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전정국!" . 빨간 우산 덕분에 사귀게된 우리 둘은 남들이 보기엔 조금은 지루해보일지 몰라도 나름 깨볶으며 만나는 중이었다. 지금도 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있는 정국이가 눈에 띈다. 캬...누구 남자친군진 몰라도 허벌나게 잘생겼다. . "미안. 늦었지...차가 막혀서..." "괜찮아. 나도 온지 얼마 안됐어." . 내 시무룩한 사과에 생긋 미소지은 정국이는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고는 나에게 손을 척하니 내밀었다. 고개까지 갸웃하며 귀엽게 내 눈을 응시하는 전정국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그 손을 마주잡았다. . "손 차갑다." "나 원래 손 차가워. 수족 냉증? 그것땜에." "응. 알아. 옛날에 잡았을때도 차가웠어." "...옛날에?" . 내 의아한 물음에 그저 묘한 웃음만 흘리면서 내 손을 더 꼬옥 쥐는 전정국에 더 물어보고싶었지만 결국은 물어보지 못했다. . "빙수 먹으러갈래?" "또? 그러다가 배탈난다 너" "괜찮아. 저기 나 친한 형 여자친구가 하는 가게야. 맛있어" . 꼭 잡은 손에 신경이 쏠려 정처없이 걷다보니 학교 근처까지 와버렸다. 아침에는 꼴도보기 싫은데 정국이랑 이렇게 같이 걸으니까 좀...색다르다. 매일 봐도 좋을꺼같은 느낌. . "안녕하세요 누나." "어, 전정국이!" . 정국이가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 앉아있다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작은 체구의 남자가 보였다. . "...지민이 형은 왜 맨날 여기있어요?" "아이, 우리 누나 가게니까 당근 여기 붙어있어야지용" "...좀 떨어져요 형." . 우리가 가게 안으로 몇발자국 떼기도 전에 팔랑팔랑 다가온 그 오빠는 대담하게도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던가 볼을 찌르면서 정국이를 귀여워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뭔가 대단해... . "야, 정국맘. 애들좀 그만 괴롭히지?" "아이, 누나. 괴롭히는거 아니고 아껴주는거죠! 후배사랑 나라사랑! 몰라요?" "말은 잘해요 아무튼..." . 주방에서 나온 예쁘게 생긴 언니가 밉지않게 그 오빠를 향해서 눈을 흘긴다. 저 언니가 이 카페 사장님인가? 우와. . "미안. 네가 정국이 여자친구구나? 잘왔어 앉아 앉아." "그렇게 보여달라고해도 안보여주더니." . 언니와 오빠가 차례대로 말하니까 정국이가 에후 한숨을 쉬면서 내 손을 끌어당겼다. . "어머어머. 손잡은거봐. 귀엽다아" "누나. 나도 손 잡아줄수있어요" "넌 저리가. 쪼끄만게..." . 저기...다 들려요... 내가 괜시리 멋쩍어하자 맞은편에 앉은 정국이가 괜히 짜증을 낸다. . "아, 주문 안받을꺼예요 누나?!" "뭐 주문을 받아. 너 먹는게 빙수밖에 더있냐. 기다려봐" "여기 자주 와?" "응. 여기 빙수가 제일 맛있어." "그래? 그럼 우리 여기 자주 오자!" . 내 말에 정국이가 씨익 웃으면서 볼을 꼬집는다. 그, 그렇게 훅 치고 들어오지마...설렌다고.... . . . . 빙수를 클리어하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영화를 보기로했다. . "나 이거 보고싶은데." "아, 나도 이거 보고싶어! 이거 재밌대!" . 파란머리의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포스터를 가르키는 정국이에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영화 취향도 똑같다. 보통 남자애들은 액션을 더 좋아하지않나? . "여기 있어. 내가 팝콘 사올께." "응!" . 나를 앉혀놓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무심한척하면서 은근 챙긴다. 아무튼 전정국 귀여워 죽겠다. . "어? 아미 아니야?" "어? 언니!" . 누군가 내 어께를 턱 잡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언니가 보인다. 언니하고는 정국이 덕분에 알게됐는데, 정국이 친한 오빠인 태형이 오빠 쌍둥이이자 호석이 오빠 여자친구 되시겠다. . "누구랑 왔어? 정국이?" "네! 언니는요?" "나는 호식이랑 왔지. 지금 팝콘사러 갔는데." "정국이도요. 어? 저기 온다." . 익숙한 두 남정네가 투덜거리면서 가까워졌다. . "아 자기야. 우리 보는 영화 얘네도 같이 본대." "뭐, 좋지 안그래?" "전정국은 애니메이션 보지도 않으면서 왜 갑자기!" . 찡얼거리는 호석오빠의 말에 내 눈이 동그래졌다. . "...정국이 너 애니 싫어해?" "아니...그냥저냥." "그럼 말을 하지! 나 다른거 봐도 괜찮아" "아니 됐어. 나 이 영화 보고싶었어." . 높낮이가 없는 말투지만 이제는 안다. 전정국. 완전 당황했다. . "...알고있었어? 나 애니메이션 좋아하는거?" "..." . 호석이 오빠는 언니가 눈치껏 데리고 사라졌고 나는 여전히 정국이를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 "어떻게 알았어 정국아?" "...초등학교때. 다른 애들 다 딴거보자할때 너만 애니메이션 보자고했던거 기억나서." "..." "그리고 초등학교 반 장기자랑때 손잡고 춤췄잖아. 그때 내가 니 옆에 있었는데 그때도 니 손은 차가웠어." "...그걸...다 기억해?" "...응. 생각해보니까. 나 그때부터 너 좋아했나봐." . 갑자기 또 훅 치고들어오는 고백에 정신이 멍해진다. 얘는 진짜 어디서 이런거 배워오나봐. . "나...되게 오래 너 좋아했다. 그치?" "...그러게. 전정국 짝사랑 겁나 오래했네." "그러니까 이젠 내 옆에 딱 붙어있어. 어디 가지말고." "흐흐...응. 니 껌딱지 한다 내가." . 영화관에서 얼결에 한 고백이었지만 그 무게는 전혀 가볍지않다는걸 우리 둘 다 알고있었다. 정국이는 내 손을 잡으며 웃었고 나 또한 그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 나도 앞으로 네 모든걸 기억할께 정국아. . . . . . ------------------------------------------- 와아ㅏㅏ 번외ㅣㅣ 아무도 안기다렸지만 나 혼자 들고온 번외ㅣㅣㅣ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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