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왕자. 그 말이 딱 맞았다.
마치 우리 둘 사이에만 시간이 정지된 듯 그가 다가오는 몇 안되는 짧은 거리가 너무나 멀어보였다.
솔직히 엄청 놀랐다. 나도 아니고 그가, 스타트 실수라니.
그 순간 자신의 행동에 경악으로 물든 그의 표정. 내가 있는 레인에서도 덜덜 떠는것이 보일 정도로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심판측에서 경기 진행상에서의 잘못을 인정해 그는 1500m 경기에 무사히 참가 할 수 있었다.
많이 당황했을텐데도 그는 당당히 1위를 가져갔다.
난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같은 건 전혀 없었다.
1위를 한 그를 축하해주기 위해 그가 있는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에 내가 본 것은 정말 서럽게 울고있는 그였다.
정말 보는사람이 다 가슴이 아릴정도로 너무나 서럽게 울어 내 코끝이 찡해질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후, 쑨은 벌 때같이 물려드는 기자들을 모두 헤치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계속 우는 그를 계속 세워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얼른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사람들의 시선이 멀어지자마자, 그는 참았던 것을 모두 털어내듯, 큰 소리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I was..I was so scared....I thought it was a starting sign..but..it wasn't...!!!
When I came out of water...everyone was looking at me.....They seem to be blame my stupid mistake......(나..나 너무 무서웠어......난 그게 출발신호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물에서 나올 때 모든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고 있는데...그게 마치 그들이 내 멍청한 실수를 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그의 모습에 아테네에서의 내가 겹쳐졌다.
예전에 내가 부정출발로 탈락될 때의 그 마음이었다.
모든사람의 기대를 한순간에 져버리게되는데에 대한 두려움....그리고 자책감.....내가 직접 겪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는 끅끅 울면서도,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 순간의 감정을 내게 털어놓았다.
무섭고 불안했다고, 시도조차 해보지못하고 패배자가 되는것이 너무나 두려웠다고.....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눈이 퉁퉁 부은채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눈물을 흘리는 그가 너무나 여려보였다.
나보다도 훨씬 큰 그가 여리고 작은 어린아이로 보였다. 가녀린 어깨가 두려움에 젖어 속절없이 떨리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나는, 떨고 있는 그를 안아주었다.
내가 안아주는것이 아니라 안기는 꼴이 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팔을 벌려 그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가 나에게 해 줬던 것처럼, 간간히 딸꾹질을
하는 등을 쓸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그의 숨소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난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들어올려, 눈물자국을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러 닦아주었다.
으이구, 완전 애기구만.
아직도 촉촉한 눈망울로 날 바라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기강아지였다.
그리고 이제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그와 눈을 맞추며, 똑똑히 말해주었다.
You did your best. And, you also made the best. It's okay. Nobody will blame you. I am so happy that I could compete with you. It was one of the
most wonderful game that I experienced.(넌 최선을 다햇어. 게다가 결과도 최상이고. 다 괜찮아. 아무도 널 책망할 사람 없어. 난 너와 경기를 해서 너
무나 행복한걸? 오늘의 경기는 내 인생 최고의 시합 중 하나였어.)
그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었다. 역시, 그는 웃는모습이 제일 멋있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태양같은 웃음.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모르게 똑같은 표정으로 따라웃어버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가만히 있던 그가 갑자기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꼼지락거린다.
얘 왜 이래?
태....태환..........////
그가 내 팔을 들어 자신의 몸에 밀착외잇는 나의 가슴을 살짝 밀어낸다.
아, 여태 계속 안고있었구나-
아마 자기보다 작은 나한테 계속 안겨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나보다. 거기다가 지금은 수영복 차림이니 맞닿은 부분은 맨살.
내 팔에 닿는 그의 어깨가 뜨끈뜨끈하다.
같은 남잔데 뭐 어때-
흐흐...피부좋은데?
변태처럼 웃으며 슬쩍 그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분명 지상훈련도 했을텐데 한 10년 햇빛 못받은 사람처럼 뽀-얀 그의 어깨.
물이 말라 보송보송한 감촉이 좋아서 그대로 더 꾹 끌어안아 버렸다.
그러자, 쑨이 정말 펄쩍 뛰어오르듯이 놀란다.
태환..!!!let me go...!!!(나 좀 놔 줘...!!!)
얼굴이 시뻘겋게 홍당무처럼 변해버린 그가 나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나도 이래뵈도 남자고 운동선수다.
있는 힘껏 그를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필사적으로 날 밀어내자 나도 그가 점점 야속해졌다.
뭐야...내가 싫나? 내가 안아주는게 그렇게 싫으면 아까는 왜 얌전히 안겨있었어?
심술이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나도 1500m 경기후라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쑨을 그렇게 오랫동안 제압하고 있지는 못했기에, 쑨은 결국 내 팔을 빠져나갔다.
쳇- 실컷 위로해줬더니.
휙 뒤돌아서 버리는 그가 얄미웠다. 마음같애서는 등짝이라도 한대 때려버리고 싶다.
I..I will go to take a shower!(나..나 샤워하러 갈거야!)
뜬금없이 벌떡 일어선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며 샤워를 하겠다고 선포한다.
무슨 샤워하러간단 말이 전장에 선봉으로 나서는 장수처럼 우렁차?
그래-가려면 가라-
기분이 좀 상해 그에게 다정하게 잘 가라는 말은 못하겠어서 그냥 입다물고 있자,
그가 잊을 뻔 했다는듯 짧은 탄성과 함께 살짝 고개를 돌린다. 여전히 바알간 얼굴로 우물우물- 말을 한다.
Let's have a dinner together....please-(오늘 저녁 같이 먹자...)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휙- 돌리며 화장실로 뛰어간다.
훗. 귀여운 자식.
난 또 그 한마디에 금새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근데, 아까부터 계속 뭔가가 꺼림칙하다.
쑨이 아까부터 뒤돌아보지를 않는다. 말할 때도 얼굴만 돌리고.
그리고, 너 샤워하러 간다면서 왜 화장실로 가는건데?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이상하다. 평소엔 저렇지 않았는데, 오늘은 뭔가 약간 팔자걸음처럼 어기적거리며 걷는 느낌?
왜 저러지? 배가 아프나? 많이 급하나? 그래서 부끄러워서 샤워하러간다고 말한거야..?
정말,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가버리는 쑨의 수영복 뒷면이 유난히 팽팽하다.
쟤 정말 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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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흐흐흐흐흐......태환선수는 쑨의 불타는 속을 언제쯤 알아줄까요ㅎ
밤새 축구를 봣더니 제정신이 아니어서 내용이 좀 횡설수설하네요ㅠ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고, 오늘도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