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쩌는 카페 사장님 좋아하기
아직 안 왔나 보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약속 시간보다 이십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떨려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어젯밤에 하도 난리를 치다 사장님 생각에 심장이 쿵쿵대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장님에게 도착하면 영화관 안으로 들어오라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표를 끊고 의자에 앉았다.
한 십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와.... 피지컬 죽인다 진짜. 머리 크기는 무슨 나보다 작을 거 같아. 나를 발견했는지 내 쪽으로 다가오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니 또다시 쿵쿵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어느새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사장님을 올려다봤다. 키 차이 봐. 솔직히 존나 잘 어울리는 거 인정? 개씹인정 미친!
"미안해. 좀 늦었지."
"에?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문자 보내 놓은 게 벌써 몇 분 전인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미안하게."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 사장님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꾹 내렸다. 사장님하고 영화 보는데 그깟 시간 기다리는 게 대수인가요... 표를 끊으러 가자며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사장님에 급하게 사장님의 손을 잡았다. 헉, 내가 지금 무슨...! 급하게 손을 놓자, 뒤를 돌아 나를 본 사장님은 내가 손을 잡았단 사실도 모르시는지 그저 내가 붙잡은 이유만 궁금한듯했다.
"왜?"
"아, 표 끊어놨다고요."
하면서 손에 들린 표 두 장을 펄럭이자,
"학생이 돈이 어딨다고. 내가 사면 되는데."
하는 사장님에 기분이 상했다. 뭐야.... 완전 어린애로 보네. 괜히 입술을 삐죽거렸다.
"내가 무슨 앤가. 저도 돈 있거든요?"
퉁명스럽게 말을 툭 던지고 먼저 영화관으로 걸어가자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에 뚱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런 내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웃는 사장님. 씨, 그렇게 웃지 말라고!
"아, 왜 웃어요!"
"영화 보여줘서 고맙다고. 팝콘은 내가 사도 되지?"
하면서 씩, 웃어 보이고는 매표소 옆에 있는 팝콘 사는 곳 쪽으로 걸어간다.
..... 저러니까 내가 반해, 안 반해. 더 반하면 어쩌려고 자꾸 저렇게 웃어? 어? 금방 기분이 풀려서는 헤헤 거리며 사장님 옆으로 섰다. 헐, 맛있겠다... 밥도 안 먹어서 계속 배에서 꼬르륵거리는데 팝콘을 보니 더 배고픈 거 같아. 근데, 사장님은 단거 안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무슨 맛 먹을래. 단거 좋아하니까 캐러멜 좋아하려나."
"네! 아, 근데 사장님 단거 안 좋아하지 않아요?"
"나 단거 좋아해. 그럼 팝콘 콤보로 팝콘은 캐러멜로 주시고, 음료는 뭐 마실래?"
"저 콜라..."
단거 좋아하기는 무슨... 맨날 아메리카노만 마시면서. 사장님의 그런 사소한 배려 하나에도 쉽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얼굴 저렇게 설레게 생겨 가지고, 성격까지 저런 건 진짜 반칙이야 유기현.
"콜라 라지로 두 잔 주세요."
"네, 콜라 라지로 하시면 2000원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직원이 친절히 묻자, 고개를 끄덕인 사장님은 자신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와... 별거 아닌데도 멋있는 거 실화야? 진짜 콩깍지가 껴도 제대로 낀 게 분명하다. 안 그러면 이럴 수가 없어. 그냥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 거조차도 멋있어 보일 리가 없다고!
팝콘과 음료를 들고 영화관 쪽으로 들어섰다. 표를 보여주자 우리가 볼 관 위치를 설명해주는 직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안으로 들어왔다. F 열... F 열...... 여기다! 깜깜한 영화관 내부에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며 자리를 찾았다. 사장님, 여기! 하고 작게 사장님을 부르자 내 손짓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님이 내 옆에 앉았다.
"이거 진짜 재밌대요."
