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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냥 전체글ll조회 829l 2
그애는 평범했던 우리의 시간속에 어느 순간 나타난 '이방인'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들수 있었던것은 아마도 그녀가 본질적으로 우리와 '같아서'가 아니였나 싶다.  

 

 

처음 크리스탈을 만났을때 태민이와 나는 대범하게도 도서관 뒷뜰에서 미스 휴고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내가 담배에 불을 붙이면 태민이가 다가와 내 손에서 라이터를 빼앗아 자신도 불을 붙였다. 

 

처음에는 앳된 그 얼굴의 분홍빛 입술 새에 꽃혀있는 하얀 담배가 너무나도 이질적이라 태민이가 담배를 피우곤 하면 눈쌀을 찌푸렸는데 낄낄거리며 나보다도 먼저 피운 새끼가 절 가르치려든다며 장난스레 주먹을 휘두르는 그에 결국은 나도 같이 웃어버렸다. 

 

아무튼. 나른한 햇살을 맞으며 한가롭게 누워있는데 문쪽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 황급히 시선을 돌리니 그곳엔 인공적으로 염색한 타는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동양 여자애가 서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태민이가 중얼거렸다. 

나는 입에서 조용히 타들어가던 담배를 지져 꺼버리고 마저 연기를 내뿜었다. 

 

야. 

 

그 여자애가 입을 열었다. 

 

나도 하나만. 

 

하지만 그 작은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예상한것이 아니라서 순간 움찔했다. 

태민이 또한 나와 같았는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말귀 못알아들어? 한국말 못해? 담배 달라고. 

 

그러고보니. 크리스탈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마치 우리를 예전부터 알고있었다는듯. 

 

나중에 물어보니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소소한 우리 셋의 일탈 이후로 그녀는 우리 둘과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항간의 소문중에는 우리 셋을 둘러싼 소문또한 많았다. 

 

마야가 스트레칭을 하다말고 나에게  

 

크리스탈과 태민이 잤다는게 사실이니?  

 

라고 물었을때 미간을 좁히며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모두들 딱히 믿는 분위기는 아니였다. 

그 사실을 둘에게 말했을때도 태민이는 입술을 빼죽 내밀었을 뿐이었고 크리스탈 또한  

 

아니잖아. 그치? 우린 알고있어. 그거면 된거야. 

 

라고 내 어깨를 도닥일 뿐이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둘을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할때가 있었다. 

태민은 원래 '정상' 이란 범주안에 아슬아슬하게 속하는 놈이었고 크리스탈은 그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걸 보면 그리 정상은 아닌듯했다. 

 

둘은 내가 무용관에서 연습을 할때 같이 음악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가끔 태민이의 눈동자가 탁한 노르스름한 색으로 물들어있는걸 목격했고 크리스탈의 목 언저리에 불그스름한 자욱들을 발견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마약을 한다는걸 알았을때 얘를 말려야하나 잠시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태민이는 선을 넘다가도 다시금 그 선 안으로 돌아왔기때문에 그저 잠자코 기다렸다. 

 

크리스탈은. 

아, 나는 그 애를 말렸어야했다. 

그 멍청한 계집애는 마약에 취해 가끔 미친것처럼 웃어재꼈고 우리 셋이서 미스터 콸튼의 물리학 수업을 들을때 옆자리의 빌어먹을 마이크 자식이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는것도 그저 내버려두었다. 

대부분의 그녀의 기억들은 술에 취해있거나 마약에 쩔어있는 모습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사랑하다가도 다시금 혐오할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내가 넌지시 그런 짓들을 그만 둘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태민이는 머리를 쓸어올리고 입술을 혀로 핥으며 곧. 곧 돌아갈꺼야. 라고 대답했고 

 

그녀는 늦었어. 너무 늦었어. 라고 대답했다. 

 

나는 무서웠다. 

하루하루 창백해져만가는 그녀의 피부와 평상시에는 달달 떨리기만하는 그 손끝이. 

