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건 앨리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조슈아의 말을 무시한채 벽난로 앞에 섰다. 벽난로 옆 작은 주황색 단지에서 플루가루를 한움큼 집어들고 마지막으로 옷깃을 단장해주는 다정한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이상한 마법사 따라가지 말고, 용건이 끝나면 꼭 늦기전에 집에 들어오고..." "알았어요 알았어. 누가 보면 나 영영 가는줄 알겠네." "걱정되니까 그렇지. 마음같아선 따라가고싶은데..." "싫어요." "그래. 그러니까 나는 집에서 기다릴께. 다녀오렴." 단정하게 묶여진 리본을 매만지며 조슈아의 볼에 가볍게 입맞췄다. "다녀오겠습니다." 약하게 불길이 이는 난로에 플루가루를 던지며 최대한 똑바른 발음으로 외쳤다. "다이애건 앨리!" 웃으며 손을 흔드는 조슈아의 모습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것같이 사라지며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곧 어딘가의 벽난로로 떨어졌고 약하게 신음소릴내며 몸을 일으키니 익숙한 망토들이 보이며 말킨부인이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머! 괜찮니 얘야?" "네...죄송해요 먼지가..." "그리 걱정안해도 된단다. 새 망토를 맞추러 온거니? 호그와트?" "네. 밑단이 좀 짧아져서요. 그리핀도르로 부탁드립니다." 조슈아와 함께 몇번 온적이 있는지라 기장만 새로 치수를잰 후 가게안에서 여러 망토들을 살펴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어? 아미?" "어! 쿱스!"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눈을 동그랗게 뜬 쿱스가 나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너는 어쩐 일이야?" "나는 망토를 새로 맞추러 왔지! 소매도 짧아지고 어깨쪽도 안맞게되서 말이야. 그러는 너는?" "나도 방학동안 키가 커서 망토좀 새로 사러왔어." 올해 6학년인 쿱스는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몰이꾼이자 주장이었다. 큰키에 쾌활한 성격으로 남녀노소 교수님들한테도 인기가 많은 쿱스는 늘 그리핀도르 기숙사에서 프레드와 조지의 장난감들을 가지고놀며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래번클로의 기숙사장인 정한과 둘도없는 친구 사이로 늘 붙어다니는데 쿱스의 장난에 정한이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서 정한에게 두드려 맞는 쿱스를 학교 복도에서 종종 목격할수 있었다. "정한은? 어쩌고 혼자야?" "나중에 그린고트 앞에서 만나기로했어. 고양이한테 먹일 영양제를 사야한다고 그래서." "그렇구나. 나중에 만날ㄲ..." 그때 가게의 문이 열리며 딸랑 하는 맑은 종소리가 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있는 우지가 보여 다급하게 쿱스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이미 우지를 발견한 뒤였다. 우지또한 느리게 가게를 흝다가 쿱스와 딱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쳐 아주 잠시 가게안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듯한 착각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 만큼 둘의 기싸움이 대단했다. 아무말없이 우지를 빤히 쳐다보던 쿱스가 곧 씨익 웃으며 우지에게 껄렁한 걸음으로 다가갔다. 나는 그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 저지하려했지만 꽤나 단호한 손길로 내 손을 떼어내는 그 손에 나는 멈출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우지와 쿱스는 사이가 좋지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쿱스쪽에서 일방적으로 우지를 싫어했다. 뼛속까지 그리핀도르인 쿱스는 슬리데린 아이들을 싫어했는데 그런 쿱스가 시비를 걸때마다 우지는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것을 보듯 흘겨본뒤 걸어가버리곤 했기때문에 모두 둥글게둥글게- 가 모토인 쿱스조차도 약올라 우지를 특별히 더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우지를 싫어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조슈아가 귀에 박히도록 모두에게 친절해야한다고 주입식 교육을 시켜서기도 했지만 딱히 모난곳없는 우지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난 이해하지 못했다. "여- 슬리데린." "..." "망토 새로 맞추러 왔나봐? 왜? 그 작은 키 더 큰것같지도 않은데." 입가에 비웃음을 띈채 빈정거리는 쿱스와 뒤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발견한 우지는 작게 한숨을 쉰뒤 머리 하나는 더 큰 쿱스를 느릿한 눈으로 쏘아보았다. "여기서까지 이러지 말지." "허어- 왜? 창피하냐?" "그래. 너도 지금 이 상황이 창피한걸 알고있어서 다행이다. 