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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다각] 열린 문틈 사이로 1 | 인스티즈



열린 문틈 사이로

 

w. 량군 (for 브로)

 

 

 

열린 문틈 사이로 1

 

 

w. 량군 (for 종종)

 

 

 제국력 357. 대륙은 카잔제국, 염국(炎國), 뤼진느, 유세르공국, 총 네 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허나 그것은 허명에 불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국력 348, 카잔제국의 속국이 되는 것을 거부한 현()은 제국에 의해 지도 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카잔은 왕국에서 제국으로 칭제를 선포한 이래, 가장 강력한 왕권과 군사력을 자랑했던 시기였기에 현()의 멸망은 대륙전쟁의 시발점과 같았다.

 염국(炎國)은 카잔이 왕국이던 시절부터 근 오백여년을 동맹국으로 우호를 맺었으나, 그 이름이 바람 앞의 촛불인지라 제국의 눈치를 보며 동맹국이라는 미명아래 숨을 죽였으며 뤼진느는 현()의 멸망 후, 제국의 칼날이 방향을 틀기도 전에 속국임을 자청하며 연호를 폐하고 왕위계승권 2위의 왕자 루한을 볼모로 보냈다. 그에 비해 유세르공국은 두 가지의 명분으로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하나는 대륙의 심장을 지키는 성지인 공국이 대륙 유일의 중립국이기 때문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공국이라는 국가의 이름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 땅은 제국의 공작 작위를 이름으로 계승하는 '세훈'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공국은 제국의 신()국이라는 의미였다.

 땅 위의 수많은 나라가 한번쯤 꿈꾸던 대륙통일을 목전에 둔 제국의 기세는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특히 만민이 선망하는 권력의 정점에 선 자가 바로 제국의 황제였으니 대륙의 모든 인간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다.

 

 

 

*

 

 

 

 "내가 누군지 아느냐."

 "미천한 천것의 더러운 입으로 아뢰는 것이 황송하옵니다. 제게 친히 질문을 주신 분께오서는 그 누구보다 위대하며 카잔제국의 눈부신 광영이 되시는 바엘이시여, 그 이름 앞에 축복을 내려주소서- 황제 폐하이십니다."

 "눈치는 제법이군."

 

 제국의 수도 카자르의 중심에 위치한 황궁에서도 가장 은밀한 내실(內室)을 떠도는 대화는 몹시 상반적이었다. 대륙을 벌벌 떨게 만드는 황제 카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는 나태함이 묻어났다. 이에 비해 그 앞에서 벌벌 떨면서도 노래하듯 황제를 찬미하는 이는 제국의 가장 바닥에서 살아가는 천민 시우민이었다.

 사실 시우민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황궁으로 끌려오기 전, 첸이 경전 외듯 옆에서 읊어준 주의사항만으로도 패닉에 빠졌는데 미로와 같은 길을 지나 느닷없이 황제를 대면하게 된 것이었다. 내실(內室)의 육중한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우민은 황급히 바닥에 달라붙을 기세로 절했다.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나 황제는 시전바닥에 떠도는 가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의 유명한 시인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조각상과 같은 강건한 육체와 주신(主神) 바엘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어둠보다 깊은 흑발과 흑안, 그리고 짙게 음영이 진 이목구비까지. 그는 정말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미()를 남성으로 집약시켜낸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전설 속의 요정들이 이리 생겼을까. 시우민은 밀려오는 당혹감 속에서도 절로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모순적이게도 황제는 백성들의 입과 귀에 떠도는 말과는 또 달랐는데 두려울 정도로 강력하다는 황제는 위대한 제국의 주인이라기보다 배부른 흑표범 같았다. 나른해 보이는 얼굴 곳곳에는 무료함이 그려져 있었다.

 '만의 하나지만, 혹여나 정말 천만의 하나. 황제를 만나면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하도록 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마주하게 된다면 말이야. 결코 그를 거스르지 마.'

 유언과도 같았던 첸의 비장한 말이 아니더라도 시우민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배가 부르더라도 맹수는 맹수. 그의 기세에서 이미 숨을 고르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더군다나 황제의 뒤에는 제국의 검이라 불리는 친위대장 크리스가 시립해 있었다. 얼음장 같은 그의 얼굴은 제 기운보다도 시렸기에 시우민은 황제와의 독대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지, 불행으로 여겨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얼음.

 그랬다. 모든 것은 얼음, 모두 빙()의 기운 탓이었다. 세계를 인지한 그 순간부터 그리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천민의 신분으로 바득바득 살아온 스물 네 번의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차라리 첸에게 백여우라 평생 불리는 것이 나으리라.

 

 "얼음, ()이라."

