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자와 다섯명의 아저씨
w.1억
다행이도 가영이가 들어와서 직접 변기에 손 넣고 핸드폰을 꺼내주고.. 나를 데리고 방에 데려다줬고....
나는 2층에 가서 토 한 번 하고나서야 잠에 들었다.
시작이 좋지 않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버린 나는..거울로 상태를 조금 확인하고선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는다.
그럼 아침 8시부터.. 식탁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세명의 사람들에 나는 멈춰섰고.. 가영이가 나를 보고 '어?'하자, 다들 나를 본다.
"벌써 일어났어? 몇시 강의인데?"
"아, 강의는 10시인데.."
"속은 괜찮아?"
"괜찮아!"
"근데 정말 괜찮아요? 어제 무리해서 마신 것 같던데.."
"토할 정도면 안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겠지 아무래도..? 아, 태운씨 물이라도 마실래요?"
"그래. 물이라도 마셔요. 얼굴이 수분 다 빠진 얼굴인데?"
저런..ㅡㅡ 수분 다 빠진 얼굴이라며 풋- 웃는 김재욱에 나는 속으로는 욕을 하지만 겉으론 허허- 웃으며 고갤 끄덕인다.
김동욱이 웃으며 물을 떠다주기에 감사하다며 컵을 받으면, 앉으라는 듯 의자를 끌어다준다.
감사합니다.. 하고 앉자, 가영이가 어제 생각나서 웃기다며 자꾸 웃길래 얼굴이 다 붉어진다.
"무슨 과?"
"아, 유아교육과요."
"애기들 좋아하나보네."
"아뇨?"
"그럼 왜 갔어."
"그냥..졸업 하려고?"
흐음.. 하고 팔짱을 낀 채로 고갤 끄덕이는 남자는 꽤나 섹시하게 생겼다.
그 옆에 앉아있는 김동욱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김재욱 고양이, 김동욱은 강아지 과..? 어떻게 이렇게 느낌이 다르지?
"어제 태평이형 핸드폰 변기에 빠트렸다며."
김동욱의 말에 김재욱이 '정말?'하고 잠시 반응을 보였다가도, 관심 없다는 듯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그럼 나는 한숨을 내쉬며 김동욱을 보며 말한다.
"…네. 어쩌죠.. 완전 초면이었는데. 제가 너무 취해가지고.."
"글쎄.. 그 형은 별 말 안할 것 같기도 한데. 그 형 엄청 착하거든."
"아..."
김동욱의 말에 곧 가영이가 입을 벌린 채로 신기하다는 듯 말한다.
"그분 착해요??"
"응. 우리 다섯명중에서 제일 착해. 욕 한 번 안 하는 사람인데."
아.. 그래요? 난 그쪽이 제일 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아니 뭐 그 사람이 못 되게 생겼다는 건 아닌데.. 마침 윗층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리기에 우리 모두가 또 윗층을 본다.
"……."
이상하게 우리 모두가 정적이 흘러서는 저 사람을 보았고... 난 또 저 얼굴에 감탄을 하는 게 먼저다.
"잘갔다와~"
인사하는 김동욱에 살짝 웃어주며 대답도 안 하고 그냥 나가는 남자에 나는 그제서야 숨을 쉬었다.
아니.. 사과는 커녕 넋놓고 구경이나 하고 있었으니 ㅠㅠㅠㅠ...나 진짜 바본가???
"저 아저씨는 잘생기고 참 좋은데. 말이 너무 없어.. 학교에서도 저럴까."
"학교?.."
"응. 저 아저씨 세영여고 체육쌤이잖어."
"진짜....?"
"진짜! 대박이지??"
호오.. 하고 가영이가 음흉하게 웃으며 상상에 젖어있었을까.. 김동욱이 둘 다 똑같은 표정이라며 웃기 시작한다.
나는 그럼 김재욱과 김동욱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서 두분을 번갈아보다 말한다.
"두분은.. 무슨 일 하세요?"
"우리는 20대 때부터 친구라.. 그때부터 같이 사업했어요. 지금은 애견카페 하는데.. 저는 직업이 있는지라.. 가끔 미용 도와주는??"
