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하면 좋아요..!
인물소개 글 먼저 읽어주세요'-'
https://instiz.net/writing/15064194
* 이 글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스토리 전개 및 캐릭터 설정의 유사성이 있음을 미리 공지드립니다. *
* 제가 다른 필명으로 연재했던 의학물의 내용이 일부 수정되어 삽입되었습니다. 글의 특성상 인물이 많으므로 사진 역시 많이 첨부되는 점 양해해주세요'-' *
낙원(樂園)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
낙원. 사전적으론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바로 이 곳.
우린 우리의 환자들에게 낙원이 그런 의미로 남길 늘 소망한다.
.
.
낙원.
이 단어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편안해 지는 곳, 누군가에겐 위로를 얻는 곳, 누군가에겐 즐거운 곳.
그리고 여기.
안 아프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아가들의 편지를 받고 돌려 보면서 귀여워하고, 별 일 아닌데 호들갑떨어서 죄송해요... 민망해하며 인사하는 누군가의 가족들을 괜찮다 달래주기도 하고, 살리지 못한 환자들로 눈물짓기도 하면서 사람을 살린다는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이번 일주일 168시간 중 168시간을 병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오늘도 낙원은 행복하다.
――――――
여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병원은 아니다. 비교하자면 '한국대학병원' 하면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분원인 '낙원' 하면 아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그림이랄까. 아, 그렇다고 저기 시골 산골짜기에 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환자가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럼 낙원은 언제 생겼고 누가 만들었는지 살펴볼까? 3년이라는 꽤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하지만.
현재 한국대학병원의 재단 이사장인 김 회장은 제2의 한국대학병원을 꿈꾸며 병실 적지 않고 장비는 빵빵한 건물을 하나 세웠다. 그 소식은 당연하게도 일반외과 교수 취임을 석 달 앞둔 김 회장의 손자, 김석진의 귀로 들어갔다. 남들은 라인 하나 잘 타서 쉽게 가려는 길을 제 손자는 누굴 닮았는지 늘 개척을 하고 싶어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 할아버지가 재단 이사장이니 모른 척 살짝만 얘기해도 꽃길로 쫙 깔아줄 텐데.
“그거 저 주세요.”
“내가 네 놈 뭘 믿고? 평생 해본 거라곤 환자보고 수술하는 거 밖에 없는 놈이. 넌 경영이 애들 소꿉장난인줄 아냐, 이놈아.”
“제가 괜히 김 회장님 손자겠어요?”
“난 너처럼 바른 신념 같은 거 없다. 의사 손자가 있어도 할애빈 그저 장사꾼이야. 나한테 이익을 줄지 손해가 될지가 더 중요한.”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딱 1년만 통 크게 지원해주세요. 더 안 바랄게요.”
“데러갈 애들은 있고?”
“제가 꿈꾸는 낙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밌는 친구 하나 있어요. 정 원장님은 데리고 있기 좀 버거워하시는 거 같아서 그 친구만 데려가고 나머지는 뭐.. 지들이 오고 싶으면 알아서 오겠죠. 아, 기왕 투자하시는 김에 간판도 좀 바꿔주시고.”
“생각해둔 이름이 있나보네?”
“낙원이요.”
“낙원?”
“멋있는데 기왕 의미도 있으면 좋잖아요.”
그리고 김석진이 꿈꾸는 낙원. 그 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밌는 친구는 바로 이 사람이다.
"전 선생. 너 저거 마무리 좀 해."
"네, 선생님..."
"정채령 선생? 너 혹시 지금 네가 인턴이라고 착각하고 있니?"
"죄송합니다..“
“아니.. 너흰 왜 내가 질문만 하면 죄송하대?”
“....죄송합니다...”
"또 죄송... 그래서 넌 여기서 언제까지 원장님 딸일 예정이야?"
"네?"
헉. 응급실 사람들 모두의 입에서 똑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 한사람. 전공의 2년차 박지민만 빼고.
그는 제 이마를 슬쩍 긁적이곤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또 시작이네. 라며 작게 내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나 원장님 딸이고 나발이고 이해를 못하겠어서 그래. 나만 이상한 사람인 거 아니잖아. 그동안 스탭 선생님들, 펠로우 선생님들이 네 오만가지 실수들 전부 눈감아주시니까 상황 파악이 안 돼?"
"........"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경영을 배우지 그랬어? 뭐 하러 굳이 힘들게 의대를 나와서 이 고생을 해. 뭣도 아닌 4년차한테 욕이나 먹고."
"........"
“이번 주에만 응급실에 환자가 몇 명이 왔었는지는 아니?"
“......."
"그럼 네가 응급실에 하도 안 붙어계셔서 1년차인 네가 할 일을 다 남들이 한 건 아니?"
"야, 너 지금 뭐해!"