난 너랑 싸울 생각없어. 특히 쟤 앞에선." 이를 뿌드득 가는 쿱스의 뒤에 있는 나를 고갯짓한 우지는 어느새 새 망토를 팔에 건 어머니가 다가오자 뒤로 한걸음 멀어지며 팔짱을 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보자." 그 말만 남긴채 어머니를 따라 가게밖으로 사라져버린 우지의 뒷꽁무니를 매섭게 째려보며 쿱스는 침뱉는 시늉을 했다. "겁쟁이 새끼."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아까부터 완성돼 허공에 걸려있는 내 망토를 내려 한 팔에 걸었다. "제발 작작해 쿱스. 난 대체 왜 네가 우지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슬리데린이잖아! 대대로 우리랑 그 자식들은 사이가 안좋았다고!" "그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지않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다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못마땅하다는 듯이 미간을 구긴 정한이 쿱스를 째려보고있었다 "적당히 해. 아미 곤란해하는거 안보여? 그보다 너, 망토는 맞추고 그 난리를 친거야?" "아, 그게..." "뻔해. 또 까먹었지? 이 멍청아. 넌 나 없으면 어떡할래?" 오자마자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으르렁거리는 정한에게 낑낑거리며 꼬리를 내린 쿱스가 말킨부인을 만나러 사라지자 정한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나를 돌아봤다. "내가 대신 사과할께. 저 녀석은 평생 철 못들꺼야." "난 괜찮아. 우지한테 사과해야할텐데..." "그건 불가능하니까 나중에 개구리 초콜릿이라도 사주지 뭐."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정한은 내 팔에 걸쳐진 망토를 내려다봤다. "올해 5학년이지? 5학년이 되면 O.W.L이 널 기다리고있어...제일 지옥같을 시기지...아무튼. 할 일이 많아보이는데 어서 가봐. 쿱스 저 자식은 내가 알아서할께." 그렇게 말하며 생글 미소를 짓는 정한의 뒤로 후광이 비친것같다면 거짓말일까. 나는 고맙다 인사를 하고 재빨리 망토가게를 빠져나왔다. 그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터라 뛰듯이 걸어 마법재료 상점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사고 바로 교과서를 사기위해 서점으로 달려갔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4학년 교과서랑요, 약초학...그리고 머글연구 책도 주세요." "머글연구라! 참 흥미로운 과목이지. 자, 여기있다." 웃으며 나에게 교과서를 건내는 머리숱이 얼마 없는 직원에게 6갈레온과 4크넛을 건내고 플로리안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딸기퍼지 선데를 시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손 가득 묵직한 짐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조슈아도 함께 가자고 할껄. 아무 생각없이 선데를 우물거리고있으니 지나가던 호그와트 학생들 몇몇이 날 알아보고 다가왔다. 부모님과 함께 온듯한 디노와 원우, 그리고 정한에게 귀를 잡혀 끌려가던 쿱스도 와서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이제 슬슬 땅꺼미가 질 시간이 되어 집에 가야지- 하고 몸을 일으킨 순간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듯이 큰 충격이 날 휩쓸었다. ...집에 어떻게 가지. 올때는 플루가루를 사용했지만 이젠 쓸수도 없는데. 미처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아서 허탈해진 나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때 누군가가 내 맞은편의 의자를 빼어 앉았다. "나 보고싶었지?" "조슈아! 여긴 어떻게 온거예요?" "생각해보니까 너 집에 올 방법이 없겠다 싶어서. 딱보니까 그런것같네?" "아 완전요...진짜 나이스 타이밍." 조슈아가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짐을 챙겨 그 손을 잡으니 조슈아의 순간이동으로 걱정했던것이 무색할 정도로 손쉽게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나랑 같이가. 알았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고개를 끄덕이니 눈이 접히도록 웃어보이는 그 얼굴에 나도 따라 웃어버렸다. 하늘은 다이애건 앨리에서 봤던것같은 붉은 노을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네 여전히 의식의 흐름대로 쓴 호그와트...2편짼데 아직도 애들이 다 안나왔어... 조슈아의 호칭은 그냥 이름으로 하려구요. 아빠라고 하니까 아직 창창한 애한테 뭐하는건가 싶기도하고 어색하기도하고...구래서 바꿨습니다. 당황하셨져? 쓰면서도 질질 끄는것같아서 죄송스러워요. 저를 매우치세요. 그래도 다음편에서 뵐께여. 모두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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