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인이 있고, 원나잇을 했다
w.1억
김정현이 가고.. 나는 풀이죽어서 자리에 앉아있다. 무슨 얘기 했냐는 혜윤이의 말에 나는 남주혁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갑자기 몇살이냐더니 내 또래랑 사귀래.."
"아니 남주혁씨? 한 번 그쪽이 말해봐요. 그쪽 친한 형이니까."
혜윤이의 말에 팔짱을 낀 채로 우리를 내려다보던 남주혁이 어...하고 고민하는 듯 눈을 굴리다가 생각났다는 듯 내게 말한다.
"뭔 실수를 했나? 저 형한테?"
"제가요..?"
"네."
"사실은.."
"……."
"제가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 아... 곧 헤어질 거예요!..."
"어........"
근데...제가 그때 말해버렸어요."
"헤에에에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현이형..이.... 그쪽 남친 있어서 저렇게 나오는 것 같은ㄷ...ㅔ..."
"…헤어진다고 말 했는데 화만 내셔서.."
"헤어지고 와야지 상황이 정리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겠죠 .. 그쵸..?"
"정현이형 솔로예요. 얼른 헤어지고 와. 얼른 얼른."
"…근데 그분이 절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
"아닐 걸~에이~"
"……."
"……."
남주혁 이 사람도 확신이 없는 것이다... 결국엔 세명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김정현의 제일 친한 사람과 친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도 내 편이라는 것인데.. 정말로 내가 헤어지고 오면.. 괜찮을까?
번호라도 줄까? 하고 음흉하게 웃는 남주혁에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괜히 함부로 받았다가.. 더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다음 날에도 나는 치킨집에 왔고.. 김정현의 반응은 너무 너무 차가웠다.
내가 있는 걸 보고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그냥 말았다.
"……."
너무 무섭게 나를 대놓고 보는 김정현이 무서웠다. 아니 왜 저렇게 쳐다봐 진짜.. 괜히 왔어.. 혜윤이가 가자고 해서 오긴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비호감이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꾸준히 여길 오기로 했다. 내가 좋아한다는 걸 알면 그 사람은 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 다음날에도 나는 가게에 갔다. 어제는 나를 한참 바라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나를 보지도 않는다.
혜윤이가 인사를 해도, 말을 걸어도 김정현은 대답 없이 그냥 한 번 바라보고 말았다.
"……."
그래서.. 결심을 했다.
내가 애인이 있는데 이렇게 좋아한다고 쫒아다니는 게.. 저 사람한테는 당연히 이상할 수가 있고.
그리고 장동윤한테는 내가 쓰레기일 테니까. 정리를 하기로.. 확실하게 말이다.
한 9시쯤 되었을까, 잠깐 보자는 내 말에 장동윤은 내게 피시방으로 오라고 했다.
장동윤은 일이 끝나면 항상 피시방에 간다. 그럼 나는 그런 너를 보러 피시방으로 향해야만 했고..
피시방으로 가면 항상 앉던 자리에 네가 앉아있다. 그런 너의 옆에 서있으면, 너는 '왔어?'하고 날 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
네가 미워보였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엄청 밉고 꼴보기가 싫다.
"나랑 얘기 좀."
"기다려봐."
"언제 끝나는데?"
"몰라. 승급전이야. 그냥 말해."
"게임 끝나면 얘기 하자."
"……."
"나가서 얘기 했으면 좋겠는데."
"왜 ㅡㅡ.."
다짜고짜 화를 내는 너는 아주 완벽하다. 쓰레기 새끼.. 아, 아니네.. 나도 뒤에서 다른 남자 만났으니까. 나도 쓰레기인가.
게임을 끝날 때까지 기다렸더니, 장동윤은 배가 고프다며 밥을 시킨다. 그럼 나는 화가 나서 조금 인상을 쓴 채로 말한다.
"얘기 하자니까? 나가서."
"그냥 말해. 뭔데."
"여기서 말하기 좀 그래."
"왜 좀 그런데."
"진지한 얘기니까."
"그냥 말하라니까. 나가기 귀찮아."
"……."
화가 났나보다. 얘는 그냥 내 얼굴만 봐도 화가 나는 게 분명하다. 무작정 화 먼저 내는 너한테 결국엔 쫄아버려서 입을 꾹 닫는다.
"궁금하게 해놓고 말을 안 해."
"아무래도 오래 만났다보니까. 넌 내가 싫지? 왜 맨날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화내?"
"싫었으면 헤어졌겠지."
그럼 다른 년이랑 잔 건? 왜 그랬어? 너무 묻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에 나는 너에게 아무 말도 못 한다. 한 없이 착하기만 하던 네가 변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야 너도 밥 뭐 먹을래? 밥 안 먹은 거 아니야?"
