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은 그대로 주저 앉아 펑펑 울기 시작함.
한번 터지니까 여태 참아왔던 걸 다 쏟아내려는 것 마냥, 눈물이 쉽게 그치질 않음.
도경수가 떨리는 눈동자로 내려보다가 너징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음.
너징에게 손을 대길 망설이던 도경수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끌어안고 등을 토닥거림.
너징은 이 손마저 부담스러워 당장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정신이 없음.
"미안해. 미안해, 징어야."
"..."
"내가 생각이 짧았어. 진작에 내가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
"내가 왜 네가 죽는걸 바라겠어. 그렇지 않아. 난, 난.."
도경수를 살짝 밀어내며 떨리는 눈으로 바라봄.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건지 모르겠음. 도경수가 뭘 알고있다고, 이 상황을 무슨 수로 바로 잡았어야 했다는 건지...
그러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한가지 생각에 너징은 정색을 하며 도경수를 다그침.
"오빠,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는거야?!"
"..."
"대답해! 설마.. 회사에서 날 내쫓게 만든, 그 사람도 누군지 알고 있는거야?!"
"... 징어야."
"오빠!!!"
너징이 소리를 지르며 도경수의 옷자락을 꽉 쥐고 흔드니까, 도경수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염.
"누군지는 확실하지 않아."
"..."
"단지.. 네가 원해서 회사를 나간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사실 나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됐어. 모두 같은 연습생들을 믿고 의지하며 버텨왔으니까, 누군가 그런 일을 꾸미는건 상상도 하지 않았던거지."
"그래..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너징을 보고 도경수는 계속 말을 이어감.
들어보니 도경수가 알게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음.
너징의 데뷔가 결정이 되고, 회사에서 먼저 레드슈즈의 데뷔 기사를 냈을 땐 도경수도 멤버들과 같이 화를 냈었다고 함.
같이 꿈을 꾸자고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회사에서 나갔어도,
너징이 다른 곳에서나마 꿈을 이루었으니 축하해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데뷔한 너징의 옆에 자신들이 없다는게 너무 속상해서 너징까지 미워져버렸다고 함.
마침 엑소는 레드슈즈의 데뷔와 비슷한 시기에 리패키지 앨범으로 컴백을 앞두고 있었고,
드라마 촬영 때문에 혼자 늦어진 진도를 빼기 위해 도경수는 연습실에 혼자 남아서 춤연습을 했었다고 함.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던 도경수는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지 화장실 근처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함.
처음엔 신경쓰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너징의 이름을 듣자마자 발길을 멈추었다고 함.
성격상 엿듣는걸 좋아할 리가 없는 도경수였지만, 너징과 관련된 일인만큼 선뜻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함.
다른 아이들이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같이 있던 시기가 짧았던 도경수는 징어에 대한 분노가 그리 크지는 않았던 모양임.
그래서 유지할 수 있었던 침착함이 오히려 모든 정황을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고, 그를 가장 분노케 만들었음.
게시판에 사진을 붙인 게 바로 자신이고, 그 사진은 모두 조작이라고.
회사에도 이미 똑같은 걸 보내놨고 그걸로 너징이 쫓겨났다며.
깔깔거리며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걸 들었을 땐 당장 뛰쳐나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얘기를 끝까지 듣기 위해 꾹 참았다고 하는데, 그 말을 하는 도경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름.
"통화를 끊자마자 나갔을 땐 이미 사라져서 결국 얼굴은 보지 못했어."
지금도 정말 분해보이는 도경수의 얼굴에 너징은 그에게서 진심을 느낌.
잠깐 자리를 옮겨 근처에 있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하다보니까,
절대 풀리지 않을 것처럼 엉켜버린 실타래 중에서 한가닥이 조금씩조금씩 풀리고 있었음.
"사실 찬열이나 종인이한테 몇 번 얘기해보려고 했어."
"..."
"그런데 애들이 느낀 상처가 꽤 커서, 이름만 나와도 자리를 피해버리고 말아. 다들 징어, 네가 스스로 회사에서 나간 줄 알고 있으니까..."
그래, 그러겠지.. 여태 너징에게 해온 모습들을 떠올리면 그 정도로 끝난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자신때문에 도경수까지 엑소의 다른 멤버들과 사이가 틀어졌다면, 그것도 골칫거리임.
근데 도경수의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너징은 궁금하게 생김.
확실히 사장님과 얘기 후에 너징이 스스로 회사에 나간 걸로 얘기가 됐을거다.
