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이건 윤윤제씨가 참고해야 할 자료 정리한거예요. 다음 주 까지."
윤제는 준희가 넘겨준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준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19살을 끝으로 둘은 한 번도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이렇게 불편하게 만날 줄은 몰랐으며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준희는 윤제에게 고백했다. 나, 너를 좋아해. 윤제는 그 자리를 도망쳐나왔다. 달리면서 맞는 겨울바람은 찼다. 그 일을 끝으로 둘의 기억은 멈춰있었다. …종이를 건네주던 그의 네번째 손가락에는 반지가 있었다.
"…준희씨, 여자친구 있어요?"
"다음 주에 결혼하는데요."
준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결혼에 대한 행복한 상상때문이 아니라, 윤제를 비웃는 것이었다. 오실래요? 나야 뭐 축의금 쌓이면 좋고‥, 그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하얀 청첩장을 내밀었다. 윤윤제씨, 무례한 건 여전하네요. 자리를 떠나는 준희의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 * *
결혼식에서 준희는 멋졌다. 사랑하는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반지를 끼워주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런 그의 모습은 너무 눈이 부셨다. 마지막으로 키스. 사람들이 박수를 쳤고 윤제도 기계처럼 박수를 쳤다. 그렇게 준희는 결혼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준희의 얼굴은 그대로였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게이가 결혼을, 신혼여행을.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윤제가 내민 마지막 서류를 보던 준희가 웃었다. 이제 끝났네요. 회식이라도 해야하나. 윤제도 그런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게요…
18살의 둘은 없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도 없는 33살의 둘만이 남아있었다.
* * *
윤제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수많은 전화번호 중에서 끝자리가 1004인 것을 봤을 때부터, 그의 손가락은 멈춰있었다. 그런 윤제의 모습을 바라보던 시원이 휴대전화를 도로 가져갔다. 문자메세지도 못 보내나, 빙신이가. 시원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 안녕하세요. 신랑 윤윤제, 신부 성시원입니다. 저희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
다 아는 사이인데 이렇게 문자로 보내니까 낯간지러워 죽겠어, 까르르 웃으며 자신에게 기대는 시원의 어깨를 감쌌다. 뭘 발랐는지 유난히 번들거리는 시원의 입술이 보였다. 그녀의 볼을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화장품 때문에 쓴 맛이 났다. 시원이 입을 부딪힌 채로 미소지었다. 그 순간 준희는 윤제가 보낸 메세지를 읽고 있었다.
* * *
"결혼 축하해."
안 올 줄 알았던 강준희가 왔다. 매일 쓰던 존댓말은 어디가고, 18살의 강준희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너 입술 텄어… 윤제의 말에 준희가 주머니에서 입술보호제를 꺼내 발랐다. 입술보호제를 바른 그의 입술이 번들거렸다. 안 그럴 것 같이 굴더니 결국 성시원이랑 결혼하는구나. 준희가 조용히 웃었다. 너도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여자랑 결혼했잖아. 그 말은 결국 꺼내지 못했다.
시원의 손을 붙잡았다. 신랑 윤윤제는 신부 성시원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네. 마지막으로 시원에게 키스할 때,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그 사람들 사이에 준희가 있을 때, 윤제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고, 자신의 앞에는 시원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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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도 준희를 결국 사랑했지만 현실은 그런걸 인정하지 못하죠;_; 너무 늦어버렸슴더... 원래 똥조각이었는데 더써서 똥단편이되었네여! 나는 아직도 너를사랑해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