 

태민이는 어느 순간부터 음악실에 있지않고 나를 무용실 앞에서 기다렸다. 

처음 몇번은 크리스탈도 함께였지만 그녀는 나를 미처 기다리지 못하고 곧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크리스탈은? 

몰라. 

아까까지만해도 여기 있었잖아. 

없어졌어. 사라졌어. 

 

나를 멀거니 올려다보며 태민이는 지친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애의 네모난 입술이 힘없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 혼자 듣는 세계의 역사 시간, 미스 프리져의 나긋한 목소리에 이미 클래스의 대부분이 쓰러진 상태였다. 

나 역시 팔에 얼굴을 파묻고 몰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있었다. 

 

'종인아' 

 

'옥상으로 와줘.' 

 

그때 왠지모르게 생소한 문자가 왔다. 

크리스탈은 문자를 자주 하지않는다. 

타자 치는게 귀찮다고 그냥 전화를 애용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문자로 옥상이라니. 

순간 쎄해진 뒷목에 손을 들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양해를 구했다. 

 

옥상 문을 여니 보이는것은 두사람의 뒷모습이었다. 

하나는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 앉아있는 크리스탈과 그녀를 멀거니 쳐다보고있는 태민이의 뒷모습. 

 

바람이 많이 불었다. 

크리스탈의 붉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난 언제나 도망치고싶었어. 

 

크리스탈이 한번도 들어본적없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없는 곳으로. 이 빌어먹을 현실이 없는 곳으로 말이야. 

 

그녀의 머리가 바람에 나부꼈다. 

내가 다가가려하자 태민이 조용히 손을 들어 나를 막았다. 

 

그래서 내가 마약에 더 의존했는지 몰라. 죽기에는 무서웠으니까. 태민이 너는 알지? 

 

그 말을 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봤다. 

그녀는 울고있었다.  

아니. 웃고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어. 나도 이제 자유로워질꺼야. 

 

그녀는 울고있었다. 

 

태민이의 검은 색 머리가 헝크러졌다. 

그애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가지마. 

 

그애가 속삭였다. 

바람에 그 목소리가 실려 그녀에게 흘러갔다. 

 

나를 여기에다 놓고 너 혼자 떠나버리지 마. 

 

그애는 웃고있었다. 

 

또 나만 남겨놓고 가버릴꺼야? 

 

크리스탈 또한 손을 뻗었다. 

태민이가 조용히 한발자국 다가갔다. 

나는 도망치고만 싶었다. 

 

크리스탈. 

 

내가 흐느끼다시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수정이야. 내 이름. 정수정. 

 

수정이가 방긋 웃었다. 

늘 무표정한 그 얼굴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본 빛이었다. 

 

기억해줘. 크리스탈이 아니라 정수정으로. 

 

그리고 그 빛과 함께 그녀는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도망치고싶었다. 

 

우리 셋이서. 함께.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중에 경찰에게서 들으니 그녀는 5년 전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양부모의 은근한 천대와 새아빠의 성적 폭력이 있었고 그때문에 마약중독에 빠지게 된것같다고. 경찰은 그리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았다. 

그녀는 그저 꿈을 쫒고싶었던 것이라고. 

 

태민이는 울지 않았다. 

 

수정이가 울지 말라고했어. 나는 우는 얼굴이 안어울린대. 

 

그래서 내가 대신 울어줄수밖에 없었다. 

 

 

때는 바야흐로 아주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엑소/에프엑스/샤이니/카이클쓰태민] 몽상가들 -The girl we used to know.- (그 시절 우리와 함께였던 그 소녀.) | 인스티즈 

 

 

아 진짜 이런 화보 찍으면 진짜 감사합니다.... 

수정이 이렇게 불쌍하게 만들려는건 아니였는데...죄송해요... 

이게 불맠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아니겠죠...? 

 

+제목 수정해쓰요


 
비회원76.95
미친..... 완젼좋아 이런거ㅠㅠㅠㅠ
9년 전
독자1
와...와 카클탬.....와 너무좋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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