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01
새로 전학온 학교는 지은 지 50년이 훌쩍 넘은 건물임에도 새 건물처럼 깨끗했다. 같은 체고인데 왜 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딴판인지.
저번 학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부실공사를 한 건지 여기저기 무너져 야단이었는데, 이번 학교는 적어도 건물이 부서지기는 않겠다 싶어
안심이 되었다.
"여긴 신관이구, 저긴 구관. 그리고 저 끝에 건물은 선생님들 묵으시는 사택이야."
아까부터 내 앞에서 열심히 조잘대며 설명해 주고 있는 여자애를 흘끗 봤다. 반장이라 전학생 안내해 줘야 한다며
아까부터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다. 사실 이런 관심은 별로 반갑진 않은데, 그래도 애써 설명해주는 성의를 무시할 순 없어서
그냥 묵묵히 듣고, 적당히 맞장구나 쳐 주며 걷고 있었다.
"여긴 운동기구실인데, 너무 오래되서 올해 말에 철거할 예정이야."
"아.....그렇구나. 좀 낡긴 했네."
어찌나 오래 된 건물인지 벌써 벽에는 큰 금이 몇 개나 가 있다. 하긴, 철거할 정도로 낡은 건물이라니 말은 다했지만.
'안녕.'
.......뭐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그 건물을 되돌아봤다. 건물 안에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런 낡은 건물에 왜 사람이 들어가 있겠어,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그 건물 앞에 붙박여 서 있었다.
앞서 걸어가던 반장이 의아했는지 돌아본다.
"왜? 뭐 있어?"
"아.......아냐. 이젠 나 혼자 둘러볼게. 너 먼저 교실 가."
"아....그래, 어차피 학교는 다 돌아봤으니까. 내가 눈치없이 너무 오래 잡고 있었네. 수업은 아침 9시부터야.
늦지 않게 와. 1교시가 체육이론쌤인데, 좀 깐깐하시거든. 첫날부터 찍히면 골치아파."
"응, 그럴게. 잘 가."
"그래, 좀 이따 보자."
그렇게 반장을 보내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운동기구실 문을 열었다. 별 다른 건 없었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온갖 운동기구들이 쌓여 있고, 커텐이 열린 창문에서는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도 없네......"
잘못 들었나, 분명히 사람 목소리였는데.
계속 서 있기도 좀 뭐해 도로 나가려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게 걷는 듯, 탁탁거리는 발소리.
그러더니 계단에서 한 소년이 나타났다. 배드민턴채를 꼭 쥐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배드민턴부인 것 같은데, 왜 이런 건물에서 서성대고 있는 거지.
모르는 애한테 아는 척할 만큼 살가운 성격은 아니어서, 그냥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나가려는데,
휙-하는 휘파람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 소년이 웃으며 서 있었다.
해사해 보이는 미소였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순간이,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반갑고, 그리웠고, 보고 싶었고......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
멍하니 서 있으니,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안녕."
"어....안녕."
"이름이 뭐야?"
이름.....내 이름은......
"난 이용대야."
"......난 기성용."
"만나서 반가워. 성용아."
오랜 친구를 대하듯 내 이름을 친근히 부르며 웃는 이용대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해사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 그리고 기이한 만남.
복잡하다. 심장이 크게 뛰고, 축구 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뛴 것처럼 숨이 가빠온다.
나는 힘겹게 웃으며 답했다. 네가 기다렸을 대답. 그리고 내가 말해주고 싶은 한 마디의 말.
"........만나서 반가워. 용대야."
-
으헝헝 ㅜㅜㅜㅜ 이게 뭐죠.............;;;;
말할 수 없는 비밀 보고 삘받아서 막 쓴건데, 뭔가 영화를 제가 제대로 말아먹은 기분....ㅜㅜㅜㅜ
이뤈..........독자님들 절 매우 쳐주세요 ㅜㅜㅜ
역시 곶아손은 어디가질 않는군요.....(먼산.jpg)
주걸륜 역할에 성용이를, 계륜미 역할에 용대를 대입해 쓴 글인데,
머릿속에선 막 므흣하고 달달하고 했는데...손으로 옮기니까 망글이네요.....OTL
흡흡 ㅜㅜㅜㅜㅜㅜㅜ 그럼 전 이만....망글 투척을 용서해주시와요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