저 질척거리는 건 아닌데요. 저 완전 싫은 건 아니죠?"
"....질척거리는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저 완전 막 싫은 건 아닌 거죠? 만나달란 말은 아니에요, 진짜로"
"....네"
동욱이 얼떨결에 대답하자 나은이 동욱의 눈을 마주쳤다.
"...그럼 손 한 번만 줄 수 있어요?"
"손이요?"
동욱이 의아해하며 손을 내밀자 나은이 동욱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췄다.
놀란 동욱이 쳐다보자 나은이 마지막으로 눈을 맞춘 뒤 차에서 내려 집으로 뛰어갔다.
차에 남겨진 동욱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싸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진짜 미치겠네"
동욱은 한동안 차를 출발시키지 못했다.
사실 동욱도 나은이 싫지는 않았다.
처음 카페에서 나은을 봤을 때도 장난스러운 표정에 웃음이 났고 돌발행동도 당황스러웠지만 귀여웠다.
하지만 누가 봐도 20대로 보이던 나은이 동욱은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었고 나은이 자신에게 꽂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지만 못 이기는 척 저녁도 같이 먹으러 갔었고 거기서 일부러 못되게 말하기도 했다.
나은의 나이를 정확히 알고 나서 말이다.
확실한 거절의 의사를 밝힌 후에 들은 나은의 속마음 이야기는 그때 나은의 나이였던 때의 자신과 많이 닮아있었다.
동욱은 그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고 나은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된
그래서 마음이 쓰였고 혼자 택시를 태워 보낼 수 없었다.
다음 날 기억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나은의 모습이 어제와 대조돼서 그저 귀여워 자꾸 웃음이 났다.
그저 오늘만 보면 끝이라서, 단지 여동생처럼 귀여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나은의 행동 때문에 며칠 동안은 나은이 생각날 것 같았다.
3일만에 와버렸다고 한다!!
드라마 보고 생생한 동욱님을 기억하면서 감상하시라구.....ㅎ
하려고 했는데!!!!!!!!!!!!!!!!!
같이 저녁 먹자고 해서 허벅지 때리면서 입 틀어막고 좋아했는데!!!
하.............
일주일을 또 어떻게 기다리라고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저는 이런 빠른 전개 좋아하는데 여러분들도겠죠?(찡긋)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신 분!
[지그미]님, [동글이]님!
다른 분도 신청하시고 싶으면 신청해주시면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