하지만...
"... 다들 왜 그렇게까지 나한테 화가 났는지 모르겠어."
엑소는 단순히 회사에서 나갔다는 것만으로는 너무 심각하게 반응을 하고 있음.
그 때 너징이 다리를 다쳤고, 그 후에 슬럼프가 왔다는 것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던 신입연습생도 알만큼 유명한 일이었음.
모두 쉬쉬했었지만, 너징이 연습생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감하고 있었을 거임.
근데 엑소는 거의 병적으로 너징을 싫어하고 있음. 뭐지... ;ㅅ;
"그건.."
너징의 의문에 도경수가 대답해주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음.
너징이 회사에서 나간 며칠 후에,
월말평가 성적 대신 게시판에 붙어있던건 다름아닌 너징의 사진들이었다고 함.
사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너징은 인상을 구김. 설마.... 가 사람 잡는다고.
역시 그 사진들은 sm사장에게 보내졌던 사진들과 비슷...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심한 사진들이었던 것 같음.
문란한 생활사진에 너징의 얼굴이 합성되어 붙여져 있었던 것 같음.
"그걸, 그걸 믿었어?!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당연히 애들은 믿지 않았지. 그런데 그 뒤에 또 일이 있었어."
"무슨 일?"
"연습생 중 한 명이 너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고 울면서 사장님과 다른 연습생들에게 털어놓은거야."
"뭐?"
진짜 헛웃음이 터짐. 뭐가 어쩌고, 어째? 누가 누굴 괴롭혔다고???
내 연습생 생활은 단 한 점의 부끄럼 없이, 떳떳하거늘. 뭐라고??????
아니, 박찬열네는 그걸 또 믿었다는 게 어이가 아리마셍함...ㅎ
도경수의 말로는 그 때 나온 증거들이 너무 명백했고, 정작 믿고싶었던 넌 나타나 변명조차 하질 않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믿게 됐더란다.
도대체 어떤 증거들을 내놓았는지 궁금하다만,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그래서, 그게 누군데? 내가 괴롭혔다던 애말이야."
"..."
"누구냐니까?"
"아까 봤던, 구미호."
o..m..g. 나 지금 좀 소름 돋았음. 아니, 많이 돋음.
너징은 이름을 듣고 멍때리다가 피식피식, 실소를 터뜨렸음.
도경수는 거기에 이런 말을 보탰음.
"나는 내가 들었던 통화의 목소리도 구미호라고 예상하고 있어."
"..."
아아, 그래서 도경수가 구미호를 그렇게 대했었구나.
너징은 이제야 아다리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음.
아마도 너징을 계단에서 밀어버린 것도 다 그 아이의 짓일 거라고, 촉이 발동함.
하지만 도대체 왜?
"구미호가 박찬열을 좋아해."
"... 그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찬열이가 너와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싶지 않았겠지."
ㅁㅊ.. 하.. (마른세수) 하찮다. 하찮아도 너무 하찮다.
고작 그까짓 걸로다 한 사람의 꿈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없이 한 거라면 도저히 구미호를 용서해주지 못할 것 같음. 아니, 절대 안 함.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다 심증일 뿐.. 확실한 물증 없이 남을 의심하는 것은 안될 일이지만,
어쩐지 너징은 구미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을 했음.
저건 피해야할 물건이라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항상 너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
"..."
"아닌 걸 이미 알고 있지만, 너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으니까."
".. 난 그런 적 없어..."
"응. 알아. 그래도 말해줘서 고마워."
도경수가 너징을 향해 활짝 웃음. 너징은 웃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경수를 따라 활짝 웃어줌.
그래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럼 애들한테는 내가 다시 한 번 말해볼게."
"그러지 마."
"징어야.."
"그냥 냅둬. 더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래도 풀 건 풀어야지, 징어야."
도경수의 말에 너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음.
데뷔하기 전이었다면, 도경수가 해결해주길 바랬을 지도 모르겠음.
그만큼 전에 함께 했던 시간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다름.
데뷔하고나서 엑소와 마주치길 여러번.
그 때마다 겪었던 수치심, 열등감 등의 마음의 상처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과연 이 관계가 오해만 푼다고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듦.
어쩌면 오해를 푸는 순간, 우리들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 영영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고 더욱 극적인 상황에 치닫게 되진 않을까..?
그렇다면 애써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음.
