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쓰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쪽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저 부담스럽게 초롱초롱 거리는 두 눈이 신경쓰인다. 제가 고개를 뒤로 확 돌리면 엄청 티가 나도록 의자 뒤로 샤샤삭 고개를 집어넣는다. 다시 제가 앞을 바라보면 부시럭 소리를 내며 의자 옆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폐막식이 끝나기 전 빨리 돌아오려고 미리 예약해 놓았던 비행기표가 있다고 쑨양에게 말한지가 며칠 전이였다. 아무 생각없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뱉은 제 한마디에 예의 그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얼굴은 사색이 되어 그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도도도도 뛰어가서 몇분 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안색이 멀쩡해져 피실피실 웃으며 돌아왔었지...그래, 분명 그랬었다.
그 다음나루터 이틀간 평소처럼 멀쩡히 둘이서 런던 거리를 정복하겠답시고 서로 눈을 마주보며 결연하게 "파이팅!" 을 외치고 시작한 런던 거리 원정을 하기로 했었다. 복잡한 골목 사이사이를 돌고 자신들의 양 옆을 쌩쌩 지나다니는 위협적인 자동차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불과 1시간도 놓지 않아 축 늘어진 눈을 한 채 서로 마주보고 같이 입술을 비죽대며 그러면서도 손은 여전히 서로의 손을 꽉 쥔채로 "후에..길 잃어버렸다." 라고 결국 택시를 잡아타 숙소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또 다음 날에는 창가에 기대 쾌청한 런던의 하늘을 바라보며 (태환이랑 놀러가고 싶다.) 라고 멍하니 내뱉는 쑨양의 모습이 왠지 기분좋아 헤죽 웃으며 등 뒤로 다가가 제 팔로 살며시 허리를 감싸안고 등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푸흐흐 하고 웃으며 한참을 서 있던 적이 있다. 하필 그 때 무방비하게 잠겨있지 않던 방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서로 부비적거리며 끌어안고 있는 저와 쑨양의 모습을 보고 문 밖에 서있던 팔이 서로의 허리와 어깨에 가 있는 채로 식빵을 가장한 씨발을 외치고 고개를 돌리는 기성용이라는 사내와 함께 용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실례했습니다. 한마디 하고는 사라졌다.
그 결과 어색해진 상태로 멍하니 서있다가 먼저 정신을 차린 쑨양이 제 손을 잡고 놀러 가자! 라고 외쳐 어제 길 잃어버려놓고 그 소리가 나오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결국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어제처럼 무지마기하게 아무 도로로 접어들지 않기로 서로 새끼손가락슬쩍 걸고 흡! 하고 기합 한번 넣은 후에 밖으로 향했다. 서로서로 길을 기억하기로 하고 슬쩍슬쩍 골목 사이사이로 당당하게 걸어다닌지 몇시간째, 제가 다리가 아프다며 골목 벽에 드을 기대고 쪼그려 앉자 그 옆에 그 큰 키로 쪼그려 앉아 이만 돌아갈까? 하는 쑨양의 행동에 샐쭉 웃고는 자신을 향해 내민 쑨양의 손을 잡고 끙차! 하며 일어섰다.
반반씩 외웠던 길을 기억을 되찾아가며 되돌아가다가 쑨양이 외웠던 부분의 길이 보여 (여기서 부턴 네가 외웠지?) 하고 바라보자 젠장..이 녀석 표정이 좋지 못했다. 눈을 꿈벅꿈벅 크게 뜨면서 길을 한 번 쳐다보고 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어눌한 한국말로 "쑨양은 생각안난다. 다 까먹었다,," 하는 모습을 보고 콱 머리를 쥐어박았다. 실로 아팠는지 눈꼬리에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는 입술을 죽 내밀며 "우우..아프다.." 하며 웃는 모습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저도 푸흐흐 웃고 큰 도로로 나가 어제마냥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지친 상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내일 제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같이 잠들고 말았다. 미리 맞춰둔 알람소리에 깨서 옆을 봤을 때 제 옆에 자고 있던 쑨양이 없어져 괜히 섭섭한 마음에 눈물이 났었다. 짐을 다 싸고 공항으로 갈 때까지 나타나지 않은 그에게 화가 나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하며 투덜거렸었다. 코치님과 함께 탔던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는 두번 다시 아는 척 하지 않을거라는 다집을 꾸역꾸역하며 눈물을 삼켜냈다.
그런데 젠장, 이런 일이 다 있나. 공항 안으로 발을 들이밀자 마자 묘하게 느껴지는 저를 바라보는 인기척과 부담스러운 시선이 신경쓰였다. 뒤로 휙 돌아보면 그 큰 키를 숨기겠다고 의자 우ㅏ애 폴짝 뛰어올라 엎드리더니 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걸어가자 다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슬쩍슬쩍 제 뒤로 따라왔다.