 

 황제의 음성이 제 심장을 주무르며 늑장을 부렸다. 카자르에서 배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다 못해 난장을 부릴 시우민은 태어나 처음으로 담()이 큰 제 자신을 저주했다. 차라리 혼절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리라. 시우민은 황제의 발끝을 노려보며 저를 혼자 보낸 첸을 원망했다. 시우민이 끌려간 것은 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단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저를 홀로 이 상황에 두게 한 작금의 상황이 결코 그들의 자의가 아닐지라도- 모든 지인들을 곱씹었다. 어떻게 살아온 삶인데 이리도 허망하게 빼앗길 지경에 이르렀는가. 침묵 위의 상념은 계속 이어졌다. 마침내 시우민이 혼자는 죽지 않겠다며 첸을 팔아버리리라 결심했을 때, 드디어 황제가 침묵을 깼다.

 

 "천민에게 신기(神氣)가 깃들다니. 이런 자를 둔 제국이 대단한 것인가, 그도 아니면 저 치가 대단한 건가.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고? "

 "소인이 어찌 하늘의 뜻을 알리오리까. 무지한 신()을 벌하소서, 폐하."

 

 조각상이 말을 하네. 시우민은 제게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힐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창공의 크리스. 황제의 날개, 크리스 판 리지아. 그의 칼은 하늘을 가른다했던가. 시우민은 태어나 두 번째로 마주하는 능력자를 바라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천지가 창조되고 생명을 만들어낸 주신(主神) 바엘과 11()은 가장 나약하고 어리석은 생명인 인간을 위해 그들의 힘을 인간에게 나누어주고자 했다. 힘이 악용될 여지를 염려한 신들은 12신의 위대한 힘에서 작은 파편을 떼어내 신의 의지를 따르는 12사제의 몸에 심었다. 그렇게 심어진 작은 파편의 능력은 범인(凡人)들에겐 기함할 만한 것이었다.

 공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동, 창공을 가르는 비행, 바위를 내려치는 번개, 대기마저 얼리는 얼음,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염동력, 검보다 예리한 바람, 모든 상처를 감싸는 치유, 시간을 농락하는 타임, 생명의 근원 물, 창조의 어머니 대지, 영혼마저 태우는 불, 그리고 세계의 시작 빛.

 신기(神氣) 혹은 능력이라 불리는 열두 파편은 12사제의 피를 잇는 자들 중 한 사람에게 계승되었다. 이 계승자들은 초대 12사제의 이름을 힘과 함께 이어받았다. 리지아 가()는 바로 이 12사제 중 비행의 능력이 심어진 자의 혈족이었고, () 황제 직속 친위대 흑령의 장()이자 '창공의 크리스'의 계승자인 황제 뒤의 사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 속에 바다가 육지가 되는 것처럼 사람은 변했다. 신의 의지에 반()하는 계승자들이 생겨났고 결국 그들의 행태는 신의 분노를 사 몇몇 계승자들에게서 파편이 회수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파편의 대부분이 회수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 날, 황금시대 끝을 맺게 한 '종말'이 일어났다.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이 신의 축복을 잃은 인간이었다. 이를 가엾이 여긴 12() 중의 무명(無名)의 신이 주신(主神) 바엘을 설득하여 회수된 능력들의 일부를 인간에게 다시 한 번 심어주는 기회를 주기로 한다. 회수되었던 파편들은 피의 계승이 아닌 하늘의 의지에 따라 혹은 우연에 의해 인간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종말'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열두 파편이 모인 적은 없었다. 종말 이후 파편이 가장 많이 기록된 시기는 제국력 원년, 카잔왕국을 제국으로 만든 사자왕 카이 1세를 비롯한 다섯 계승자의 출현이 전부였다.

 

 그렇듯 희귀하기 짝이 없는 신기(神氣)가 공적으로 확인된 것만 이로써 셋. 시우민의 얼음과 크리스의 비행, 그리고 염국(炎國)의 왕실에서 계승되는 불. 시우민은 한껏 웅크린 제 몸을 보다 작게 만들고자 고개를 조아렸다. 파편은 귀하나 용이했다. 때문에 파편이 심어진 자는 그 재수에 따라 삶이 갈렸는데 쓰다 버리기 딱 좋은 천민의 신분인 시우민에게는 작금의 상황이 지옥문이 눈앞에 열린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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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짱짱팬인 동생의 협박어린 생일 선물용 리퀘스트 글입니다.

캐릭터 기본 설정을 도와줘서 쓰는건 재밌었어요.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완결까지 이미 구성된 중장편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우와... 제목이 '열린 문틈 사이로' 여서 므흣한 글인가? 하고 들어왔는데 이런 대작이였다니.. 너무 재밌습니다 ;ㅅ;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물고기로 신청할게요! 그나저나 동생분 생일선물로 이런 글도 써주시고 작가님 짱짱맨!! 덕분에 독자는 감사히 읽고갑니당!
11년 전
량군
재밌으셧다니 다행이네요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 ㅎㅎ 너무 늦게 답글단건아닌지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2
!대박이다 진짜 웅장하다 대박 진짜 기대됩니다 으와 진짜 매우 기다려지네요!!!
11년 전
독자3
오랜만에 글잡에서 금글을 발견한 것 같아 기뻐요!픽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ㅎㅎ세계관 먼저 발견하고 읽다가 본편이 너무 읽고 싶어서 급하게 왔어요 앞으로의 얘기들이 너무 기대돼요!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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