"얼마나 재밌으면 친구들이 안 봐준다고 나랑 보자고 그래."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옆에 사장님이 앉아있으니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 차라리 빨리 영화가 시작했으면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떨리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감추려 사장님에게 작게 말을 걸자, 웃음 섞인 사장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아닌데... 사장님이랑 보고 싶어서 그런 건데.. 친구들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정면을 봤다.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진짜 재밌지 않았어요?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거 같아!"
"그러게. 덕분에 오랜만에 영화 보네."
"뭐.... 원하시면 제가 자주 봐드릴게요."
"ㅋㅋㅋㅋㅋ 진짜? 와, 나 영화 친구 생겼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여운이 끝나지 않은 내가 잔뜩 흥분돼서 말하자 그런 나를 보고 웃던 사장님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에 이때다 싶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뭐.... 원하시면 제가 자주 봐드릴게요. 하며 능청스럽게 말하자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헝크린다. 아 또또! 붉어지는 뺨에 차가운 두 손을 갖다 댔다.
지하에 차가 있다는 사장님의 말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올라탔다. 이제 뭐 하지? 밥 먹으려나? 또다시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에 혹여나 너무 큰 탓에 사장님 귀에 들릴까 얼른 진정시키려 애썼다. 뭐.. 그런다고 진정이 된 건 아니지만. 이거 진짜 데이트잖아? 자꾸 실실 웃음이 튀어나오려 하기에 어떡하나 싶었다. 아, 진짜 너무 설렌다.
"배고프겠다. 밥부터 먹자."
"좋아요!"
내 대답에 싱긋, 웃던 사장님이 차를 출발 시켰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다정한 사장님의 질문에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진동 소리가 들렸다. 그에 진동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내리자 '주현이' 라는 이름으로 화면에 가득 찬 사장님의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을 본 사장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뭐지... 여자 이름인가....? 전화를 받은 사장님은 여태 내가 봐왔던 사장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의 차가운 음성이 차 안을 울렸다.
".... 어. 왜."
"........."
".... 하아. 그래서 뭐."
"........."
".... 끊어."
처음 본 사장님의 모습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전화를 끊은 사장님은 답답한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 왜 그래요 사장님? 괜찮아요? 걱정 섞인 내 물음에 아차 싶은지 곧바로 표정을 푼 사장님이 나를 바라보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미안한데, 여주야."
"... 네?"
"내가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생겼네. 진짜 미안."
"아....."
"다음에 밥 진짜 맛있는 걸로 사줄게. 진짜 미안하다."
나한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에, 궁금한 것은 산 떠미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었다. 여자 이름 같던데 누구예요? 그 여자한테 가는 거예요? 무슨 사인데요? 툭, 치면 쏟아져 나올 거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괜찮다고 대답하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했다.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젓고 가까운 역에 세워달라 했다. 그에 계속해서 집까지는 데려다준다는 사장님의 말을 친구 만날 거라는 거짓말로 입을 다물게 했다. 기나긴 정적 속에서 어느새 역에 세워진 차에 문을 열고 나왔다. 창문을 열어 나랑 눈을 마주친 사장님이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아까는 내리려고 애썼던 입꼬리를 이제는 올리려고 애썼다.
".... 괜찮아요. 급한 거 같은데 가보세요. "
"진짜 미안. 그럼 내일 보자 여주야."
하고 급하게 차를 돌린 사장님이 내게서 멀어져 갔다.
하루 종일 기분 좋았던 내 하루가 엉망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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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미리 써놔서 댓글 7개 되면 바로 다음편 올릴게용! 다음편 올려주세요, 이런 댓글은 안 칩니다ㅠㅠ 그마저도 너무 감사한 댓글이지만, 조금 더 성의있는 댓글에 힘이 마구 마구 납니다!! 힘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매번 감사해요 항상!
유기현 진짜 짤 고를 때마다 느끼는 건데 ㄹㅇ 설레게 생김...... 유설생(유기현 설레게 생겼다) 이 별명 누가 만든 건지 상주고 싶어. 진짜 찰떡이란 말이지.....
으앙 컴백 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