"…응."
"골라봐. 이거 이거 맛있어. 삼겹살 볶음밥."
"…아무거나."
"오케이이.. 음료수는.. 너 갈배사이다 좋아하니까. 이거 시킨다."
"그래."
내가 너무 한심했다 ㅠㅠㅠㅠㅠㅠ 아니 왜 말을 못해? 또 여기가 대고 헤어지자... 이러면 쟤 또 화나서.. 난리칠 것 같은데..
아니면 정색하게 '뭐라고?'이러려나.. 왜 이렇게 쟤 눈치를 보는 거냐고 정의주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뭐 며칠 굶으셨어요? 어제도 치킨 먹어놓고서 오늘도 엄청나게 먹네.."
"원래 치킨은 하루에 한 번 먹어도 안 질리는 법이쥬?"
"얼씨구.."
"아, 얼른 생각해보자요. 예? 어떻게 해야 정현찡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주님께서~ 남친과 정리 하는 게 맞다니까."
"아니.. 근데 이게 상황이 어떻냐면.."
"…응."
"의주 남친이 완전 쓰레기야. 의주 말고 다른 여자랑 잤다가 의주한테 들켰는데. 미안하단 소리도 없이 그냥 넘어갔고..
그리고 모든 화풀이는 다 의주한테 하고, 예전에는 욕도 하고.. 때리려고 시늉까지 했다니까."
"에? 진짜??? 와 그런 사람이랑 왜 사귀는데?"
"일단 그 남자랑 3년을 만났는데."
"오래도 만났네."
"그러니까. 의주가 그 새끼한테 아직도 빠져있는 건 둘째치고.. 정 때문에 못 헤어지겠다는 거지.
근데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또 있는데."
"그 새끼가.. 의주가 헤어지자고 하면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니란 말이지. 걔가 소유욕이 엄청 강해..
의주한테 쌍욕 박을 때도 왜 그랬는지 알아?"
"왜?"
"의주가 친한 남동생이랑 밥을 먹었는데. 그거 때문에... 하.. 그때 진짜 경찰에 신고할 뻔 했자냐~ 내가."
"미친놈이네 그 새끼.. 얼굴이 궁금하다.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아, 또 생긴 건 착하게 생겼어요~ 진짜 패고싶어."
"…일단은 의주님께서~? 헤어지고는 싶은데.. 정도 그렇고..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대애애애충~ 그렇지요."
"…이걸 우짜나."
"…흐음."
혜윤과 주혁이 마주보고 앉아서 고민하는 듯 흐음.. 하고 눈을 굴린다.
그러다 혜윤이 입가에 소스를 묻히고 있으면, 주혁이 웃으면서 야잇- 닦아- 하며 휴지를 무심하게 건네준다.
혜윤은 '감사'하고 휴지로 입가를 닦고선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뜨고선 말한다.
"아, 이건 오빠가 말을 잘 해줘야 돼."
"정현이형한테?"
"그렇지!! 대애애충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그리고 의주의 상황은 대충 이렇다~ 이것도 말하고."
"흐음.. 일단 오오오오키~~오늘 오면 말해야겠다."
"좋아 좋아!"
"아니 왜 엉뚱한 데를 닦아? 그쪽 아니고 반대쪽인데."
"아, 구랭? ㅎㅎㅎ."
"ㅋㅋㅋㅋ 넌 왜 남자친구 없어?"
"아, 귀찮아~ 그러는 그쪽은? 완전 연예인 급인데..? 키도 크고.."
"나도 귀찮아."
"얼씨구.."
"얼씨구? ㅋㅋㅋㅋ."
"아, 맞다. 오늘 정현씨 왔요?"
"와. 오늘 가게 문 일찍 닫고.. 둘이 찜질방 갈 거야."
알바가 끝나자마자 가게로 왔다. 터덜터덜.. 팔 흔들며 들어왔더니 혜윤이는 또 먹고 있다.... 치킨 어제 먹어놓고 또 먹냐....
내 말에 혜윤이가 맛있져~하며 웃어보였고.. 그 옆에 남주혁은 '왔어?'하고 손을 흔든다. 얼레? 갑자기 말을 놓네.....
"어제 말해보려고 했는데.."
내 말에 갑자기 둘이 뭐어!?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내게 집중을 하기에 놀래서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장동윤한테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애가 게임에 집중하느라 나랑 얘기할 생각도 없어보였다구."
"걔는 지금 네가 헤어지자고 말 하려고 하는지도 모를 걸. 평생~ 자기만 바라볼 줄 알겠지. 그 새끼 진짜 남주혁 시켜서 죽여버려."
