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반복
(고정브금임니당)
카톡-
카톡음이 울림과 동시에 눈이 번쩍 뜨였다. 원래 내가 자는 귀가 밝아 예민하긴 하다지만 이정도였나 생각될 정도로 너무 번쩍 띄인 감이 있어 내가 다 민망했다. 언제 저녁이 되었는지 밖은 꽤나 어둑해졌다. 눈도 제대로 띄이지 않아 잘 보이지 않는 머리맡을 더듬거렸다. 핸드폰은 항상 머리 옆에 두고 자니 이 쯤 어디 있을텐데 핸드폰이 집히지 않았다. 정신도 비몽사몽 해서 슬슬 안찾아지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 내가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 놓았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상체를 일으켜 이번엔 침대 위를 더듬거렸다.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만 덮고 자서 그런지 온 몸이 뻐근했다. 바닥과 맞붙은 엉덩이 뼈가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핸드폰을 찾아 더듬거리던 손이 이제야 핸드폰을 찾아냈다. 핸드폰을 켜고 액정 빛에 눈이 부셔 눈을 한껏 찡그렸다.
죄송해요, 촬영중이었어요. 이용대의 답장이었다. 정신이 번쩍 뜨인 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뻔 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며 뒤쪽에서 들리는 코 고는 소리를 따라 구자철을 쳐다봤다. 자고 있는 게 맞겠지? 저 녀석 저러다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침대에 기대 앉아서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아 그러셨구나. 죄송해요ㅠㅠ
방송중에 핸드폰을 가지고 촬영을 한건가? 못 그러게 할텐데. 왠지 어리버리 하다가 가지고 들어갔을 것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 이미지가 너무 귀엽다. 답장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왔다.
헐ㅠㅠㅠ.. 저 가면서 촬영간다고 말씀 드렸는데 까먹었어요? ㅠㅠㅠㅠ
헐. 그런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귀여웠다. 세상에 무슨 이렇게 귀여운 남자가 다있지? 그의 얼굴을 상상하며 읽으니 묘하게 카톡 메세지와 매치되는 것 같아 더욱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기성용, 정말 중증이다.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남자 둘이서 눈물의 카톡… 그래도 좋다. 내가 그렇게 두 줄의 메세지를 쓰니 핸드폰을 켜고 보고 있었는지 쓰지마자 숫자가 지워졌다. 당황스럽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가 날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가 보구나.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 데, 이 사소한 소리에도 구자철이 깨버릴 까 조마조마 해서 소리를 죽였다. 다행이도 그의 코 고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서 즉답이 왔다.
정말 죄송해요?
당황스러웠다. 어… 음… 뭐라고 해야할까? 네 라고 하면 좋은건가?
네..ㅠㅠ
내가 말을 못 쓰겠는 건 원래 이러는 게 아니라 주체할 수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이다. 대체 이용대, 그가 뭐라고 난 그의 앞에서는 이렇게 작아지는 걸까. 밉다, 그가. 아니… 좋다.
미안하면 지금
저랑 좀 있어주실래요?
헐. 헐? 지금 이 남자가 뭐라고 한거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이럴 떄엔 뭐라고 해야하는 걸까.
촬영 끝나구요
한국에서 응원 오신 분이 과일주를 선물이라고
주셨는데
재성이형이랑 먹을랬더니 없네요
근데 냉장고도 없는데 놔두기도 뭐하고
혼자 마시긴 좀 그렇잖아요
술도 잘 못하구 ㅎㅎ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이용대 씨.
방 어디세요?
그에게 방 번호를 답장 받은 나는 곧바로 그의 방으로 달려가다시피 빠르게 걸어갔다. 계단을 몇 층 내려가 도착한 3층에 오른쪽 방 앞. 어떻게 왔는줄도 모르게 정신이 없다. 그의 방 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뛰지도 않고 그저 빠르게 걷기만 했는데… 이렇게 헉헉거리는 날 보면 이용대는 뭐라고 할까? 혹시라도 그가 나올까봐 나는 제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세요?
"저… 에요."
바보같았다. 거기서 목이 메이는 건 뭐람.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문을 여는 이용대가 눈앞에 보였다.
"들어오세요."
그가 웃으며 날 반겼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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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네여.. 5편도 fai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