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02
결국 1교시 수업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고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론수업이라 지루했는지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난 듯이.
갑자기 쏠린 시선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날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선생님의 눈빛은 피해야겠다 싶어
문 바로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선생님은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수업을 다시 시작한다. 에휴, 한 숨 돌렸네. 하며 힐끗 칠판을 보니
'체육이론 - 축구'
라고 써있다. 오늘은 축구이론수업인가 보다. 그것도 첫시간인지 경기규칙, 경고조항 등을 가득 써 놓은 칠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3,4년 전에 다 뗀 내용이라, 지루하긴 해도 이미 선생님께 찍힌 이상 열심히 들어야겠단 생각에
펜을 드는데, 손가락에 묻은 먼지가 눈에 띄었다. 아까 운동기구실에서 묻은 건가.
손끝에 묻은 먼지를 보니 텅 빈 운동기구실에, 혼자 서 있었던 그가 떠올랐다.
'안녕.'
단지 두 음절의 단어였을 뿐인데, 그것도 일상에서 흔히 듣는 그런 평범한 인삿말.
하지만, 평범한 인삿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내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한없이 따뜻했고, 정감이 묻어났던 목소리.
'만나서 반가워, 성용아.'
봄날의 햇살을 닮은 사람이었다, 그는.
-
그렇게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벌써 종례시간이었으니 말은 다 한 거다.
쉬는 시간마다 그를 찾으러 다녔지만, 건물 어디에도, 운동장에도 그는 없었다.
심지어 운동기구실에까지 다시 가 보았지만, 허탕이었다. 언제 그곳에 사람이 있었냐는 듯
운동기구실은 조용하기만 했고, 먼지들만이 폴폴 날아다녔으니까.
한숨을 푹푹 쉬며 자전거 체인을 풀고 몸을 실었다. 하늘이 흐린 게, 비가 오려나.
페달을 막 밟으려던 찰나였다.
"집에 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전거 거치대에 반쯤 기대선 이용대가 보였다. 그도 이제 집에 가는지, 가방과 배드민턴 채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해사한 미소는 그대로였다, 다행이다, 환각이 아니라서.
".........어, 가야지. 수업도 끝났는데."
"흐응, 축구부는 추가연습 있는 거 같던데."
"신청은 해놨는데, 아직 입단된 게 아니라서. 잠깐, 너 내가 축구부인 건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지.난 모르는 게 없거든."
"....뭐 그렇다 치고, 집이 어디야?"
"저어기 시장지나면 있는 주택가에 살아."
"..........아......집 방향이 같네, 태워줄까?"
떨리는 목소리로 내놓은 제안에 살짝 놀란 듯하던 이용대는 이내 해사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야 고맙지. 란 말도 빼놓지 않고서.
그의 미소를 보자 또다시 멍해진다. 심장 부근도 자꾸 간질거리고. 몽롱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이게 무슨 느낌인지. 하지만, 분명한 건.
"자, 가자, 가자~"
"...........몸 자꾸 흔들거리지 마. 무거워서 자전거가 안 나가잖아."
"헐, 치사해! 더 움직일거야, 더더."
"...맞는다??"
......이용대와 같이 가던 하굣길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거였다.
-
으엑, 뭔가 갈수록 망글이 되는 느낌이네요...
뭔가 그래도 1편은 쭉쭉 써졌는데, 성용이 감정선 살리기가 느무 힘들어요, 흑.
첫사랑의 풋풋한 느낌을 살리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독자님들 죄송해요. 전 여기까진가 봐요 ㅜㅜㅜㅜㅜ
일단 모티프는 2007년에 중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따 온 게 맞구요.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라던가, 흐름 같은 건 비슷한 게 많아요.
하지만 용대가 과거에서 온 아이라던가, 뭐 그런 건 아닙니당.
그냥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풋풋하고도 아련한 분위기에, 기성용대의 달달하고 아련하고 순수한 이야길 써보겠다는 게 목표였으나...
이상이 너무 높았네요 허허허. 아무튼......전 이만 사라질게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