"아아.. 뭔가 잘 어울리신다!... 심리상담사도 그렇고.. 미용도 그렇고..!"
"ㅎㅎ 그런가요.. "
"네, 완전..!"
그러다 1층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라 그쪽을 보면..어제 그 싸가지 없게 생긴.. 잘생기고 키도 큰.. 남자가 나온다.
"하이들~"
능글맞게 인사하고선 이쪽으로 다가와 자연스레 내 손에 들린 컵을 가져가 물을 벌컥 벌컥 마시고선
다시 그 컵을 내 손에 쥐어주기에 나는 벙찐 표정으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또 자연스럽게 식탁 위에 있는 빵 하나를 가져가 한입 베어물어 먹으며 날 보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다.
"…맛있구만?"
"……."
"간다. 오늘 안 들어온다~ 내 집 가서 잘랜다. 수고해~"
쿨하게 손을 설렁 설렁 흔들며 나가는 저 사람을 보며 우리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있으면, 가영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커피 한모금 마시며 말한다.
"주지훈 저 아저씨는 양복점 사장. 여자 꽤나 많을 걸.. 저 아저씨 말고도 다른 아저씨들도 뭐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하지만.. 아니 근데 왜 다들 결혼을 안 해요???"
"아직은 혼자가 편해서?"
"……."
대답을 하는 김동욱과는 다르게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김재욱을 보는데 또 눈이 마주쳤고..
나는 또 뭐 몰래 보다가 들킨 사람 마냥 바로 눈을 피해버린다. 근데 김재욱 저 사람.. 이상하다..
"…크흠. 학교 갈 준비 해야겠다.. 올라갈게..!"
눈을 절대 안 피한다!!!!!!!!!!!!!
엄마가 대충 짐들을 가져와줬기에 짐들을 방에 다 놓고와서는 엄마랑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엄마는 갔고.. 나는 집에 가려고 하던 찰나에.. 우리 과 단톡방을 보고서 좌절을 한다.
[술 마실 사람!!]
[이태운 언니!.. 오실 거죠!?!? ㅎㅎㅎㅎ]
[어제도 빠지셨으니까 ㅠㅠ 오늘은 같이 마셔요!!!]
싫다....... 싫다.. 너무 싫다.. 너무 싫은데. 여기서 거절하면 아싸인 채로 학교를 1년동안 다녀야 된다는 생각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
- 언제?
30분 후에 만나자는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집에 들어섰다.
집에 들어오자 가영이도 없었고..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퇴근 안 하신 건가.. 그 주지훈은 오늘 안 온다고 했지..
근데 집이 있는 건가? 있는데 왜 여기서 자는 거지? 뭔 사정이 있는 건가.
방에서 대충 옷을 갈아입고 화장도 다시 고치고서 나왔는데.. 방금 막 집에 들어왔는지 신발을 벗고있는 김재욱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짓으로 인사를 한다.
대충 서로 고개만 끄덕이고 끝날 줄 알았는데. 1층으로 내려 온 나를 보고 김재욱이 말을 건다.
"어디 가요?"
"…아, 과 애들이 술을 마시자고 해서요."
"술 마시는 거 좋아하나보네."
"아, 그건 아니구요. 그냥.. 친해져야 학교 다니기 편하니까."
"친목을 위해~?"
"뭐 그런 샘이죠..?"
"뭐 좋아하는 남자 있어요?"
"네? 왜요?"
"되게 예쁘게 하고 나가는 것 같아서."
"아, 그런 건 아니구.."
"잘 갔다와요."
"…아, 네."
김재욱이 내 옆을 지났고, 나는 신발을 신으며 괜히 눈치를 본다.
되게 좋은 냄새 나네.. 그리고.. 말을 걸어줄 줄이야.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대문을 열고 나왔는데.. 마침 딱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김태평을 마주친 것이다.
어제 핸드폰 일도 너무 미안하고 해서 먼저 '안녕하세요' 했는데.
