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앞두고 마지막으로 본 세훈이 |
세훈이는 그 편지를 준 뒤 일주일에 한번 씩 학교를 오다 이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 그리고는 오지 않았다. 학교에 왔을때도 항상 지각하고 내가 말 걸 시간도 없이 1교시가 끝나면 바로 매니저와 가버렸다. 그렇게 졸업을 맞이했다. 나는 항상 일찍 등교하는 편이라 졸업식인데도 일찍 학교를 왔다. 9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8시에 이미 학교에 왔다. 등교하는 길, 어제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등교했다. 졸업식을 하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었지만 교문에는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 맨들과 기자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점검을 하며 촬영 준비를 하고있었다. 우리학교에 연예인은 세훈이 밖에 없는데 이렇게 많은 카메라가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음악프로에서 항상 세훈이가 속한 그룹을 초대형신인이라고 소개했었는데, 그게 사실 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교실에 들어오니 조용했다. 벌써 졸업이라니. 감회가 남달랐다. 내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수신인에 자연스레 세훈이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메세지를 입력했다.
벌써 졸업이야. 시간 참 빠르지? 네가 음악방송 본방사수하라고 해서 이 때까지 전부 다 그랬는데. 인증샷도 준비했는데.전화하니까 없는 번호로 나오더라. 데뷔했으니까 핸드폰 없는게 당연한 건데 그래도 좀 서운해. 그리고 그렇게 편지만 주고 가는게 어딨어. 나 아직 대답도 못했는데 네 맘대로 연락도 안되고 나 답답하게 보낼지 말지. 수십번을 고민했다. "데뷔한지 6개월도 넘었는데...핸드폰 다시 샀겠지? 번호 다르면 어떡해.." 핸드폰을 잡고 머리를 헝클여뜰였다. "오세훈 진짜.. 나 보고 어쩌라는거야!!" ♩♪♬~ 문자알림음이 울렸다. 아침부터 무슨 문자야. 손에 잡고 있던 핸드폰을 보았더니 문자는 오지 않았다. 더 중요한건, 메세지를 전송해버렸다. 어..? 그럼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오랜만이네" 세훈이었다. "야아...오세훈!!" 나는 기쁨반 원망스러움 반으로 울먹이며 세훈이 앞에 섰다. "너..이씨... 연락도 안하고..학교도 안오고...날라리 다 됐어 진짜..." "내가 안하고 싶어서 안한게 아니라 못한거야. 근데, 이거 뭐야?" 세훈이가 내가 보낸 문자를 나에게 보여주며 핸드폰을 흔들었다. 왠지 모를 창피함이 갑자기 밀려왔다. "야 오세훈! 보지마!! 보지마!!" 안 본사이에 키가 더 커졌는지 팔을 쭉 뻗어서 핸드폰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점프를 해도 닿이지를 않았다. "오세훈!" 눈을 위로 치켜뜨며 세훈이를 째려봤다. 세훈이는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나를 안았다. 긴 팔로 내 등을 감싸고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빗겨주었다. 보고싶었던 세훈이가 내 앞에 있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눈물이 났다. "울지마..미안해 응?"
"나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면 졸업식 때부터 카메라들이 나 계속 찍을꺼거든? 인터뷰도 엄청 많이 해야돼. 그래서 너랑 얘기하고 사진 찍을 시간이 없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너 대답들으려고. 편지 다 읽었지? 너 좋아해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이"
"나도, 좋아해 세훈아."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입꼬리를 올렸다가 눈썹을 움직였다가. "너 왜그래?" "너무 좋아서..나 어떡해 오늘 인터뷰하다가 네 생각나서 말 못하고 웃을 것 같은데.." "뭐야 오세훈~" ♩♪♬♩♪♬~ "매니저형 전화왔다. 잠시만" "응" "네?아,이제 갈게요. 사물함 정리할게 좀 많아서요. 네." "이제 가야 돼?" "이제 가야겠다. 졸업식 다 끝나고 문자할게. 졸업식 하는데 너랑 문자하다가는 팬들한테 다 들켜. 알지? 렌즈 이만한거.그걸로 나를 찍는다니까." 큰 카메라를 들고 자신을 찍는 팬들이 신기했던지 무용담처럼 늘어놓는데, 그게 너무 귀여웠다. 데뷔 전이나 지금이나 ,1학년 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어서 참 좋다. 세훈이는 항상 한결 같다. 뭐든지간에 한결같은건 좋은거니까. "00아" "응?" "졸업선물 줄게. 이리와봐" 세훈이가 내 허리를 안더니 점점 내 얼굴 가까이에 왔다. 세훈이가 눈을 감자 나도 눈을 감았다. 부드럽고 촉촉한 세훈이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처음이라 어설프지만, 서로의 혀를 맞대고 말캉한 혀의 촉감을 느끼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다. 짧았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내가 세훈이를 쳐다봤을 때, 세훈이의 볼이 발갛게 물들여져있었다. 나도 그랬겠지? 마지막으로 나를 꼭 안아주고 귀에 대고 말했다. "우리, 이제 절대 떨어지지 말자.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 좋아해"
|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