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7월 8일03 w.기분이나쁠땐 머쓱함도 잠시 루한의 친절한 웃음에 민석은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어....음....처음 수업은....인사나 배울까요?" 수업준비도 제대로 안되있는 루한의 모습에 민석은 작게 웃음이 났다. '그래도 명색에 원장선생님인데 저 어색함은 뭐람..' 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김민석학생! 조용히하세요! 자자! 수업시작이에요. 그래도 첫 수업이니...자기 소개! 좋아요! 자기소개합시다! 자 김민석 학생 먼저해보세요!" 비록 수강생이 한명밖에 없는 중국어강좌였지만 루한은 마치 한반에 10명 남짓 있는 단과학원 강사처럼 말했다. "뭐해요? 어서 자기소개해요!" "저..자기소개는 아까 상담일지 하면서 충분히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김민석학생. 상담일지는 상담일지고 자기소개는 자기소개에요. 그리고 내 소개 안 궁금해요?" 커다란 두 눈을 더크게 뜨며 묻는 루한의 물음에 민석은 그만 기에 눌려 고개를 주억이고 말았다. "좋아요. 내 소개가 궁금하단 말이죠? 그럼 민석학생 먼저 일단 소개하고 제 소개하는 걸로 하죠. 자. 해봐요." 단둘이. 그것도 건장한 남자 둘이서 있는 교실에서 자기소개를 하려니 민석은 영 어색하고 오글거렸다. 그래도 왠지 자신의 자기소개를 안하면 루한의 자기소개도 못듣는 것이고 그러면 루한이 아까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위협할까봐 민석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민석이구요..20살..대학교 신입생입니다..대학교는 김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구요.. 취미는 집에서 쉬기 입니다..다른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아마도 마지막말은 민석이 빨리 자신의 자기소개를 넘기고 오글거림도 넘기기 위함이였을 것이다. "저. 있습니다." "네. 루..한 선생님.. 말씀하시죠.."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집요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오는 루한 덕분에 민석은 살짝무서움을 느꼈다. "핸드폰번호. 가 뭐에요?" 예상외의 질문이였다. 아마도 민석은 왜 학원에 오게 됬는지 라던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를 물어볼 줄 알았지만 전자도 후자도 아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아까 상담일지에서 루한이 핸드폰번호를 묻지 않았다는 것에 이 상황이 수긍 되었다. "아..저는..핸드폰이 없습니다." "맙소사.. 이런 디지털 시대에 핸드폰도 없어요? 심지어 외국인인 나도 아이폰 들고 다니는 시대인데...아..아이폰은 세계공용인가..아무튼..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네요.. 김민석학생. 됬어요. 자리에 앉아요. 이정도면 된 것 같네요." 생각했던 것보다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자신의 차례가 끝났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 민석은 작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아..그럼 이제 내 소개군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까 원장실에서도 알려드렸듯이 루한입니다. 이학원 원장 겸 하나뿐인 강사구요. 나이는 24살. 좀 젊죠? 그게 바로 저희 학원의 매력입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왔습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이유는 연세대학교 한국어학원에 재학 중이여서 그렇습니다. 취미는..편지쓰기 입니다. 더 궁금 한 거 있으신 분?" 독특한 억양으로 그리고 많이 해본듯한 솜씨로 능수능란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루한은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는 몸짓을 하며 질문할 것 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저...궁금한게 있습니다. 지금 상당히 젊은 나이이신데 왜 벌써 학원을 차리신거죠..?" "김민석학생. 방금 굉장히 내 허를 찌르는 질문이였어요. 꽤나 예리하네요. 그런질문도 할 줄알고....제가 24살의 젊은 나이에 학원을 차리게 된 이유...글쎄..이유라..음..편지를 쓰기 위해서...?" "누구한테요?" 민석이 되묻는 순간 루한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에 또 아까처럼 자신이 실수한 건가?라는 생각에 민석은 급하게 사과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루한이 좀 더 빠르게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민석군. 미안한데 상담일지에 빼먹은 주소 좀 적어줘요." 순간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은 민석은 자신의 입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고작 말실수 했다고 저리 쪼잔하게 구는 루한도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일단 민석은 상담일지에 자신의 집주소를 적고 조용히 학원을 나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녹초가 된 민석은 오늘 하루를 곰곰히 곱씹어 보았다. 뒹굴거리다가 문득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게 중국어였고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겨 중국어학원에 등록을 했고..그리고 거기서 루한을 만났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간단했던 일과였는데 오늘 하루 루한과의 만남에서 뭔가 꼬였나보다. 루한과 만났던 일을 곱씹어보니 머리가 핑글 도는게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앞으로 중국어 수업은 힘든 수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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