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 Noir w.P 번외 신청 받고 있어요. 보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담 언제든지 댓글로 찔러 주세요. 하트. * 쩝, 쩝. 경수의 집 안은 경수가 열심히 연어 샐러드ㅡ백현이 만들어 준ㅡ를 먹는 소리로 가득했다. 찬열이 샐러드를 열심히 씹는 경수의 빵빵한 볼을 콕 찌르며 말했다. 맛있어요? 경수가 한 입을 더 밀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찬열이 그쪽을 힐끗 보더니 천천히 먹어요, 하자 경수가 찬열을 보다가 포크로 샐러드를 쿡 찍어 찬열의 입에 들이민다. 찬열이 받아먹으려 입을 벌리자 백현이 포크를 훅 채 가더니 씩씩거린다. 경수 먹일려고 만든 거지 그쪽 먹이려고 만든 거 아니거든요. 찬열이 코웃음치더니 말했다. 경수 씨가 주고 싶다잖아요. 백현이 주눅 든 표정을 짓더니 포크에 찝혀 있는 샐러드는 제가 쏙 먹고 경수에게 빈 포크를 건네자 경수가 울상을 지었다. 찬열 씨 주려고 했던 건데…. 백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괜찮아요. 경수 씨 다 먹어." "그래도요." 종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세 사람ㅡ정확히는 두 사람, 찬열과 경수였다ㅡ을 번갈아 주시하면서 핸드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찬열이 종인을 흘긋거리다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종인이 무슨 짓이냐는 듯 고개를 들어 찬열을 응시했다. 찬열이 웃으며 말했다. 경수 씨 일 하는 곳 사장이시라고요. 종인이 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찬열이 웃으며 비수를 꽂았다. 사장이시면 고용한 사람 집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됩니까? 종인이 순간적으로 발끈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찬열이 피식 웃으며 경수의 입가에 묻은 발사믹 식초를 손가락으로 닦아 주었다. 경수가 아앗, 하고 작게 신음했다. "다 먹었어요?" "음, 네." 찬열이 경수의 손에 들려 있던 접시를 백현에게 내밀면서 눈짓하자 백현이 분한 표정을 짓더니 접시를 받아들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백현이 주방으로 사라지자 쏴아아, 하고 싱크대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경수는 찬열의 옆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아, 맞다. 하며 제 무릎을 탁 치고는 일어서서 제 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찬열이 이때다 싶어 종인에게 말했다. 형, 요새 어지간히 할 짓 없나 보다. 찬열의 말을 듣자 종인이 미간을 찌푸리곤 찬열을 보았다. 새끼야, 넌 눈치도 없냐. 찬열이 딴청을 피우며 대꾸했다. 무슨 눈치? 종인이 작게 말했다. 형이 대충 작업 걸고 있는 거 눈치 챘음 얼른 발 빼야 하는 거 아니야, 임마. 종인이 눈을 부라리자 찬열이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진 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누구 맘대로 발을 빼고 말고야, 웃기시네. 나도 쟤 맘에 들거든. - 사실, 경수와 백현이 모르는 게 있다면…. 종인과 찬열은 사촌 지간이었다. 둘은 나이 차이도 한 살밖에 되지 않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사고도 쌍쌍으로 많이 치고 다녔었다. 지금은 그나마 번듯하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이 같이 다니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종인이 이내 주먹을 쥐어 보이며 찬열에게 말했다. 얌마, 쟤 내 꺼라고. 하자 찬열이 새끼손가락으로 제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하며 말을 툭 뱉었다. 니 꺼 내 꺼가 어디 있냐. 경수 씨가 물건이야? 하자 종인이 토하는 시늉을 하며 경수 씨라고? 너 사람 코스프레 하지 마라. 하자 찬열이 사람 코스프레 아니니까 좀 닥쳐, 형. 이라며 종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종인이 찬열을 쏘아보았다. 그 때 타이밍 좋게 경수와 백현이 다시 거실로 등장했다. "찬열 씨, 이거요." 경수가 찬열에게 와인 한 병을 내밀었다. 와인은 갓 와인 셀러에서 나온 듯 차가웠다. 오늘 고마웠어요. 경수가 수줍은 듯 웃자 찬열이 와인을 받아 들고 고맙긴요. 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백현과 종인은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찬열을 보았다. 저런 축복받은 새끼. 종인이 속으로 생각했다. 나한테는 와인 한 병만 달래도 안 주더니만. 백현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연어 샐러드까지 만들어 줬는데…. 둘이 상념에 잠긴 동안 찬열이 와인 라벨에 붙은 이름을 쭉 훑었다. Andre Dezat, Sancerre rosé. 로제 와인이네. 찬열이 작게 읊고는 경수에게 말했다. 이거 피노 누아로 만든 거예요? 하자 경수가 놀란 눈을 한다. 어떻게 아셨어요? 찬열이 웃으며 말했다. 