진짜 미세하게 고개를 꾸벅이고 마는 김태평에 어이가 없었다. 가영이가 말한 게 저거였나.. 인사해도 무시한다는 거..?
그래도 사과는 해야겠고...그래서 무시당할 거 예상하고 입을 열었다.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혹시라도 핸드폰 문제가 있다면.. 수리비는 제가 물어드리구요.. 그래도 좀 찝찝하시면..."
"아,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아, 그럴까요?"
"네."
"네.."
이런 우라질.
나를 그냥 스쳐지나가는 남자를 그냥 보내고나서야 나는 멀뚱히 서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안 괜찮은 거 안다구요.. 나같으면 욕했다고 욕했어!!!
이럴 줄 알았다.
"누나가 나이 제일 많으니까!!!!!!!!!! 원샷!!!!!!!!!!!"
지랄한다.
속으론 지랄한다 중얼거려도
"그래..^^...."
원샷을 하고만다. 난 뒤졌다.
그러다 가영이한테 카톡이 온다.
[오디시라요~~??]
- 난 뒤졌어..
[엥???!!!]
- 과 애들이랑 술마시러 나왔는데.. 자꾸 나만 마시라고 해.. 나 죽는다...
[어딘데!?ㅎㅎㅎㅎ]
"아 태운이 취한 거 귀여운데 보러 가야겠다."
가영이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혼잣말을 하고 있었을까.
남길이 '또 술 마신대?'하며 포크로 고기를 찍어 먹는다.
마침 방에서 나온 태평에 가영이 갑자기 장난을 치고싶어졌는지 태평에게 소리친다.
"김태평쒸!!!!!!!!!!!!!!!!!"
"……?"
"동욱 아저씨가 부르던데요?"
"나를요?"
"네. 성진포차로 오라고 그러던데?? 지금 오래요 ㅎㅎㅎ 좀 취했다고 데리러 와달라고 그러던뎅."
"아, 네."
태평이 곧 방에 들어가 옷을 대충 갈아입고나서 집에서 나갔고, 남길이 팔꿈치로 가영의 팔을 툭-툭- 치며 말한다.
"야 동욱이한테 전화해보면 어쩌려고?"
"아까 심심해서 전화해봤더니. 7시에 미용 잡혔다고 그랬어요. 괜찮아. 남길찡."
"오 그럼 말이 달라지지. 재밌겠는데???????"
"끄쵸! 그쵸!?!?!?!"
"동욱이가 부른 줄 알고 갔는데~~ 완전 안 친한 우리 태운씌가 있으면 태평이 반응이 어쩌려나~~?"
"막 저한테 화내는 거 아니에요?"
"걔 화낼 줄 몰라. 엄청 착해서."
"…아? 진짜??"
"아, 화를 돋군 적이 없어서 화를 낸 적이 없는 건가? 암튼 김태평 쟤 엄청 착해. 걱정 마! 음하하하!"
"뭔가 남길찡 말은 왜 이렇게 못 믿겠지.."
"믿어. 사람들이 다 예수님은 안 믿어도 난 믿더라고."
"이거 먹어도 돼요?"
"그래그래 먹어."
[태평씌가 너 데리러 갔어!!! 같이 들어와!! 집에 >_<]
가영의 카톡을 보며 위안을 삼고 있었을까..
애들이 다들 또 태운이에게 맏형이라며 장난치며 술을 먹였고.. 태운이는 너무 힘든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태평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
마침 술을 마시려고 하던 태운이 막 들어온 태평을 보고선 얼음처럼 얼어버린다.
태평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태운과 눈이 마주쳤고.. 곧 태평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지 살짝 인상을 쓴 채로 태운을 보고..
태운이 살려달라는 듯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태평은 대충 눈치를 챘는지 한숨을 내쉬며 태운을 무시한 채로 가게 밖으로 나와 남길에게 전화를 건다.
"어째 취한 게 동욱이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그 여자인 것 같은데?"
-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형."
- 야 태운씨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한테 잡혀서 고생중이라는데 구출 좀 해줘라, 엉?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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훟후하후핳후하후하후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