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34
부제: 짜증
#처음으로_맡아서_하는_일
나의 첫 근무평가 타자는 순영씨였다.
평가서를 들고 근무지에 나가 순영씨를 기다렸다.
그러나 순영씨는 3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순간 번뜩였다.
현장팀이 10분 넘게 연락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둘 중에 하나다.
하나는 사고를 치기 직전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사고를 친 것이다.
일단 순영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받는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의도적으로 안받는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금방 받는다.
'어, 호두야! 내가 지금 쪼금 바쁘네...?'
"딱 말해요. 뭐 얼마나 큰 사고야."
'음... 음... 지수형 좀 불러줄래...?'
"하... 짜증나... 끊어봐요."
지수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해주니
지수씨는 딱 한 마디를 했다.
'윤정한이 친 사고 먼저 수습하고 갈게요.'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히히... 다들 사고치러 현장 나가나 봐..
난 사무실로 돌아가야겠다...
#그냥_자르면_안돼요?
로비에 손 들고 서있는 순영씨.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런 순영씨를 지나다녔다.
하도 저러니까 익숙한게지.
"호두야, 안녕... 이리와 봐."
"뭐야, 사고뭉치랑은 대화 안해요."
"지금 벌서고 있는 와중에 뭔 사고를 안쳤다고... 장난치려고 불렀어요? 사장님 불러요?"
"아니이... 것보다 정한이 형 지금 어디 있어? 들어왔어?"
"정한씨도 사고 쳐서 좀 늦으신대요. 그래도 오늘 업무 보고 하는 날이라 들어오긴 할 거예요. 왜요?"
"묻고 싶은 거 있어서. 알겠어, 가봐."
뭐야, 답지 않게 또 진지하네.
#꿈#주모_여기_막걸리_한_사발이요
해가 지고 있다.
큰 강이 흐르고 있고
강변은 공원같이 꾸며져 있었다.
노상까기 딱 놓은 분위기였다.
정한씨는 펼쳐진 돗자리 위에 앉아있었다.
"호두, 안녕~"
"지금 딱 치맥 느낌이에요."
"응? 왜???"
"저 첫 근무평가 나갔는데 순영씨가 사고치는 바람에 날렸거든요... 진짜 기대하고 나갔는데..."
"히히 그랬어? 기다려봐."
'기다려 봐'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한씨는 돗자리 위로 치킨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내 손엔 맥주잔이 들려있었다.
깜짝 놀라 떨어뜨리니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다시 내 앞으로 맥주잔이 생겨났다.
정한씨는 이 자연스러운 상황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걸까...?
"정한씨..."
"응? 왜 또 아련하게 부르실까~?"
"저번에, 꿈에 익숙해지려고 연습했다고 하셨잖아요... 이렇게까지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연습해야 되는 거예요...?"
"아... 아, 음... 이건 내가 민첩한 거야."
"또, 넘어가시려고...!"
"아니, 정말이야. 뭐라 설명해야 하지... 아! 호두야 그거 기억해? 내가 저번에 길이 하나라서 좋아했다는 곳."
"음, 네. 길 옆으로 철조망 있고, 그 철조망에 꽃이 피어있고..."
"맞아. 루시드 드리머는 상상이 꿈이 되는 능력이야. 내가 상상한대로 모든 게 만들어지지. 그런 내가 상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 무의식이, 만들지 않을까요...?"
"비슷해. 사람의 뇌는 좀 더 자극적인 것에 더 각인이 돼. 그날 TV에서 봤던 무서운 귀신, 과거에 겪었던 사고 등등. 무의식은 그런 것 위주로 만들어내지. 아주 어린 나이부터 루시드 드리머였던 나는 매일 자극적인 꿈만 꿨거든. 그러다 문득. '아, 편안한 곳이 필요해. 쉬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이 바로 그 길이었어."
"......"
"나쁜 귀신이 들어올 수 없게 철조망을 높이고, 그런 귀신들을 볼 수 없게 꽃을 한가득 피우고. 갈래가 없는 길이니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올 리도 없었지."
"아..."
"익숙해지려고 연습한 건 그런 거였어. 좀 더 편안하게, 굳이 자극적인 상상하지 않게. 그러니까 방금처럼 호두가 무언가를 떨어뜨릴 뻔 했을 때 대처하는 법은 단지 내가 민첩해서 그런 것이지!"
이건 그의 진심같았다.
드디어 정한씨에게서 듣는 자의적인 진심이다.
점점 우리 사이가 가까워지는것 같다.
그 사실이, 눈치없게 좋았다.
***
그동안의 정한이는 무심코 툭툭 자신의 진심을 내뱉었다면
오늘의 정한이는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었죠!
점점 비밀이 사라지는 그런 사이, 아주 흡족합니다^0^/
오늘 순영이 막 쭈글거리는 거 너무 귀엽지 않나요?8ㅁ8
귀여워우어ㅜ어워우어ㅜ어어
암호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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