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런던, From. 태릉 Season 2
드디어 마포대교로 떠난 종인과 경수는 쨍쨍한 햇살에 인상을 찡긋거리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아자자 신난다! 깡총거리는 경수가 그저 귀여운지 아빠미소를 지어보이던 종인도 입에 주차권을 물고 똥폼을 잡다말고 마포대교라는 팻말이 보이자 주차권을 있는대로 던지며 함성을 내질렀다. 참 이것들은 어리긴 많이 어리구나 싶었다.
“으아아아아 시원해애애애!”
경수가 짐을 들지도않고 먼저 냅다 달려가버리자 뚱한 표정으로 짐을 들고온 종인이 헥헥거리며 주저앉았다. 경수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돗자리를 슥슥 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워낙 북적여서 국가대표인 것도, 동성애자인 것도 걸릴 염려는 없어보였다. 둘만 오면 그래도 조금 이상할텐데 준면이형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괜한 후회가 밀려올까 싶어 경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바다도 없고 좀 찝찌리하긴 하지만 시원하고 좋다 그치?”
“응 완전 좋아. 아… 나도 치킨 먹고 싶은데.”
건너편에서 야무지게 닭다리를 뜯고있는 사람들을 쩝하고 바라보던 경수를 물끄러미 보던 종인은 버려져있는 광고지를 주워 전화를 걸어 배달을 마치고 자랑스레 씩 웃어보였다. 바리바리 싸온 짐은 전부 폼인건지 왜 시켜먹고 있는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경수는 더운지 아이스박스에서 음료수를 꺼내들어 종인에게 건넸고 서둘러 자기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기요…….”
잔뜩 흥분한듯한 20대 여성 둘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경수의 어깨를 톡톡 쳤다. 야 어떡해, 진짜 맞는 거 아냐? 하고 둘은 깔깔 웃어댔다. 아 뭐야. 괜히 심기가 불편해진 경수가 왜 그러세요? 하고 미간을 구기자 여자 둘은 한참을 꼬물거리다 입술을 달싹이며 조심스레 입을 떼려들었다. 이년들이 우리가 국가대표이고 게이인 거까지 다 알아내면 넌 뒤졌어 김종인. 경수는 두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토해내며 종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혹시 국가대표 김종인 선수랑 도경수 선수… 아니세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경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아닌데요? 하고 발뺌할 준비를 하자 여자들은 경수의 대답은 안중에도 없는건지 마냥 꺄르르 웃어대며 지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삐딱히 그 상황을 노려보던 종인이 경수의 어깨에 능청스레 손을 걸치며 방긋거리며 여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희 국가대표 맞는데요.”
“단 둘이 피서 오신거예요?”
“아…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됬는데, 남자 둘이 있긴 뭐해서 곧 가려구요.”
이건 또 뭐야! 경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종인을 올려다보자 닥치고 기다리라는 표정의 종인이 경수를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어떻게 하는지 보기나 하자 하는 심보로 입을 앙 다물고 잠자코 앉아있었다. 여자들은 헌팅이라도 걸 거세로 두 눈을 반짝이며 빛냈고 종인은 화가 나는지 경수의 손목을 붙들고 짐을 싸들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돗자리는 왜 안가지구 와 똘구야!”
“지금 돗자리가 문제야? 다시 가서 저걸 개서 갖고오냐 모양 구기게?”
“아… 이럴 줄 알았어. 저년들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르지? 온지 30분도 안됬는데.”
진심으로 짜증난듯한 경수는 홱 고개를 꺾어 아직도 자신들을 보며 쑥덕이는 여자들을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맘같아선 인지도 낮은 오세훈이 되서 뻐큐를 이리저리 빵빵 날려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올림픽 까진 아니더라도 둘 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오세훈 안 본지 꽤 됬네. 경수는 후덥지근한 차에 올라타며 종인에게 말했다.
“너무 더워. 세훈이 불러서 카페에서 팥빙수나 먹자. 응?”
“거기 가선 국가대표 아니냐고 안 물을 거 같냐 바보야.”
“세훈이랑 같이있는데 뭔 상관이야! 우리끼리 팥빙수도 못 먹어?”
종인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결국 피서지로 결정되었던 마포대교는 그대로 쎄굿뽜… 하고 경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넌 이 찜통같은 더위에 루한이 없이 뭘 하고있니 세훈아.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신호음에 경수가 인상을 구기자 그제서야 세훈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thㅔ훈아!”
- 아 왜요. 더워죽겠는데 전화질이야.
“와 얘 개기는 것 좀 봐! 너 김종인 닮아간다? 뭐하고 있어”
- 음… 야동 다운받다가 컴이 구려서 껐는데요. 기분 구려요.
“아… 진짜 너답다. 지금 카페로 나와 거기로 갈게, 팥빙수 사줄테니까 꼭 와!”
경수는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준대는데 나오겠지 뭐. 통화내용이 궁금한지 종인이 시선을 슬쩍 경수 쪽으로 돌리며 뭐하고 있대? 하자 경수가 흘러나오는 웃음을 억누른 채 말했다. 얘? 야동 받다가 느려서 컴 꺼서 기분 구리대. 그러자 종인이 픽하고 웃었다. 어유 병신, 아이패드가 있는데 하면서. 네가 더 병신이거든 김종인. 달리고 달려 어느덧 태릉 선수촌 근처의 카페에 다다랐다.
“아니, 우리 thㅔ훈이가 왜 안오는거지? 으응?”
“형 발음이 왜 그래?”
“오thㅔ훈 따라하는 거잖아. 걔 발음이 이래.”
테이블에 앉아 아무리 세훈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나… 싶다가 세훈은 결국 츄리닝에 슬리퍼 찍찍 끌고 카페로 나타났다. 와 진짜 패션 한번 구리다. 종인의 독설에 눈썹이 찡긋거리다가도 에어컨 바람이 반가운지 환히 웃으며 팥빙수는요? 하고 물었다. 경수는 주문하고 왔다며 그런 세훈에게 대답했고, 세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좀더 편히 의자에 기댔다.
“형 근데 전화할때 thㅔ훈이라고 하지마요. 나 생각보다 혀 안 짧거든요?”
“숫사슴 해봐. 숫사슴. 못하지?”
결국 세훈이는, 아니 thㅔ훈이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맛깔나는 팥빙수가 나오자 셋은 일제히 와 하는 탄성을 내뱉었고 누구라 할 것없이 걸신들린 애들마냥 숟가락을 들고 팥빙수에 달려들었다. 훈련도 잘 안하는 애들이 뭐가 그리 배고프다고. 그렇게 와구와구 한참을 팥빙수 흡입을 하던 세 선수는 떵떵거리며 배를 내려치고 선수촌에 당당히 입성했다가, 준면 코치님에게 머리를 한 대씩 쥐어박혔다는 후문이 있다.
아 글이 너무 안 써져요ㅜㅜ 드디어 슬럼프인가..
휴가 갔다와서 오랜만의 업데이트죠!
이제 개그물과 달달물의 경계를 긋는 이 애매한 투런팜태를
빨리 연재 끝내버리고 좀 아련한 글도 써보고 싶건만
제 손은 자꾸 개그로 물드네요 흑흑
추천수 떨어지면 삐져서 떠날거예요 쎄굿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