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上 | |
" -소리들려. "
" -눈 굴러가는 소리. "
" 다행이다. "
내 부름에 그는 수경을 끼다가말고 고개를 숙여 나를 봤다.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있자 그 또한 아무말도 안하고 나를 가만히 보고있었다. 잠시 그렇게 빤히 보고있다가 대답을 기다리는듯 고개를 다시 한번더 기우리는 쑨양의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 -아까, 음료수 고마웠어. "
" -맛있었어? "
" No. "
당연히 맛있었다고 할 줄 알았는지 그는 잠시 벙쪄있었다. 와, 정말 바보같다. 쑨양이 저런 표정을 다른곳에서 안하길 작게 빌었다. 굳어있는 그를 뒤로 하고 나는 먼저 수경을 끼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뒤에 물에 들어갔다. 물 안에서 몸을 다시 푸느라 움직이는데 그 순간까지도 쑨양은 굳어있었던거 같다.
그게 그렇게 큰 충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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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지껏 그가 하는건 다 하고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따라했었다. 물론 그중에 수영복도 당연히 들어갔다. 그와 같은 수영복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같은걸 입고 한 공간 안에 있으니, 왠지 모르게 설레이고 뭔가 부끄러웠다. 그냥 길거리에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어도 신경 쓰이는데, 내 우상과 같은 수영복을 입고 같이 수영장에 서있다니 나로서는 심장이 당장 튀어나와도 뭐라 할 말 없는 상태였다. 적잖게 당황한 그를 보며 나는 좋아해서- 라고 대답했고, 그는 순간 그 말에 잠깐 표정이 굳었었다.
" - 이 수영복‥ 아끼는거라서. "
라고 다시 말을 고쳐서 하자, 그제서야 그는 다시 웃었다. 이 민망함은 어떻게 설명 할 수 가 없다. 그냥 쥐구멍에 숨고싶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물가 근처로 왔고, 그가 내게 고맙다고 했다. 이런 말 한마디에 또 설레고 있는 나는 진정 변태인가 싶었다. 괜히 뺨을 긁적이며 잘 먹었냐고 묻자 그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않은채 No. 라고 대답했다. 왜? 싫어하는 음료수 였나? 내가 뭘 줬더라? 아, 기억이 안나‥!
" 쑨양 "
그렇게 아마 바보같은 표정을 지은채 복잡한 심정으로 있는데, 물 안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던 그가 나를 다시 불렀다. 고개를 절레이며 잡생각들은 치우고 그를 내려다보니 그는 웃고있었다.
" Just kidding "
눈을 깜빡이며 그 말을 곱씹다가 나는 이내 기운이 빠진 표정으로 또다시 툴툴거렸다. 이러는 내가 싫지만 우상의 한마디 한마디에 내 감정은 도저히 조절이 되지않았다. 으‥, 내가 싫다.
" Park!! "
" -에이, 소심하긴. "
그는 물 안에서 배를 잡고 웃었고, 나는 물 밖에서 발을 구르다가 작게 한숨을 쉬곤 그를 따라 웃다가 물 안에 들어갔다. 경기에 임할때면 언제나 무서운 표정으로 있던 그가, 이렇게 어린아이마냥 장난치는 그가, 나는 좋았다. 좋다. 수영을 하는 모습도, 장난을 치는 모습도 모두 내게는 소중한 그였다. 우상이라서?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래왔고, 그렇고, 그럴것이다. 나에게 목표를 정해준 내 우상. 그건 변하지않는 진실이였다.
" -쑨양. 너는 내 이름을 알아? "
" What? "
" -항상 Park 이라고 부르잖아? "
" -그건.... "
물 안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있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물론 풀네임을 모를리가 없었다. 다만 발음이 이상해서 박태환. 을 풀네임으로 말하면 내가 듣기 싫어서 안 썼을뿐인데, 그는 그게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음‥.
" 박태환 "
그는 따라해보라는듯 입모양을 벙긋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멍하게 입술을 보다가 고개를 절레이고 천천히 따라해봤지만, 여전히 발음이 좋지않았다. 태환이 작게 웃는거 같았다. 우상의 이름도 제대로 못 말하다니‥.
" -그냥 My Park이 좋아 난 "
" My Park? "
아차, 내가 혼자서 부르곤 했던 애칭을 그 앞에서 말해버렸다. 순간 입을 합 다물었지만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나를 바라봤다. 허허허, 하고 웃으며 나는 물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깊이 아주 깊이. 속마음을 들킨 소녀마냥 도망친것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아직까지는 두렵다.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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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잠수해버린 쑨양을 내려다보던 태환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물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다가 뭔가 생각난듯 잠수하고 있는 쑨양을 잡아서 다시 물 밖으로 끌어냈다. 물론, 그는 쉽게 끌려나오지 않았다. 태환은 낑낑거리며 계속해서 끌어냈다. 완강하게 버티던 쑨양은 결국 고개만 빼꼼히 내민채 태환을 바라봤고, 태환은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괜찮다.러고 말하고는 최대한 쑨양이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말을 했다.
" -연습, 400m, 이기면 밥 사주기! Ok? "
물끄럼히 바라보던 쑨양은 시선을 굴리다가 다시 태환을 바라봤다.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던 몸을 펴고서 똑바로 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400m 내기를 하자는 태환의 말을 알아들은듯 했다. 다만 쑨양의 표정은 웃고는 태환과 달리 진지했다.
" -좋아. 나 이길거야. "
그렇게 말한 쑨양을 바라보던 태환은 뺨을 긁적였다. 아마도 밥이 그렇게 먹고싶은가? 하고 생각하는듯 했다. 쑨양은 진지한 얼굴로 수경을 고쳐썼다. 태환은 그냥 놀기삼아 한 말이여서 사뭇 진지한 그를 보며 적지않게 당황했다. 우상과 함께 밥을 먹겠다는 생각인건지, 아니면 정말 태환 자신을 이기겠다는건지 조금은 혼란에 빠진 그였다.
" -안해? "
잠깐 벙쪄있던 태환을 쑨양이 바라봤다. 태환은 그제야 아, 하고는 물 밖으로 나와서 출발대에 섰다. 출발대에 선 두사람 사이에는 진짜 경기도 아닌데 왠지 모를 긴장감이 맴돌았다. 괜히 일을 크게 벌였나, 하고 생각하는 태환이였다.
" ‥Ready "
두사람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Go! 라고 외치며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앞질러갔다. 100m, 200m, 300m를 지나도 두사람의 격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거의 같이 가고, 같이 돌고 있었다. 50m 남짓 남았을 무렵 쑨양이 조금 앞섰다. 그러나 막판 스퍼트가 좋은 태환이였기에 계속 두사람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40m, 30m, 20m, 10m‥, 5m…, 그리고 터치!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두사람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정말 진심으로 두사람 다 수영을 한것 같았다.
" 하아‥,하…. "
" ‥후우…. "
한참 숨만 고르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거도 없이 서로 마주봤고, 한동안 그렇게 어깨를 들썩이며 마주보기만 했다. 숨소리가 정리될 무렵, 그는 웃었다. 또 다른 그는 아쉬운듯 숨을 고르며 이내 따라서 웃었다.
" -내가 이겼어. "
" -아, 다 이긴거 였는데‥. "
팊.
드디어 본편입니다!! 음, 아직 뭐 이렇다 저렇다 할거 없이 그냥 이야기 진행 중인데요
아마 4 ~5화 안으로 끝날거 같아요 ㅎㅎ 아직 괜찮은가요 스토리?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