언제까지 고요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굳이 폭발시기를 스스로 앞당겨 레드슈즈 멤버들에게 피해는 주고 싶지 않았음.
"징어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 아이들이라면 분명..."
"아니, 난 너무 무서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분명 모두 힘들게 될거야."
"넌 지금도 충분히 힘들잖아."
"..."
할 말 없음........... ;ㅅ; 제대로 정곡을 찔러주시는 도경수씨.
응... 엑소를 만날 때마다 힘들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애들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도경수의 말에 너징은 잠시 고민하다가도 끝내 고개를 내저엇음.
지금은 레드슈즈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난 레드슈즈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기사부터 확인하던 너징은 한숨을 푹푹 쉼.
밖이 조용해서 멤버들이 아직 자고있는 줄 알았는데, 옆 침대를 보니까 막내는 이미 자리에 없었음.
어제 계란을 맞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동생들이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모름.
막내는 눈물을 터뜨렸고, 셋째는 내 손을 꽉 잡고 잘 때까지 놔주지 않았음.
불같은 둘째는 당장 신고하겠다면서 날뛰는 걸 간신히 진정시킴.
너징은 그런 동생들을 보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할 수 밖에 없었음.
듬직해야 할 리더가 이 꼴을 당하고 왔으니 얼마나 불안하겠어...
하지만 사과를 한 너징은 둘째에게 욕만 잔뜩 먹었음... 사과를 들어도 모자랄 판에 왜 언니가 사과를 하냐면서...
왠지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거실에 나가니까 이미 동생들이 소파에 모여 앉아있었음.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며 속닥거리던 아이들은 너징이 방에서 나오자 하나같이 안좋은 표정으로 너징을 살핌.
너징은 아이들을 향해 아무렇지 않다고 웃어준다고 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
"언니.. 혹시 오늘도 기사 확인했어요...?"
"응.."
"아, 진짜 답답해!! 진짜 계란 맞아야 할 사람이 누군데!!"
"하하..."
그러네. 특히 박찬열은 계란 한 판정도 맞아야 할 듯...☆★
힘없이 웃음을 흘리자, 둘째가 눈을 흘기면서 웃음이 나오냐며 또 핀잔을 줌.
이럴 땐 꼭 둘째가 리더같다니까... 쳇...
"자자, 다들 얼른 준비해야지. 이러다 우리 지각하겠어!"
"네..."
"아아! 밀지마!!"
너징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손뼉을 치며 아이들에게 방송국에 갈 준비를 하라고 잔소리 시작.
특히 시끄러운 둘째부터 욕실에 밀어넣음.
셋째는 방에 들어가 입을 옷을 준비하고, 막내는 너징과 함께 아침을 차림.
여아이돌치고는 출근길이 후줄근한 레드슈즈는 준비를 시작한지 1시간도 안 되어서 밥까지 먹고 집에서 나옴.ㅋㅋㅋ
다들 기분이 안좋아서 너징의 노력이 눈물났던 오늘의 출근길.
차에서 내리자마자 멤버들과 매니저오빠는 미리 짠 듯이 너징 보호모드임...ㅋㅋㅋㅋ
왠지 모르게 쪽팔려서 그만두라고 해봐도 결계를 절대 풀지 않음... ;ㅅ;
게다가 기사는 레드슈즈들만 본 게 아니었고,
기사 소식을 접한 팬들 역시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안티들을 경계하며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너징을 지켜봄.ㅋㅋㅋㅋㅋ
"징어씨, 어제 일은 저희도 기사로 봤습니다. 미안해요."
인사하러 간 엑소 대기실에서 김준면이 먼저 어제의 일을 꺼내며 사과를 함.
그러자 옆에 있던 오세훈이 인상을 구기면서,
"형! 우리가 뭘했다고 사과를 해여."
"세훈아. 조용히 해. 계란을 던진 게 우리 팬이었다잖아."
"..."
개새끼 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쌤통이다, 흥.
하지만 오세훈이 한 말에는 동감하는 바이다.
엑소가 던지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너징은 괜찮다고 말해준 뒤 다시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도경수와 눈이 딱 마주침.
너징과 도경수는 아무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주고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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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도 계란 한 판 추가요~!
짜증나니까 구미호 혼내주기 콘테스트 같은거 열고싶다.
나 요즘 되게 꾸준히 오지 않아요?
칭찬해줘.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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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계속 받아요! 빠진 사람 있으면 꼭 얘기해주기ㅠㅠ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