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부제: 君の孤独な瞳にもう一度、僕を探すことができたら
너의 고독한 눈동자에 내가 다시 한 번 비치게 된다면)
Written by Sunday
- 아무리 오랜 시간 기다린다해도 또한 평생을 바쳐 노력한다해도 내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란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이해한다해도 완벽하다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된다해도, 나로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는거다.
언제나 아름다운 주인공을 꿈꾸는 우리.
그러나 때로는 누군가의 삶에 이토록 서글픈 조연일 수 있음에… -
<에쿠니와 츠지, 냉정과 열정사이 中>
그 날 이후, 우리는 꽤나 친해졌다. 아니, 첫 만남부터 이미 그랬을 지도 모른다.
물론 두 사람 다 성격이 유달리 모나지도 않았고 워낙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둘은 초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있어 막힘이 없었다.
주고받는 말과 공기와 기분, 마음까지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오래 알던 사람 같은 편안함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 날 우린 한참을 서로의 얘기로 긴 새벽을 지새웠다.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주변에는 온통 형, 누나들뿐이었다.
사람을 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다정한 성격은 못돼서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앞에 놓인 빈 잔만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래, 솔직히 심심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얘기하고 있는 친한 사람들에게 굳이 가서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방해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부러 가서 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달 까.
그 때였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건넨 게.
“ 저기요- ”
어라, 많이 본 사람인데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물끄러미 쳐다봤다.
누구였더라, 그나저나 빤히 쳐다보는 제가 당황스러웠던지 상대는 불러놓고 말을 잇지 못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뭔가 좀 더 놀려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웃지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러니 점점 더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해지는 얼굴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흥미로운 사람이다.
보아하니 나이는 제 또래인듯 한데 저와 달리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아, 맞다. 생각이 났다.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친구인 것 같던데… 배드민턴 하는 이용대라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가벼운 농담이나 얘기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그는 나와 동갑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그가 나보다 먼저 태어나긴 했지만 솔직히 형이라고 부르기가 뭔가 안 와 닿기도 했다.
저와 다르게 부드러운 선의 유한 인상이어서 그런가.
쉽사리 말을 놓지 못하는 모습도, 본인은 술 때문이라 하지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도 뭐랄까, 또래 사내지만 솔직히 귀여웠다.
아, 귀엽다고 하니 더욱 더 얼굴이 붉어졌었지. 큭, 그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꼭 어린 시절, 멋모르고 철없던, 순수했던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용대는 정말 술을 못했다.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한 잔, 두 잔 마시며 진지한 얘기들도 오고 가는 중에 어느 새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졸고 있는 용대를 보니 기가 막혔다.
보기에 그리 약해보이지는 않았는데 술 못 한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나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귀엽네.
같은 남자를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은 거의 없던 것 같은데 스스로 그 생각을 하고서도 깜짝 놀랐다.
평소엔 낯간지럽다고 그런 생각이든 얘기든 하질 않았는데, 신기했다.
계속 보다 졸고 있는 용대가 영 불편해보여서 혀를 끌끌 차며 일어났다.
깨우기엔 너무 피곤해보여서 슬쩍 일으켜 용대의 팔을 제 어깨에 둘렀다.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아서 무리 없이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결국 제 방 침대에 깨지 않게 조심히 눕혔다.
다행히 깨지 않고 몇 번 뒤척이다 새근새근 숨소리만 냈다.
비어있는 옆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기분이, 마음이 조금 간질간질했다.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눈이 감긴 선한 눈매에 자꾸 시선이 간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창밖의 하늘이 점점 밝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신세져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쪽지와 함께 침대는 정돈되어 있었다.
자고 있는 저를 깨우지는 못했겠지. 그 모습이 상상이 가 미소가 지어졌다.
워낙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고 배려하는 게 습관인 것 같았다.
바른 청년, 술도 못 하고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 것 같고.
그나저나 글씨도 꼭 자기처럼 쓰네. 동글동글, 둥글둥글한데 어른스럽기도 하다.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했다.
귀국 일정이 같은 관계로, 그날 오후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쉽게 그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자리가 가깝지는 않아서 가벼운 인사만 주고받았지만.
비행시간 내내 잠을 청하다 공항에 내려서 비몽사몽 짐을 찾을 때였다. 누군가 제 어깨를 툭툭 쳤다.
“ 어?”
오늘따라 말끔한 용대가 제 놀란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는다.
“ 풉, 너 계속 잤구나? 얼굴이 좀 부었네~ ”
기분 좋은 미소에 덩달아 웃게 됐다.
“ 어쭈, 이제 말 잘 놓네.”
그러자 으이씨, 하며 째려본다. 역시 날 배신하지 않는, 반응이 참 재밌는 친구다.
장난스레 흘겨보더니 이내 곧 다시 활짝 웃는다. 딱 봐도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 근데 왜?”
“ 아니, 너가 보이길래 인사하려구- ”
“ 응? 인사는 아까도 했잖아.”
바보야, 하면서 머리를 살짝 쿵 쥐어박자 저도 똑같이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고는 말한다.
“ 성용아. 너 나를 좀 애로 보는 것 같은데…”
천연덕스럽게 물끄러미 쳐다보며 뒷말을 기다렸다.
“ 그래도 내가 너보다 먼저 태어났어…”
“ …푸하하하!”
“ 이씨, 웃냐! 아, 진짜 얘가…”
그러더니 지도 웃긴 지 소리 내서 웃기 시작한다.
그러다 둘 다 아차, 싶어 급하게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정신없이 카메라 세례를 받고 드디어 공항을 나서는데, 용대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 어제는 고마웠어.”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며 입을 연 용대를 보고 저도 툭 말을 뱉었다.
“ 고마우면 갚아.”
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의 용대에게 말없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전히 무슨 뜻인지 몰라 저만 쳐다보고 있는 용대에게 턱짓을 하면서 말했다.
“ 연락할 테니까 밥이나 사 줘.”
‘아, 그런 거였어?’하며 사람 좋게 허허 웃으며 자판을 다 누르고 다시 돌려주는 용대를 보면서 바보 같다고 말하니 또 펄쩍 뛴다.
하여튼 놀리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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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두번째 이야기는 용대의 시점, 세번째 이번 이야기는 성용의 시점이랄까요_
아마 번갈아가면서 시점이 바뀔 것 같아요 (이건 쓰다보면 달라질 것 같지만 하핫)
좀 늦게 왔죠. 사실 어제는 철야가 있어서..
요즘 일이 좀 바빠서 빨리빨리 연재 힘든 점은 이해 부탁드려요 ^~^
그럼 오늘도 모두 화이팅 >ㅁ<
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글 남겨주시면 더더욱 감사해요,
큰 힘이 되거든요, 정말정말루`
전 가능한 빨리 돌아올게요, 기다려주세요 모두 좋은 밤, 새벽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