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티 / 정우] 짝남따라 동아리 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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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잘 나와?"
"응!"
어제 배웠지만 까먹어서 모르겠다는 말에 흔쾌히 카메라를 받아들고 만지던 정우가 다시 카메라를 내밀었다. 아, 좋아요. 좋아. 백날 천날 찍어도 질리지 않는 정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니 카메라에 불쑥 얼굴을 내밀며 잘 나오냐고 묻는 정우의 말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고마워,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
"카메라 생각보다 재밌지?"
아니, 카메라 말고 너의 아름다움이 존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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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전, 정우가 카메라 동아리에 들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뭐?!!! 카메라 동아리? 나도 그럼 카메라 동아리!!!" 하며 10분만에 뽑아 작성한 신청서를 집어들고 3학년 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교실 문을 나섰다.
"야!! 너 카메라 싫어한다며!!!" 라고 외치는 친구의 말에 뒤돌아 "오늘부터 좋아하기로 했어" 라고 웃어주며 아, 정우랑 같은 동아리 내 로망을 드디어 이루는구나 하며 호기롭게 올라간 3학년 동아리 부장앞에서
"들어오는 건 좋은데 카메라 있어?"
카메라가 있냐며 다짜고짜 질문을 받았다. 카메라,,, 집에 있는거라곤 필름 카메라 밖에 없는데,,, 분명 지금 필름 카메라 밖에 없다고 하면 떨어뜨리겠지. 필름카메라는 카메라 아닌가.
"아, 아빠 취미용 카메라 있는데 저는 더 좋은거 사고 싶어서요. 들어서 카메라 구경도 하고 하면서 고민해보려구요. 뭐 사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없네, 없어"
없는 걸 눈치 챈 건지 다시 신청서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오는 애들 다 그렇게 말하더라 . 카메라 없으면 곤란해~ 하며 뒤돌아 서는 선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 진짜요!!!저 카메라 레알로 진짜 진심으로 좋아한다니까요!!!! 저 친구 없어서 카메라 보고 웃고 혼잣말 하면서 밥도 같이 먹는다구요!!"
재밌다는 듯 배를 부여잡으며 한참을 웃던 선배가 다시 벽에 기대어 나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진짜 재밌네. 카메라랑 이야기하면서 혼자 먹어 ? 우리 부서 아무도 못하는건데 해볼래? 그럼 신청서 생각해볼게"
당연히,,,,
"하죠! 들여보내주는거 확실하게 보장해주시면 당연한거 아니에요? 카메라는 제 평생의 친구인걸요!!! 저 카메라 보고 혼잣말 잘해서 친척들이 저 미래 유튜버 되겠다고 했어요"
"그래?"
그래? 하며 씨익 웃어보이던 선배는 이내 교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큰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내게 건냈다. "자, 빌려주는거야. 깨뜨리지말고 같이 점심먹고 데리고 오는거 영상 찍어오면 생각은 건너뛰고 바로 입부 시켜줄게"
장난하나. 이래놓고 찍어오면 비웃고 입부 안시켜주는거 아니야? 라면서도 카메라를 받아들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원망했다. 젠장, 정우와 같은 동아리. 내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뭔들 못하리.
"근데 영상 다 볼거에요?"
"아니? 밥먹는거 0.1 초 보고 지울게"
"거짓말,,, 볼거죠?"
"진짜 밥먹는거만 0.1초 보고 지운다니까"
"거짓말"
"거짓말"
"카메라 다시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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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핰!!!!!꺄핰ㅋ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그래서 오늘 카메라랑 같이 밥먹어야해?"
"1일 유튜버 직업체험이다, 생각하고 하려니까 아무말 하지마라"
"아 진짜 웃기네. 동아리 하나 같이 들자고 그런거까지 해야해?"
"아 시끄러워, 밥이나 먹으러 가 !"
"김여주 브이로오그~ 잘 찍어봐라 혼자 아핰ㅋㅋㅋ진짜 웃긴다"
"유튜우버 김여주는 외롭겠구나 카메라랑 밥먹어서~"
한껏 비웃는 친구들을 무시하고는 카메라를 매만지며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한참이나 끙끙 앓고 있었을까. 밥을 먹으러 친구들과 나가려던 정우가 걸음을 멈추고 다가왔다.
"어, 여주가 너 카메라 좋아해?"
아니 난 널,,!
"아!!!"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는 정우를 쳐다보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손에서 카메라를 놓쳐버리자 잽싸게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낚아채던 정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동아리 들기전에 저승길에 먼저 들뻔했네
"미안, 말 걸어서 많이 놀랬어?" 라며 물어오는 정우의 말에 고개를 젓자 웃으며 카메라를 살펴보고는 다시 내게 건냈다. "카메라 좋아해? 한 번도 카메라 관심있는거 못봤는데 "
당연하지 ㅠ 관심은 너한테 있었는걸. 그 말을 꾹꾹 삼키며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 나 카메라 잘 모르는데 사진 찍는건 엄청 좋아해 " 라고 수줍게 웃어보이자 정우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진찍는거 좋아하는데 카메라 잘 모르는거 치고 엄청 좋은 카메라 가지고 있네?"
"이거 내 카메라 아닌데,,,"
"아 밥 안먹을거야? 김정우? 우리 먼저 가?"
교실 창문에 기대어 한참이나 우리를 바라보던 남자애가 정우를 향해 휴지뭉치를 집어던졌다. 그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착한 정우는 휴지를 들어 쓰레기통에 넣으며 "미안, 너네 먼저 가. 오늘은 따로 먹을게 " 라며 웃어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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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만 쏙 빼고 아까 선배와의 이야기를 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던 정우가 카메라를 다시 받아들고는 이것저것 매만지기 시작했다. "아쉽다, 그런 사정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카메라 빌려줬을텐데,,"
"너 카메라 있어?'
"응, 꺼내면 망가져서 잘 안꺼냈지 등교 할때 하교 할 때 이것저것 찍고 다니거든"
멀랐네,, 정우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좋아하는 취미 하나 멀랐어...
아 됐다! 동영상은 이렇게 켜는거야. 하며 조작법을 가르쳐주던 정우가 옆으로 다가오자 훅- 좋은 향기가 풍겨왔다. 아 좋은냄새.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하나도 안 듣고 있었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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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한테 안 가봐?"
"내 친구들 지금 밥 벌써 받아 먹고 있을걸?"
",,,"
"같이 먹자, 나 친구 없어"
"나 카메라랑 먹어야 하는데"
"내가 카메라 들어줄게"
"나 혼잣말 해야 하는데,,,"
"내가 들어줄게. 덜 민망하잖아"
"그래,,,그건 그런데"
맞은편에 니가 있으면 설레서 밥이 위로 안가고 심장으로 갈거 같은데,,,, "싫어?" 하며 묻는 정우의 말에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네버 완전 안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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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를 상대로 짝남 시리즈 써봅니다....
망작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ㅠ .... 제가 행복하자고 쓰는 글...손이 가는대로 써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