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애인이 있고, 원나잇을 했다
w.1억
체육대회 구경 와서 얘기한 거라곤 수돗가에서 한 번이 끝이긴 한데.
정확한 거 하나 알아냈다.
"……."
학생들한테 인기가 많고, 학생들에게는 장난도 치고, 다정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나한테만 그렇게 까칠했던 거야. 그래도.. 오늘 나한테 웃어준 거 생각하면.. 뭐... 혼자 흐흥- 하고 웃으면 혜윤이가 미쳤내면서 내 등을 토닥인다.
엄청 잘생겼단 말이야.. 진짜....
주말 동안에는 장동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월요일이 되고.. 치킨집에 가서 김정현을 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알바를 하는데.
진짜 재수없게 장동윤에게서 카톡이 오는 것이다.
[야]
그래서 그냥 무시했다. 3년 동안 널 좋아했지만 헤어지니까 그닥 생각도 안 나는 거 보니... 막 막 막 사랑하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알바가 끝나고 신나서 흥얼거리며 치킨집 문을 열면 이미 남주혁과 같이 있는 혜윤이와... 그 옆에.....
"오빠! 키야.. 오늘 왜 이렇게 또 잘생기셨대요!!"
김정현이 있다. 혜윤이랑 남주혁과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무심하게 핸드폰을 보던 김정현이 고갤 들어 나를 보았고, 나는 무슨 개라도 된 것 마냥 총총 달려가 김정현의 앞에 앉는다.
"오늘 제가 늦었죠!!! 점장님이 대타 좀 해달라고 해서~"
"뭔 일 하는데."
"편의점이요! 말 안 했나!?"
"전혀."
"오오오 그럼 이제라도 알아주시길!!!! 아 아 아!! 맞다, 맞다. 그때 보니까 인기 음청 많던데. 이 얼굴이 막 다 먹히는 얼굴인가봐요."
"ㄱ-.."
"아, 저녁 드셨어요?? 저희 밥 먹으러 가요!!!!!!"
"먹었어."
"아니 그 사이에~?"
"뭘 그 사이야. 여덟시야."
"아하!~ 배고픈데..저는.."
"편의점 가서 사묵어."
"혼자 먹으면 맛 없는 걸료..."
김정현은 내게 조금은 편하게 대해주는 것 같았다. 처음엔 가라고 가라고 가라고~~ 이 말만 반복하더니..
혼자 먹으라는 말에 주눅들어서 입술 쭉- 내밀고 있다가 혼잣말을 했다. '순대국밥 먹으러 가야지..혼자...'
괜히 삐진 척 하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김정현이 일어나서는 내게 말한다.
"가 이씨."
"오!예!!!"
김정현이랑 단둘이 순대국밥이라니!! 아... 사실상 나만 먹는 거긴 한데.. 그래도 같이 앉아있다니 ㅠㅠㅠㅠ 괜히 너무 행복해서 숟가락을 든 채로 김정현을 보니
김정현이 핸드폰을 보다가 고갤 들어 나를 보더니 말한다.
"안 먹냐?"
"눈 앞에 김정현이 있는데 어떻게 먹어요..?"
"지랄 진짜......-_-"
">_ㅇ 찡긋."
둘이 같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도.. 그때 섹스한 걸 떠올리니 부끄러워서 헙.. 하고 고갤 숙여 국물을 떠먹으면.. 김정현이 콧방귀를 뀐다.
너무 너무 너무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뭔가 처음보단 더 낫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고 해야 되나... 아 , 그리고..!
"저요!"
"……???"
"장동윤한테 연락 왔어요."
"장동윤?"
"전남친이요!"
"뭐라고 -_-"
"야... 라고?"
"……."
"해도 돼~~ >< 니 꺼라고 해도 돼애앵~"
"너 술마셨어..?"
"아니요 -_-.................."
"그냥 무시해. 무시가 답이야."
"…아, 그런 거죠? 그쵸?"
"괜히 대꾸 해주면 그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한달이 된다고."
"…그렇겠죠? 아무래도??"
"응."
"흐흫ㅎㅎ 근데 오늘 너무 잘생기셨는데 또?"
내가 웃던~ 말던~ 핸드폰을 보며 관심을 끄는 듯한 김정현은 작게 웃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김정현과 가까워지고싶다.
"저희 또 술 언제 마셔요??"
"왜 마셔야 되는데?"
"와 말 서운하게 한다."
"서운하게 하긴 개뿔."
"진짜 어?? 말 서운하게 더 하면! 어? 저한테 혼납니다 예??"