경수 씨는 피노 누아로 만든 거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찍어 봤는데, 맞췄네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화기애애해지자 종인이 쳇, 하고 혀를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가 종인을 보자 내일 늦지 말고 출근이나 잘 해, 하더니 성큼성큼 걸어 현관으로 향하자 백현이 당황한 눈치로 쫄쫄 종인을 따른다. "아, 안녕히 가세요…." "됐거든." "내일 봐요, 경수야!" 두 사람이 빠르게 사라지고 나자 집 안이 정적에 휩싸였다. 찬열이 슬슬 일어나려 하자 경수가 우물쭈물한다. 찬열이 할 말 있냐며 다정하게 묻자 경수가 우물우물하며 말을 자꾸만 삼켰다. 찬열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찬열이 이내 아, 하고는 웃었다. 이거 마시고 싶죠. 하자 경수가 아, 아니예요.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찬열이 에이, 하며 난 이거 마시고 싶은데요. 지금. 하자 경수가 눈을 빛내며 오프너 가져다 드릴까요, 했다. 찬열은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으, 박찬열 씨발 놈." "…아는 분이세요?" 이 망할 새끼가, 내 껄 가로 채다니. 입술 새로 자꾸만 찬열을 향한 욕지기를 쉴새 없이 내뱉는 종인에 백현이 조심스레 묻자 종인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알다마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종인에게서 연신 들렸다. 이내 백현이 무슨 사이냐며 캐묻자 종인이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백현이 종인을 추궁했지만 종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백현은 답답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대체, 난 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냐며 백현이 속으로 자신을 질책했다. 종인은 짜증이 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 "루한, 나 왔어."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나를 반갑게 맞았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서 가만히 웃었다. 잘 다녀왔어? 묻는 그에 고개만 끄덕였다. 어땠어, 괜찮았어? 그가 계속해서 묻자 넌더리가 났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중증이던데, 하자 그가 푸우, 하며 웃더니 원래 그 쪽 사람들은 다 그런가보지, 하며 내 등을 연신 토닥였다. 나는 피곤하다며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가 많이 피곤하냐며 어깨를 감싸 안아 왔다. 나는 그에게 반쯤 쓰러질 듯 기대어 있었다. 그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겠냐며 안쓰럽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나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걘 아파 봐야 돼. 뭐든지 사람은 아파야 성장하는 법이잖아. 안 그래, 루한? 내가 말하자 루한이 넌 정말 말썽쟁이라며 작게 웃었다. - "김종인?" 네가 왜 또 여기에 왔냐는 투로 말하는 눈 앞의 남자를 종인은 가볍게 무시하곤 그의 집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 오늘만 여기서 좀 재워 주라. 하자 남자가 푹 한숨을 쉬더니 침대는 안 돼, 라며 소파를 가리켰다. 종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소파에 걸터앉자 남자가 바닥에 앉아 저를 보며 말했다. 요 며칠간 계속 안 와서 집 다시 들어간 줄 알았다, 새끼야. 종인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집엔 죽어도 안 들어갈 거야. 남자가 못 들은 척 대꾸했다. 와인 하우스는 잘 되어 가냐? 하자 종인이 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종인이 입을 열었다. "박찬열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 "뭐가, 하우스가?" "아니, 내 연애 사업이." 종인이 잔뜩 풀이 죽어 말하자 남자가 미친 놈, 하며 낄낄댄다. 종인이 팍 씨, 하며 웃지 말라는 시늉을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연신 실없이 웃었다. 남자가 이내 눈꼬리에 찔끔 나온 눈물을 손으로 훔치곤 말한다. 김종인이 연애 사업도 할 줄 알았냐? 하자 종인이 발끈한다. 내가 뭐 어때서. 남자가 큭큭거리며 김종인 니 성격으론 연애는 무슨 사람도 제대로 못 만날 것 같더니만. 하자 종인이 남자의 머리를 툭 쳤다. 남자가 왜 때리냐며 성질을 내자 종인이 그게 때린거냐, 하고 응수한다. "이래서 니가 애인이 없는 거라고." "시장새끼가 말이 많다." 종인 눈 앞의 남자, 세훈이 신경질을 내었다. 그 별명은 이제 신물이 난다고. 하자 종인이 픽 하고 웃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변백현 혼자 있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박찬열까지 가세하다니. 세훈이 불쌍하다는 듯 그를 동정하며 혀를 쯧쯧 찼다. 종인이 우는 시늉을 하자 병신 새끼, 하고 떨어져 나간 건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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