이여주와 신준영. 본과 1학년과 4학년이던 시절부터 EM(emergency medicine: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차와 OS(Orthopedic surgery:정형외과) 펠로우가 된 지금까지 둘은 사사건건 부딪히던 사이였다. 준영은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권위적이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권력자들에겐 한없이 빌빌거리고 굽실거리기로 유명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서. 그에 반해 여주는 대학시절부터 누구의 라인을 탄다거나 높은 사람에게 잘 보여야할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다. 굳이 찾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고. 그래서 부당한 일이 생기거나 불합리하다 여겨지는 일이 생기면 할 말은 하고 살았다. 그게 선배가 됐건 교수님이 됐건. 아, 물론 환자의 보호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대학병원 ER(Emergency Room:응급실) 또라이로 유명했지.
그리고 지금 둘이 피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싸울 준비를 하는 이유는 바로 병원장의 따님 되시는 전공의 1년차 정채령. 응급환자 인투베이션(intubation:기도 삽관) 시켰더니 식도로 넣어서 앰부(ambu:호흡보조기) 짤 때마다 환자 배가 오르락내리락 하자 선생님, 환자가 이상해요. 하면서 엉엉 우는데 그 순한 박지민도 짜증이 난 와중에 이여주가 빡치지 않았을 리가.
"너 뭐하냐고."
"보면 모르세요?"
"그러니까 네가 뭔데."
"하... 전 아래연차 혼도 못 냅니까?"
"내가 저번에도 경고했지. 알아서 몸 사리라고."
"저도 선배나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게 진ㅉ,"
"그리고."
"........"
"저희 신경 쓰시기 전에 OS나 잘하세요. 응급실에서 뭔 호출을 하면 누구라도 연락이 돼야 할 거 아니에요. 맨날 김남준 선생님 불러요?“
"야!"
제게 시킨 일을 마무리하던 1년차 전정국은 저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펠로우 선생님을 들이받고 있는 여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제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우리 여주쌤 저러다 잘리는 거 아니에요...? 의 의미를 가득 담아 제 옆에 서있는 2년차 박지민에게 눈빛을 보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물론 박지민은 전혀 반응해주지 않았다. 그저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맨날 걸어오는 신준영이 한심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제가 본 것만 벌써 다섯 번째다. 지가 먼저 선빵을 날리고도 K.O로 지는 싸움만 다섯 번. 병신인가.. 따지고 보면 여주는 틀린 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정채령은 대체 저 머리로 의대 어떻게 졸업했나 싶을 정도로 실수를 너무 많이 하거든. 불과 이틀 전에도 비슷한 일(페니실린(penicillin:항생제)을 주사하라 오더를 내려놓고 차팅은 해놓지 않았고 심지어 반응검사를 하지도 않아서 환자는 페니실린 쇼크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알러지 증상의 심한 형태) 라는 사이드(side effect:부작용)가 생김) 이 있었다.
"그리고 쟤는 우리 소속인데 남 이사 칭찬을 하던 혼을 내던 OS가 무슨 상관이에요."
"넌 선배가 우습냐?"
"꼭 정채령하고 관련된 일에만 선배노릇 하시는 게 좀 우습긴 하네요."
"이 새끼가."
"어머, 저 우리 엄마 새낀데요. 그리고 제가 지금 쟤를 혼내는 게 정말 문제가 되는 거면 원장실로 불려가겠죠. 징계위원회도 열릴 거구요. 감봉, 정직 아님 모가지? 징계사유가 뭐가될지 그건 좀 궁금하긴 하네요."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제 잘잘못은 그때 가서 판단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선배는 좀 빠지세요. 마무리 다했니? 전 선생?"
"네, 선생님!"
낙원의 마스코트 자리를 꿰찰 인물은 바로 그 때 탄생했다. 왜 하필 오늘만 살고 죽을 사람처럼 들이받는 이여주를 보고 탄생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저런 모습마저 멋있다며 두 눈을 반짝거리는 저 어린영혼을 어찌하면 좋을꼬...
낙원의 마스코트 전정국.
그 시작은 이여주 덕후였다.
――――――
“선배. 여주쌤 너무 멋있지 않아요? 나 진짜 반한 거 같아..”
“...미친 인간이 하나 더 늘었어...”
“나도 저런 사람이 될래요..”
“그래... 꼭 저런 사람이 되라...”
박지민은 평화를 사랑한다. 시기, 질투, 미움, 다툼 등등 박지민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던 단어들이다. 근데 그걸 이 병원 와서 맨날 본다. 저기, 저 이여주 선배 때문에. 정말 그만 둘까? 오늘이 그날일까? 매일 생각하지만 매일 생각만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 만나기 전까진 절대 그만 못 두지. 아무튼 전정국에게 지금은 그러지 말라고 백 번 얘기해도 들리지도 않을 테니 제 정신 차릴 때까지 잠깐 멀리하리라 아무도 모르게 다짐하는 지민이다.
아.
김석진은 왜 이여주를 재밌는 친구라고 했는지 충분히 알 것도 같다.
――――――
당분간은 낙원의 탄생기에 집중..!
전정국 저 동동거리는 짤 쓰고 싶어서 마스코트로 만들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