"뭐래."
"또 또 또! 서운하게 해?? 안 되겠구만 진짜."
"밥이나 먹어 이씨."
"아, 예~"
귀찮다는 듯 귀를 파는 김정현에 인상을 쓴 채로 보면 김정현이 아예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진짜 어려운 사람이네 이 사람 진짜.
"쌤..!"
정현이 막 퇴근하려고 차키를 들고 주차장으로 나오면.. 정현을 기다리던 나은이 정현을 부른다.
정현은 무심하게 뒤돌아 나은에게 '어, 나은아'했고.. 나은이 말한다.
"퇴근.. 하시는 거예요?"
"아, 어. 넌 왜 집 안 가고.. 지금 시간까지."
"여태 공부 했어요!.."
"아, 그래?"
그럼 가- 하고 말하고 싶지만, 나은이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계속 서있자, 정현이 가지 않고서 나은을 바라본다. 둘의 사이에선 너무 어색한 공기가 돌았다.
"아까.. 피구 하다가! 다리를 살짝 삔 것 같아요!"
"보건실 갔어?"
"네! 갔는데.. 그냥 파스 뿌려주셨거든요. 근데 조금 아프네요.."
"지금은 괜찮아?"
"…조금 괜찮아요!"
"걸을 수 있어?"
"…모르겠어요!"
"데려다줄게. 타, 그럼."
"어, 그래도 돼요..!?"
정현이 대충 고갤 끄덕이면, 나은이 해맑게 웃으며 정현에게 다가간다.
나은은 정현의 차에 타서는 좋은 냄새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정현을 힐끔 본다.
쌤 차 타본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혹시라도 애인이 있을까, 차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그 어떤 것도 없기에 나은은 안심하는 듯 하다.
"쌤은 주말에 뭐하세요?"
"집에 있거나, 친구랑 있지."
"…아, 할 거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놀아요!"
"에이.. 됐어. 너는 네 친구들이랑 놀아."
"왜요..? 같이 놀면 좋잖아요..!"
"됐어ㅋㅋㅋ."
"…치."
정현은 그 이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은도 정현을 몰래 볼 뿐.. 말이 없다.
학생들과 다같이 있을 땐 그래도 어색한 게 없었는데.. 이렇게 둘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나은을 데려다주고 치킨집에 온 정현.. 정현이 들어오자마자 주혁이 갑자기 가게 문을 잠궜고, 정현이 뭐냐는 듯 주혁을 바라보면..
주혁이 테이블 위에 치킨과 맥주를 가리키며 말한다.
"오늘은 술파티입니다!!!!!!!!!"
그 말에 옆에 앉아있는 의주와 혜윤이 미친듯이 고갤 끄덕이자.. 정현은 저 둘이 자초한 일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뭐... 맥주 정도면 괜찮지. 근데.. 정의주 쟤는 오늘도 날 보고 웃고있네.
그때 밖에서 술을 마셨을 땐.. 서로 어색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혜윤과 주혁은 친해져서 일상 얘기를 하기 바쁘고, 원나잇을 한 의주와 정현은 말 없이 그 둘을 바라본다.
의주는 정현과 얘기를 하고싶은지 계속 우물쭈물 하고, 정현은 치킨 한조각 입에 넣고선 오물오물 씹으며 다른 곳을 본다.
"근데 둘은 언제쯤 어색한 게 풀리려나~~? 근데 나라면 원나잇 하고 못마주칠 것 같은데. 형이랑 의주는 대단해!"
아주 눈치 없는 주혁이 웃으며 저 얘기를 하면 혜윤이 주혁의 입을 틀어막는다.
의주는 모야앙ㅇ- 하고 부끄러운 척을 하고.. 정현은 개소리하네-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맥주를 마신다.
"아, 근데!! 어제 손님중에 한분이 나한테 번호 달라고 했는데. 안 주기가 뭐해서 주긴 줬단 말이지??"
주혁의 말에 의주와 혜윤이 고갤 젓는다. 그럼 주혁이 왜 고갤 젓냐며 찡찡 거리기 바쁘다.
"……."
시끄러운 셋을 보며 멍을 떄리는 정현에 의주가 정현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니, 정현이 진짜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쓴다.
"왜ㅠㅠㅠㅠ왜요ㅠㅠㅠㅠ제가 더러워요??"
"방금 건 좀.."
"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점수 깎였어요, 그럼? 저 몇점이에요??"
"0점."
"하ㅠㅠㅠ깎여서?"
