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ne chance] -13- 힘찬은 자신이 지금 고작 죄책감에 미쳐 버린 거라고 믿고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 버리고, 도망치듯이 방에서 빠져나왔다. 익숙해진 저 향기가 몸에 그 사이 베인 듯 했다. 불쾌했다. 케리어를 끌고 끝없는 복도를 걸어나왔다. 현관문에 손을 올리니 그제서야 자신이 이 집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쥐고 있는 가방 손잡이에 땀이 찼다는 것도 이제야 알아차렸다. 힘주어 현관문을 여니 넓고 긴 마당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나갈 큰 대문이 보였다.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당장이라도 비를 세차게 뿜어낼 것 만 같았다. 장마철. 그러니까 여름이다, 방용국을 만난 계절은 한 겨울이였고. 짧은 시간 내에 너가 나에게 미친영향은 나도 모르게 꽤 있었나보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걸보면. 그리고, 쥐고 있는 대문을 열지 못하는 걸 보면. 힘찬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긋히 깨물었다. 자신을 가두던 감옥 같던 이 집 대문을 직접 열고 나간다는 게 기분이 참 묘했다. 이렇게 쉬운 일인데 나는 입으로는 혐오하며 싫다하였는데 왜, 이렇게 진작에 빠져나오지 않았는 지. 나름 그런 생활을 만족하고 살았는 지. 김힘찬, 나에게 묻고 싶다. 힘찬은 유유히 큰 대문을 열고 빠져 나왔다. 끼익,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그를 반겼다. 망설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케리어를 끌고 가던 그는, 갑자기 제자리에 발걸음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고개만 돌려 용국과 함께 지냈던 그 집을 바라보았다. 쉽게 눈을 때지 못한 힘찬은 그 자리에서 미동조차 없이, 한동안 서있었다. 너는 꽃이다. 너는 나의 꽃이다. 네가 나의 꽃인 이유는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이유는 내 가슴속에 피어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멍해진 머리에 한동안 힘찬은 쪽지를 들고 미동이 없었다. 이건, 분명 방용국이 써둔 글이 분명했다. 무슨 생각으로 방용국은 이런글을 써서 지갑속에 넣어 두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왜, 널 괴롭히던 나를 꽃으로 생각한것인지. 너가 나를 조금이라도 미워했다면 이렇게 까지 내가 힘들지 않았을 텐데. 괜시리 머리가 더 복잡해진 힘찬은 지저끈 담배꽁초 옆에 조용히 쪽지를 찢었다. 소복히 쌓인 종이조각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힘찬의 눈앞에 종이조각위 적혀있는 자신의 이름 힘찬 두글자가 띄었다. 분명 아까 보았을 때는 힘찬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지 않았는데… 힘찬이 의아함에 조각을 들어 뒷면을 보았다. 꽃 이라고 아까보았던 글의 일부분이 적혀있었다. 뒷면에도 무어라 적혀있었구나. 뒤늦게 쪽지를 찢어버린 자신을 자책하며 힘찬은 자신의 왼손 손바닥위에 종이 조각을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서서히 퍼즐처럼 글자가 제자리를 찾은 듯이 이어졌다. 이내, 본래의 모습을 찾게된 쪽지위에는 아까와는 또 다른 말이 적혀있었다. |
그러니까, 넌 더럽지 않아 힘찬아.
말없이 들여다보던 힘찬의 왼손 쪽지위에 뚝, 하고 물방울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번지는 글자. 힘찬은 왼손의 쪽지를 꽉쥐었다. 손이 노랗게 될 만큼 강하게 쥐고있었다. 시멘트 바닥에 툭툭 한두방울 떨어지던 물방울 들이 점점 빠른속도로 시멘트 바닥을 적셨다. 거리에 사람들은 급히 우산을 펼쳐들거나 건물안으로 들어가기 급급했다. 가게 앞에 앉아있는 힘찬만 미동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았다. 지긋히 두눈을 감은 힘찬은 머리를 젖혀 가게 벽에 기대었다. 따가운 빗방울들이 끝없이 떨어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의문점은 꽤나 쉽게 풀렸다 힘찬이 지갑을 꺼내 보았을때 돈이 없으면 몸을 팔러간다는걸 용국은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고, 용국은 힘찬이 그런자신을 낮추어 평가하며 더럽다고 느끼는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점들은 용국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고, 방용국은 힘찬이 누군가의 꽃이 될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라 말해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누군가' 는 방용국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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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많은 사람들 중 하필 날 사랑해?'
'…그럼 넌 왜 수많은 사람들 중 나만 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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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찬은 머리 아닌 가슴으로 울고, 흐린하늘도 눈물로 번졌다. 그렇게 모두가 울었다.
***
두손을 주머니에 꽂아둔 영재는 창가에 서서 짧은 한숨을 쉬었다. 창밖엔 장마철이라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한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던 영재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곤 나지막히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일어나실 때도 됐잖아요."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잖아요. 영재는 또 다시 한숨을 쉬며 가까이 걸어갔다. 굳게 닫힌 눈은 도저히 떠질 생각을 안했다. 한쪽 팔에 주렁주렁 매단 링거과, 산소호흡기는 영재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침대 옆에 의자를 끌고와서는 묵묵히 남자의 옆을 지키는 영재의 뒷모습은 듬직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뇌리를 스치듯이 떠올랐다. 장기가 많이 손상되었다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죽을뻔 했다며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던데. 많은 시간이 지나도 도통 의식을 찾지못하는 덕에 자꾸만 의사에 대한 불심도 생겼다. 아마, 이 시기에 영재는 그 누구도 믿지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영재는 그렇게 오늘도 힘찬에게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악몽속으로 젖어들어갔다.
๑^▽^๑
안녕하세요...! One chance 작가 끙_끙 입니다!
.. 면목이 없습니다. 끙끙
개인사정 때문에 글을 한달이나 미룬 작가는 돌팔매 맞아야되요 ㅠㅠ 엉엉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ㅠㅠ
매우 치세요 TAT
+아 맞다, 그리고 원찬스 14회가 아니라 17회 쯤끝날것 같네요!
쭈야
쪼꼬
체리
부농이
떡
메이린
킁
반찮
쿵니
파스
빵젤방앗간♡
노트
찮쁘니
Choco
안찮
아련이
(ㅇ.
단비
블링
문바보
내사랑
레몬요정
캣츠
보라돌이
코피
으갸갹
허니
사탕
구름
찡찡
장구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