그런 행동은 제가 비행기를 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1등석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한국까지 가려했더니 제 뒤통수를 따갑게 찔러오는 시선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고개를 돌리면 또 샤샥 숨고 다시 앞을 바라보면 또 빠끔히 고개를 들이미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아무리 서양이라고 해도 저만큼 키가 큰 남자가 흔한 줄 아는가. 가만히 있어도 주목받을 키에 귀염상인 얼굴을 해가지고는 엉성한 첩보 요원들마냥 그 큰 덩치를 숨겨보겠다고 낑낑대는 모습에 더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자신은 그런 제 모습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지 비시비실 웃음을 흘려대 또 한 번 더 주목받았다.
(숨바꼭질은 그만하고 싶은데?)
놀리는 말투로 슬쩍 내뱉은 제 말에 크게 움찔한 쑨양의 모습이 상상됬다. 결국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제 옆자리는 빈자리이니 옆에 앉아 사이좋게 같이 가도 괜찮겠지. 이대로 한국까지 손잡고 같이라...심장이 두근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리 옆으로 와.)
어라, 옆으로 안오네. 오호라, 한 번으로는 말을 안 들으시겠다? 피식 하는 웃음이 또 튀어나온다.
(우리 강아지 일로 와--우쭈쭈-우리 쑨이-)
팔을 쭉 뻗어 흔들거리며 간드러지게 한 번 더 부르자 그제서야 뽀르르르 제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는 머리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 본다. 동글동글 새카만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입을 비죽거리는 모양을 하고서는 (여..옆에 앉아도 되?) 하고 물어온다. 귀염성 가득한 모양새에 옆자리를 톡톡 치자 제 옆에 풀썩 앉는다. 우물쭈물 손을 잡자는 뜻인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제게로 내민다. 덥석 잡아 제 배 위에 슬쩍 올리고 머리는 편하게 쑨양의 어깨 위로 기댔다. 또 크게 움찔 하더니 반대쪽 팔을 바들바들 거리며 들어올려 어색하게 제 머리를 쓰다드는다. 기분이 좋아져 눈을 슬며시 감았다.
다정하고 정성스럽게 제 머리카락 한가닥 한가닥을 쓸어넘기며 좋아하더니 살며시 상체를 틀어 제 쪽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가깝게 느껴지는 인기척에 살며시 눈을 뜨고 푸흐흐 웃어 보였다.
그에 양 볼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퍽 귀엽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제 눈가로 슬쩍 가져다대 입을 맞춘다. 간지러운 느낌에 웃자 또 다른쪽 눈에 입을 맞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콧단등에 한번 슬쩍 입을 맞춘다. 또 제 동글동글한 코 끝에 입을 마춘다. 아직도 멀었는지 이제는 오른쪽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부딪치고 또 왼쪽 볼에 입술을 부딪쳐온다. 그제서야 입술을 떨어뜨리고 큰 손으로 아까의 입맞춤으로 발개진 제 양 볼을 감싸온다.
천천히 숨결이 제 입가로 가까워져왔다. 살며시 감은 눈을 더 힘주어 감고 슬쩍 턱을 내밀어 입술을 가까이하고는 푸흐흐 웃었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입술이 맞닿아오더니 슬며시 벌어진 입술 틈새로 뜨겁게 혀가 밀치고 들어왔다. 가지런한 제 치열을 쓰다듬는 혀가 느껴져 저도 혀를 살짝 내밀어 가지런하지 못해 웃을 때 더 엉성하니 귀엽게 보이는 치열을 살짝살짝 건드렸다. 왠일인지 움찔하지 않고 더 깊게 빨아들인다. 꼴깍 하고 제 타액과 상대의 타액이 섞여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기분이 꽤 좋다. 다시 한 번 더 눈을 세게 감고 팔을 뻗어 가볍게 몸을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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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가 너무 늦었네요ㅠㅠㅠ죄송해요ㅠ
전 요즘 글잡에 다른 분들 글 읽는 재미에 빠져있어요!ㅎㅎ덧글도 열심히 달고 있답니다ㅋㅋ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도 글을 쓰고 계시는 분들 계신가요?ㅎㅎ
아, 그리고 텍파 나눔은..음...제가 알고 있는 몇 분만!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현재 제가 알고 있는 분은! 납치범으로 기억해달라고 하신 분이랑 고맙게도 타자를 대신 쳐주신다는 분이랑 해서 두분 계셔요!
제가 기억하려면..음....특이한 별명이나 닉으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