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쩌는 카페 사장님 좋아하기
보는 사람까지 안쓰럽게 입술을 꽉 깨물고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여주를 보던 기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옆에서 그런 기현과 여주를 보고 안절부절못하는 카페 직원들. 야, 임창균. 그때 그 정적을 깨고 기현이 창균을 불렀다.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불려서 놀랐는지 흠칫, 몸을 떤 창균이 기현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여주 데려다주고 집 가."
"어...?"
"........"
여주를 향해 고개짓 하며 말하자 창균은 이미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다시 되물었다. 늦은 시각에 여자 혼자, 그것도 어린 여고생 혼자 보낼 수 없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는 자신이 데려다줄 수 없으니 창균에게 부탁한 것이다. 일종의 배려. 그것을 알기에, 자신에 대한 마음은 없지만 그저 매너라는 걸 알기에. 매몰차게 오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또 한 번 자신을 설레게 하는 기현이 짜증이 났다. 밉다 진짜. 사장님.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어... 아니야, 꼬맹아. 데려다줄게. 가자."
"됐다구요."
창균이 아직까지 바닥을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여주 한 번, 그런 여주를 아무 표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현 한 번. 눈치를 보며 여주의 옷을 끌었지만 그런 창균의 손길을 쳐냈다. 그리고는 거칠게 눈물을 닦고는 뚜벅뚜벅 혼자 걸어가는 여주를 잡을 수 없었다. 흐으.... 진짜 짜증 나 유기현. 애들에게서 멀어지자 그제서야 입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 여주가 혼자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페 사람들은, 그런 여주를 안쓰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유기현 너도 참..."
"뭐가."
"굳이 우리 있는 데서 그 말을 해야겠어? 다음에 하던가. 하다못해 오늘 하더라도 우리 없을 때 하던가 했었어야지."
민혁이 조금은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기현에게 말했다. 그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직 어리잖아. 왜 상처 줘."
민혁은 기현을 쳐다봤지만 여전히 기현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나도 알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금세 또 올 여주라는 걸 알았다. 한창 자라나는 아가한테 큰 상처를 준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쟤 부모여도 독서실 다닌다고 믿고 있는데 딸이 다 늙은 아저씨 하나 따라다니고 있다는 거 알게 되면 억장이 무너질 거 같거든. 그래서 내가 먼저 끊어 내는 게 맞다.
민혁의 말에도 여전히 아무 표정 없던 기현이 차갑다 못해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래야 안 와. 쪽팔려서."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여주 보고 싶다."
"그러게. 삭막한 우리 카페에 꽃이었는데."
벌써 여주가 이 카페에 발을 끊은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보는 사람까지 밝아지게 하는 여주를 모두가 그리워했다. 아, 기현 빼고. 물론 카페 직원들에게 티를 안 낼뿐, 자기도 문득문득 사장님! 하고 예쁘게 웃는 여주가 생각나긴 했다. 또 여주처럼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보면 여주가 생각나고. 미친 거지. 고작 한 달인데, 언제 그렇게 정이 들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매정하게 쳐내고 보고 싶어 하는 건 무슨 심보야. 라는 생각에, 대놓고 여주 보고 싶다고 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여주 이름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에 올린 적 없었다. 그게 여주한테도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니까.
여주 얘기를 들은 기현이 급격히 피로해짐을 느끼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잡담 작작하고 일해라 일. 월급 안 받고 싶나 봐."
싸늘한 기현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기현 눈치를 보던 카페 직원들은 각자 일을 하러 갔다. 요즘 손님들이 많아져 기현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가게를 축소시키던가 해야지 죽겠네 진짜. 물론 사장이라는 명목하에 제일 쉬운 카운터만 맡고 있긴 하다만.
네 시. 한창 바쁠 시간이었다. 주변 고등학교들이 끝날 시간이기 때문. 그래서 이 시간만 되면 유독 여주 생각이 많이 났다. 여주도 항상 학교 끝나자마자 왔었는데. 어느새 또 여주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니 그저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여주 생각을 해서일까. 나 이제 헛것도 보나? 왜 여주가 보이지. 지금 막 학교가 끝났는지 가방을 메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 여주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카운터에 있는 기현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는 뚜벅뚜벅 기현에게로 걸어갔다.
"어.... 꼬맹이 너...."
대걸레로 바닥 청소를 하던 창균이 여주를 발견하고 놀란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미 여주 눈에는 기현밖에 안 보이는 상황. 창균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자신을 부르는 창균을 지나친 여주가 카운터에 있는 기현 앞에 섰다.
"... 주문하시겠어요?"
마주 보고 선 둘. 여주가 왔다는 창균의 부름에 서빙하고 있던 형원, 음료를 만들고 있던 민혁까지 다 나왔다. 인사라도 건넬 줄 알았는데 그저 여주를 손님으로만 대하는 기현의 태도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저 형도 여러모로 참 독하다, 독해. 기현의 말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던 여주가 곧바로 시선을 바로잡았다. 그리고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종이 한 장을 기현 앞으로 펼쳐 보였다.
이게 무슨..... 기현이 자신 앞에 보이는 종이를 보았다. 이건.... 성적표? 그 종이에는 성적표라는 글자랑 '김여주' 라는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그런 여주의 행동에 종이를 보다가 시선을 바꿔 여주를 내려다보자 결의에 찬 여주 얼굴. 아직까지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여주가 꽤나 당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여줘요,"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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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주 존멋!!!! 저렇게 당차고 멋있게 고백(?) 했는데 유기현도 이제는 좀 받아줘라!!!
오늘 포인트는 기현이가 여주 생각을 문득문득 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감정이지만 안 보이니까 보고싶은..... 그런ㅎㅎㅎ
아 그리고 갠적으로 이래야 안 와. 쪽팔려서. 이것도 ㅠㅠㅠㅠㅠ차갑게 말하는 유기현 섹시하지 않나요.... 난 내가 쓰고도 혼자 설레주금....
오늘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그럼 전 편 댓글 보러 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