"저기요.. 내 의견은?"
"ㅡㅡ."
"ㅎ..."
둘은 꽤 친해진 것 같았다. 저 둘은 친해졌는데.. 나는 진전이 없다.. 아마도 평생 없으려나.
내가 답답하게 헤어지지도 못 하고 있는데... 에휴.. 다 내탓이지 뭐....
한숨을 내쉬며 앉아서 남주혁과 혜윤이가 얘기 나누는 걸 듣고 있는데... 둘은 뭐 귀신 얘기를 저렇게 해... 그것도 엄청 진지하게.
"귀신이 이 세상에 어딨어요 ㄱ-..."
내 말에.. 남주혁이 내 뒤를 가리키며 '귀신!!'했고.. 혜윤이가 꺄아아~ 하고 놀라는 척을 한다.
얼씨구.. 둘이 잘 논다.. 잘 놀아...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인가...
아.. 아니네.. 김정현이네... 눈이 마주쳐서 나도 모르게 피하긴 했는데.. 나를 투명인간 취급 하는 김정현에 뻘줌해서 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 바로 담배 피려고 나간 김정현이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김정현의 뒷모습을 계속 보고있자니.. 또 한숨이 나왔다. 저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고데기도 빡세게 하고.. 화장도 완전 잘 먹으려고 팩도 했는데.. 눈도 못 마주치면서 뭔..
"야. 얼른 나가봐. 둘이 얘기 잘 해봐.."
"제가 나가면 또 화낼 걸요.."
"아냐.. 저 형이 무슨 매일 화만 내는 줄 알아...?"
"…그런 거 아니었어요?"
"에이.."
"나가봐아 ^^~ 그냥 자연스럽게 오늘 뭐해써요~? 저는 뭐해써요~? 하고 자연스럽게 일상 얘기를 하면 되지않을까?"
남주혁의 말에 혜윤이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고, 나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엉기적 엉기적 문을 열고 나왔다.
내가 나오던 말던 담배를 피던 김정현에.. 나는 조용히 말을 건다.
"오늘 뭐하셨어요?"
아, 생각해보니까. 오늘 일했지 저 사람..시불..
"……."
날 봤다. 그것도 인상 쓰고.................... 나는 또 쫄았다. 크흠..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알바를 해서...요.... 알바를 마치고... 혜윤이가 가게로 오라고 해서 왔ㄴ.."
"너."
"…에?"
"나랑 다시 자고싶은 거야?"
"네???????????"
아니 이게 무슨.
"친구 하고싶은 건 아니잖아. 나랑 다시 자고싶은 거잖아."
근데 또 맞는 소리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너무 정곡을 찔러버려서.....
"…그것 뿐만은 아닌데요."
"그럼?"
"원나잇.. 그런 거 말고.. 그냥 연인 사이.. 이런 거.."
"지금 너 남자친구 있으니까 연인 사이 그런 거는 못 하고, 자는 건?"
"네?"
"너 지금 나랑 잘 수 있어?"
"……."
대답을 바라는 듯 나를 뚫어져라 보기에 나는 얼결에 고갤 작게 끄덕였다. 그럼 김정현은 일어서서 담배를 끄고선 어디론가 향하며 내게 '가자'한다.
김정현과 나는 주변에 있는 모텔에 들어왔고, 김정현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내 앞에 섰다.
"……."
"……."
김정현이 내게 키스하려고 다가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도 내 옷 단추를 하나씩 푸는 김정현에 나는 눈을 뜨고선 김정현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맨정신이라 못하잖아,너."
"……."
김정현이 내게서 떨어졌고, 나는 급하게 단추를 다시 끼운다.
"당당하지도 못할 거면 제발 그냥 가. 네가 남자친구랑 정리한다고 하는 것도,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한 것도 다 병같아, 내 눈엔."
"……."
"남자친구가 너 뒤에서 이러고 다니는 거 아냐."
"…남자친구랑 헤어질 거예요."
"친구야."
"……."
"어제도 말했지만, 네가 남친이랑 헤어지던 말던 내 알바 아니야. 난 연애 하기 싫어."
"……."
"나랑 잘 거 아니면 다신 찾아 오지 마. 그때 넌 술김에 나랑 잔 거야."
김정현이 먼저 방에서 나갔고.. 나는 방에 멀뚱히 서서 한참 멍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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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실비 아깝다...
아 참.... 독쟈님들.. 어제 어마어마한 오타가 있었어요..
치킨집인데... 혜윤이가 피자 시킨 거 ㄹㅈㄷ;;;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