"원래 0점이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근데 왜 이렇게 잘생기셨을까나.."
"ㄱ-.."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때랑 똑같다. 텐션 높아진 거... 그때도 쟤가 먼저 취했었는데. 오늘도 네가 먼저 취하는구나..
정현은 그래도 이 상황이 재밌는지 의주를 보며 웃었고, 의주가 따라 웃는다.
술이 센 정현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고, 혜윤과 주혁은 갑자기
"노래방 가즈아아아아~!!"
"갸아아아 가즈아!! 갈 거예요? 정현오빠?"
"아니."
"ㅇㅋ! 우리끼리 갑니다! 가게 좀 지켜요!!"
저러더니 가버렸다.
정현은 그런 둘이 멀어져가는 걸 보고 쯧쯧- 혀를 찼고.. 취해서는 옆에 앉아, 고갤 숙이고 있는 의주에 정현이 그런 의주를 바라본다.
의주가 고갤 숙인 채로 딸꾹질을 하면, 정현이 말한다.
"야 정의주."
"…에?"
"많이 취했냐?"
"…어우."
"맥주 마시고 취하는 애가 어딨냐."
"…허유."
의주가 정신 못 차리고 계속 고갤 숙이고 있으면, 정현이 턱을 괸 채로 의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야, 정신 차리고 집 가."
"…근데요 오빠 오늘.."
"아, 그만해라??"
"뭐여.. 제가 뭔 말 할 줄 알거."
"오늘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이럴 거잖아."
"와 어케 알았지. 개쩌네."
"……."
"하 근데 진짜 너무 잘생긴 것.."
"으.."
정현이 고갤 저으며 맥주를 한모금 더 마셨을까.. 의주가 갑자기 일어섰고.. 정현이 의주를 무심하게 바라보면.. 의주가 갑자기 정현에게 헤드락을 건다.
"진짜 싸가지 없는 것만 좀 빼믄 얼마나 좋으까!!!!!!!!!"
"야 미쳤..."
"아우 아우 아우!!"
겨우 의주를 떨어트린 정현이 어이가 없는지 입을 벌린 채로 의주를 보았고.. 의주가 '뭐 이 색갸'하고 정현을 바라본다.
정현이 고갤 저으며 일어서서 의주를 의자에 앉히고선 물을 갖고와 의주에게 건네주자.. 의주가 다시 일어나 정현에게 말한다.
"내놔요! 내놔!!"
"뭘."
"그 얼굴 내놓으라구요. 진짜! 그 얼굴 보면서 밤마다 막 막 막 자기위로 해야겠어 안 되겠어."
"야 못하는 말이 없..."
"하으...........내가 진짜.......... 장동윤한테 정이 떨어지고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 ㅠㅠㅠㅠㅜ우리 엄마도 놀랬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솔직히 오빠 내 생각하면서 딸친 적 있다 없ㄷ.."
"야."
"에?"
"진짜 그만해라. 못하는 말이 없어 진짜."
"그때요."
"……."
"나랑 왜 잤어요????????진짜...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
"내가 그걸 취한 너한테 말해봤자 뭔 도움이 될까 싶은데?"
"…아아아앙."
"앙탈이야 이씨."
"…졸리다."
"집 가서 자."
"아, 취했는데 어떻게 집 가서 자유. 진짜 짜증나."
"왜."
"김정현 재수없어 시팔."
"시팔????"
"……."
의주가 괜히 서서 정현을 째려보자, 정현이 의주를 웃음기 있는 얼굴로 내려다본다.
그러다 의주가 또 딸꾹질을 하면 정현이 귀엽다는 듯 살풋 웃으며 말한다.
"너 되게 특이하다."
"…에?"
"한 번 예뻐보이면 미치겠는 얼굴이야."
"에!?!??!!"
"뭘 놀라. 내일이면 기억도 못할 거면서."
"…하."
"취한 애한테 이런 말 해서 뭐하나 싶긴 하다. 너 지금 내가 뭐라는지 모르겠지?"
"아는데."
"내가 뭐라했는데."
"미치겠다?"
"대충 비슷했네."
"저 잘테니까. 30분 뒤에 깨워줘요."
"그냥 푹~ 자. 아침까지."
"이잉."
"이잉 같은 소리하네."
의주가 테이블에 엎드려서 눈을 감았다. 정현은 의주가 잠이 들 때까지 계속 바라보았고..
곧 정현도 졸린지 같이 엎드려 의주를 바라본다. 의주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는 것 같았다. 정현은 몇분째 아무 말이 없다.
"……."
-
-
-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