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쩌는 카페 사장님 좋아하기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난 또 내일이 시험이니까 직원 휴게실에서 짱박혀서 공부만 했다. 으으...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몸이 찌뿌둥해서 죽을 거 같아... 그래도 사장님이랑 영화 봐야 하니까! 작년 기출문제 다 풀어 봤으니까 내일 것도 잘 볼 수 있겠지? 아, 말아먹으면 안 되는데 진짜... 문학 쌤이 이번 시험 어렵게 냈으니 준비 단단히 하라고 일렀던 게 생각이 났다. 아, 쌤은 괜히 겁줘 진짜. 다시 펜을 잡고 집중해서 문제집을 보는데 문이 열리고 창균 오빠가 들어왔다.
"와. 꼬맹이 너 개오진다. 너 열두 시부터 와서 진짜 계속 공부만 한 거 알아?"
"아, 방해하지 말고 나가요."
"쪼끄만 게. 만만한 게 나지."
"아! 왜 때려요!"
휴게실 안으로 들어와서 내 앞 의자에 앉더니 잔뜩 필기되어 있는 문제집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그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자 만만한 게 자기냐며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고는 아프지 않게 내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아! 씨. 내일 문제 하나 틀리면 그거 다 창균 오빠 탓. 그런 창균 오빠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째려보자 혓바닥을 내미는데, 와. 개약올라 진짜! 그런 창균 오빠의 모습에 약이 올라 씩씩 거리고 있으니 좋다고 큭큭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뭐라 할 말이 있는지 표정이 바뀌고 쳐다보길래 나도 의아해서 왜요. 하고 물었다.
"근데 꼬맹이. 고삼이가 이렇게 카페 들락 날락 해도 돼? 뭐, 보니까 알아서 잘 한다만. 부모님이 보실 때는 그게 아닐 텐데. 뭐라 안 하셔?"
"..... 부모님은 제가 여기 오는 거 모르세요. 지금도 독서실인 줄 알아요."
"어? 헐. 너 그거 지금 부모님께 거짓말한다는 뜻? 와하. 꼬맹이 아주 안되겠네!"
"뭐요. 어차피 성적만 잘 나오면 됐지."
틱틱 거리는 내 말투에 푸핫, 하고 웃는 창균 오빠가 내 머리를 마구 휘저었다. 아 머리 망가지게! 그에 하지 말라며 노려보자 뭘 그렇게 쳐다보냐며 보란 듯이 더 흐틀어 놓는다. 아, 임창균 개 싫어!!
"그럼, 기현이 형 좋아서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오냐?"
그러다가도 창균 오빠 입에서 나오는 질문에 바로 표정이 확 밝아졌다. 사장님 얘기 나오자마자 기분이 몽글몽글 해지는 게 나 진짜 단단히 미친 듯.
"당연하죠! 사장님이 저 전교 5등 안에 들면 영화도 보여준대요."
하며 실실 웃으니 그런 나를 보고는 픽, 웃는다. 오빠가 봐도 좀 미친 거 같죠?
"아, 근데 저 고민 있어요..."
"뭔데."
"난 진짜 사장님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데... 사장님은 그냥 내가 애 같나 봐요."
"애잖아."
"아 좀! 저 진지해요!"
사실 요 근래 이 생각 때문에 좀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실 내가 사장님을 좋아서 이 카페를 다니는 거지만 사장님에게 티를 안 내서 그런가.. 그저 나를 애 취급 밖에 안 한다. 아예 대놓고 들이대는 건 부담스러워할 거 같고.... 어떻게 해야 되냐고.. 여태 해왔던 내 고민들을 창균 오빠에게 말해주자 처음엔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다 곧바로 진지하게 들어줬다. 얘기가 끝나고 어떻게 해야 되냐는 눈빛으로 창균 오빠를 올려다보자, 기현이 형 눈치 없어. 네가 좀 격하게 티 내지 않으면 잘 모를걸. 하더라. 아니... 정말? 그래도 나 초반에는 티 좀 낸 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 둘이 머리를 맞대고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면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사장님이다!
"임창균 자꾸 농땡이 부려라. 진짜 죽고 싶으면."
"핳. 잠깐 꼬맹이 공부 잘하고 있나 검사하러 들어온 거야~"
"헐. 왜 내 핑계 대요! 아니에요! 창균 오빠가 나 방해...! 읍!"
매서운 사장님의 말에 창균 오빠가 어색하게 웃으며 날 가리켰다. 헐. 이 오빠 왜 내 핑계 댐? 완전 어이없어! 그에 놀라서 사장님을 향해 손을 마구 휘저으며 말하자 창균 오빠가 그런 내 입을 확 막아버린다. 아씨! 그에 어버버 거리고 있자 사장님이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창균 오빠와 나를 떼어 놓는다.
