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반복
(안기성용시점(번외) 브금)
힘든 훈련 중간에 쉬는 시간마다 용대는 핸드폰을 놓고 있는 법이 없었다. 선수촌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3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용대는 잘생겼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무언의 오로라가 있었는데, 그런 애가 쉬는 시간에 핸드폰만 만지고 있으니 재성 외의 다른 사람들은 친해지기가 어려웠었다. 재성은 그런 용대를 보고 핸드폰 놓고 와서 말 좀 트라고 말을 건넸지만, 용대는 그런 재성에 화들짝 놀라며 주눅이 든 표정으로 네…하고 말 할 뿐이었다.
재성은 그런 용대를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저 애가 조금 소심한 성격이구나, 내가 잘 도와줘야지. 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 했을 것이다. 그건 용대가 선천적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이유도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그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이유를 알게 된 건 5월이 되고 나서였다. 어째서인지 훈련에 잘 집중을 못하자 코치는 용대를 불러내 얘기를 해보라고 하였다. 용대는 군말 없이 자신이 왜 그랬는지를 들려주었다. 그 때의 재성은 용대가 걱정도 됐지만 코치가 잘 해결해 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관여하지 않았었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용대 혼자였다.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것이 가엾어 보여 여자 선배들은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몇 분 후에 코치가 돌아옴과 동시에 체육관 2층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경찰이 있었고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민간인이 있었다. 연습하던 선수들은 무슨 일이냐며 의아해 했지만 용대만은 그 장면을 보며 손을 덜덜 떨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캐치한 건 재성뿐이 없었다.
"오늘 무슨 일이야?"
"뭐, 뭐가요?"
용대는 모르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말투에서부터 티가 확 났다. 본인도 말하면서 속으로 거짓말 못하는 자신을 탓했다. 재성도 왠만하면 속아 넘어주는 척 해줄법 하련만 이런 되도 어색함에는 순순히 넘어가 줄 수가 없었다.
"오늘 경찰이 끌고 간 남자, 너랑 관련 있지?"
"아, 아니에요 형……."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면 누가 믿냐. 재성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오늘 네 표정 다 봤어. 자꾸 거짓말 칠거야? 형이 못미더워서 그래?"
용대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재성의 짐작대로 역시나 이런 유의 말에는 약한 타입이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표정에서부터 전해지는 낑낑대는 꼴이 강아지 같아서 그만 추궁하고 싶었지만 재성은 꼭 알아야했다. 이 동생 같은 놈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모르고 지나간 게 미안해서라도 다 알아야했다. 결국 재성의 눈초리를 못 이긴 용대가 입을 열었다. 재성의 승리였다.
사실…….
얘기하기가 어려운지 입을 떼었다가 말았다가, 결국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재성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그가 켜둔 화면에는 문자가 떠있었다.
"… 이게 뭐야?"
"……."
"대답해, 용대. 이게 뭐야."
문자를 하나씩 넘겨 볼수록 그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들려왔다. 확실히 재성은 화나있었다. 아까 그 남자가 이 문자의 원인이라면 왜 이 지경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화가 치밀어왔다.
용대야 잘 있었어? 오늘도 예쁘네.
용대야 그 여자 누구야 너랑 안어울려
내가 널 얼마나 지켜보는데 넌 하나도 모르는구나
내가 매일 널 보고있으니까 허튼짓 하지마
나 이외의 사람이랑 사귈생각 하지마
여자한테 그렇게 웃어주면 그년은 뭣도모르고 너한테 빠지잖아 넌 내껀데
하루에 하나씩 날아온 문자의 내용은 갈수록 심해졌다. 1004라는 번호로 온 문자의 시작은 용대가 선수촌 생활을 하고 1달 정도 후인 2월부터였다. 근 3개월 동안 문자에 시달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또 문자 내용으로 봐서 발신자는 웬만해서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 선수촌 내에서 용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듯했다. 재성은 용대에게 대답하라고 재촉했지만 사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1004 문자의 끝에 발신인에는 이름이 있었다.
보자마자 눈치 챌 수 있었다. 범인은 1004로 번호를 바꿔 보내다가 3개월 만에 번호를 바꾸지 않고 보낸 실수를 한 것이었다. 그것이 오늘이었다. 용대가 오늘 안절부절 못한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던 것이었다. 이름이 저장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그의 친구거나, 아무튼 아는 사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재성은 좀 더 일찍 물어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고등학교……."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서 재성은 재촉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
"정말… 이럴 줄은……."
끝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3개월간 시달려온 괴롭힘의 끝이 가장 친한 친구였다니 어린 그로써는 충격일 만했다. 소리 내어 울지 않으려는 용대를 토닥여주며 재성은 이젠 괜찮다며 달래주었다. 이젠 그런 문자고 뭐고 없을 테니 안심하라며 다독였다. 하지만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충격보다는 친구에 대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재성도 잘 아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더욱 뭐라 위로의 말을 건낼 수가 없었다.
배드민턴 선수들 사이에서는 그 일은 전광석화보다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재성이 뭐라 말을 하진 않았지만 용대가 코치와 얘기를 하자마자 온 경찰을 미루어보면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누구든지 용대를 보고는 괜찮으냐고, 이제 그런 일 없을 거라며 한 마디씩 꺼내주었다.
재성도 용대도, 배드민턴 선수들 모두 당연히 그 일이 끝일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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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안와서.. 헿헿
자소서 쓰는것도 지치고.. 대학마다 바꿔서 또 써야되고.. 많이 지치네요 ㅠㅠ
기성용대 글쓰는 재미라도 있어서 다행인듯 흐큭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