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책상에 엎어져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영 심상치가 않다.
고개를 팔 깊숙히 묻은 채로 앞에서 재잘대는 동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얘기 들었냐?"
"뭔 얘기."
"어제 무용과 뒤집어졌대. 밤에 캠퍼스에 불난거 무용과 과대 때문이라며?"
"대박, 또 차학연이야? 그래서?"
"뭘, 경찰 오고 난리도 아니었지. 학교에 소방차까지 들어왔었는데 왠만한걸로 넘어가겠냐?"
맙소사. 이제 불이라니. 불.
무용과 과대가 어딜 가나 별의별 사고를 몰고 다닌다는건 이제 캠퍼스 내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그 애를 아는 사람들의 아침인사는 '오늘은 무사고!' 게다가 이젠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사라 어딜가나 시선을 끈다. 사고도 사고지만 도대체 그 사고들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태반이라 더 관심이 집중되는 걸지도.
"이번엔 또 왜? 이번에도 그 영감인가 찾으라 그랬나."
"모르지 나도. 아무튼 요새 좀 잠잠하다 했어."
근데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지. 이정도 스케일의 일을 벌였으면 진작 전화가 왔어야 하는데. 이마를 받치고 있던 오른손으로 뒷목을 주무르며 고갤 들었다. 옆자리에 놓아둔 가방 깊이 손을 넣고 휘저었다. 여기 어디 있을텐데. 곧 손에 딸려오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화면을 켰다. 부재중 전화도 찍혀있질 않다. 문자도 없고. 보나마나 그놈의 영감을 얻는다며 설치다가 사고를 쳤을 게 분명하다. 밤에 뭘 했길래 불까지 나. 폭죽이라도 터뜨렸나. 전화를 해 보려는데 담당 교수가 들어왔다. 아, 조금 아쉬워 홈 화면을 채운 그녀석의 얼굴을 한번 쓸어보고 화면을 껐다. 기분이 별로다.
"자, 과제는 이번 주 금요일 정오까지. 수업 끝!"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사실 그 녀석 생각에 강의 내내 집중이 잘 안 됐다. 근데 여지껏 연락이 없다. 전화를 걸었더니 신호가 꽤 오래 간다. 정말 무슨 일 있나.
"여보세요."
아, 받았다.
"왜 전화 안했어?"
"...벌써 들었냐? 하여튼 소문 빨라."
"이리로 와."
"어딘데, 강의실?"
"응."
다행히 목소리는 멀쩡하다. 이정도로 제 속 썩일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걱정이 된다. 데리고 나가서 밥이라도 먹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