"애 공부 방해하지 말고 너 할 일 해 임창균."
하며 창균 오빠를 문쪽으로 미는 사장님. 개 좋아 진짜. 그런 사장님을 올려다보며 헤헤 웃어 보이자 그런 나를 본 창균 오빠가 그렇게 좋을까, 싶은 눈빛으로 고개를 젓더니 나가버렸다.
"아니이. 사장님. 창균 오빠가 나 공부하는데 들어와서는...."
"공부해, 여주야."
창균 오빠가 나간 문쪽을 향해 꼴좋다는 표정을 짓고는 사장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헤실헤실 웃으며 나 공부하는데 창균 오빠가 들어와서 방해했다는 얘기를 꺼내려는데 표정을 굳히고 저 말만 남기고 휴게실을 나가는 사장님의 모습에 몸이 굳었다.
어.... 사장님이 왜 저러지..... 뭔가 느낌이 쎄했다. 말투며, 표정이며 180도 달라진 사장님이 어색했다. 별일 아니겠지... 공부하자, 공부! 공부해서 사장님이랑 영화 봐야지!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애써 펜을 붙잡았다.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와, 퇴근이다! 신이 나서 룰루랄라 가방에 문제집을 쑤셔 넣었다. 휴게실에 들어와서 각자의 캐비닛에서 옷을 놓으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오빠들이 그런 나를 보고는 귀엽다는 듯 웃었다. 여주가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데? 민혁 오빠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나. 자기들도 좋으면서 아닌 척은.
카페를 나와서는 문을 잠그고 있는 형원 오빠를 보다가 오빠들한테 밝게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레 주차장으로 걸어가려는데, 여주야. 하며 나를 부르는 사장님에 뒤를 돌았다. 어... 아까랑 같은 표정이다. 얼굴이 굳었어.
"오늘 못 데려다줘."
"어.... 네! 오늘은 저 혼자 갈...."
"앞으로도."
오늘은 못 데려다준다는 사장님의 말에 물어보고 싶은 게 산 떠미였지만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장님이 나에게 할 말이 뭔지 어림짐작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사장님처럼 표정이 굳어지려 했지만 애써 웃으며 오늘은 혼자 가겠다는 말을 전하려는데, 이어서 들려오는 사장님의 말에 결국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사장님의 음성이 너무 차가워서, 평소랑 너무 다른 사람처럼 말해서. 그래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사장님만 쳐다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주야. 이제 카페 오는 거 그만해."
".... 네? 그게 무슨..."
"말 그대로. 이제 카페 드나드는 거 하지 말라고."
"왜요...?"
"너 여기 오는 거 부모님이 모르신다며. 왜 말 안 했어.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지 말라고 했을 거야."
아.... 사장님의 말에 오빠들이 다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왜냐하면.... 이 말 뜻은....
아까 다 듣고 있었다는 거잖아. 창균 오빠랑 나랑 한 얘기..... 사장님이 밖에서 다 듣고 있었던 거잖아. 그제서야 아까부터 날 보면 표정이 안 좋았던 사장님의 얼굴에 대한 뜻을 알 거 같았다. 그럼.....
"다 듣고 있었어요...?"
"........"
"그럼. 제가 사장님 좋아하는 거 아는데.... 사장님이 이러시는 거면,"
"........"
"사장님이 봤을 때."
"........"
"전 아니라는 거네요...."
난 아니라는 거네..... 거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오빠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장님이 날 보는 시선이 너무 싸늘해서, 그래서 참을 수 없었다. 사장님의 이런 표정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정말... 끝이야? 더 좋아져 버렸는데? 내 눈물에 사장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떡해.... 내가 우는 것도 싫나 봐 이제. 옆에 오빠들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사장님의 표정에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아니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아니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그 말이 나에게 비수로 꽂혔다. 사장님을 향한 나의 진심을 듣고도. 생각도 안 해봤다는, 아니. 안 한다는 뜻이니까.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더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나 이제 어떡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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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놀라셨죠? 사실 철쩌카는 진짜 짠내나고 고구마 1000개는 물 없이 먹는 그런 글이에요(농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이고 금방 밝은 철쩌카로 돌아올겁니다!
근데 기현이가 여기서 스윗남으로 나온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님. 너무 아님. 기현이 성격 사생팬쑨 개차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윗켠은 아닙니다.... 혹시 기대하셨다면 실망시켜드려 넘 죄송.... 뭔가 내가 속인 거 같잖아......... 나 변탠가요. 왜 이런게 넘 좋지...ㅎ
아니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이거 내 맘속 명대사...... 끄앙 이런 거 넘 좋아ㅠ
오늘도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제 글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셨다면 댓글 한 번씩만 부탁드릴게요! 아주 아주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