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는 중국출장에서 돌아오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물론 그는 비즈니스석, 그녀는 이코노미석으로. 이륙을 준비하던 승무원들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고 곧 기내에 방송이 울렸다.
“승객 여러분 기상악화로 인해 이륙이 불가해져 기상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연착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기상악화로 인해...”
갑작스런 천둥번개로, 한국행 비행기는 연착되었고 그와 그녀는 인파 속에 휩쓸려 항공사 안내데스크로 걸어갔다. 연착으로 일정이 뒤틀린 수많은 사람들은 호텔을 제공받기위해 시끌벅적했고 인파의 가장자리에서 핸드폰을 만지던 그를 그녀가 발견했다.
“재현아. 오랜만이야. 잘지냈어?”
그녀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핸드폰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그도 그녀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런데서 다 만나네. 너도 잘 지냈어?”
“응. 좋아보이네. 잘 지낸 거 같아서 다행이야.”
그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그녀가 끌던 캐리어를 빼앗아 잡고 인파를 헤치며 프론트로 향했다.
“비즈니스석 이용 고객님 먼저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이코노미 이용 고객분들은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코노미석을 예매했던 그녀는 그를 뒤쫓아가며 괜찮다고 말하려했지만 인파에 치이며 그에게 말할 기회를 놓쳤다. 그는 뒤쳐진 그녀의 손목을 잡고 프론트까지 도착했고 여권과 티켓을 직원에게 건넸다.
“네.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한 명 더요. 여주야. 여권이랑 티켓.”
그녀는 우물쭈물하다 그에게 티켓이 꽃혀있는 여권을 건넸고 그는 건네받은 그것을 곧바로 직원에게 건넸다.
“아, 일행이신가요? 좌석 하나가 이코노미석이신데 이코노미 이용 고객분들은 잠시...”
“일행입니다. 같이 처리해주실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절차대로 비즈니스석 고객님 먼저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녀는 항공사직원에게 여권을 돌려받고 어쩐지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를 기다렸다. 그는 공항 근처 호텔로 향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손목을 여전히 잡은 채로 걸었다.
“재현아, 나는 조금 더 기다려야되는데...”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계속 기다려. 너 사람 많은 곳 싫어하잖아.”
“음...”
“내 방에서 자. 나는 노트북으로 서류 작업해야되니까. 나 신경쓰지말고.”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호텔로비에 도착해 그가 카드키를 받고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방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며 공항으로 돌아가겠다 말했다.
“나 그냥 공항에서 밤 새면 될 거 같아. 너 불편하게 하기싫어.”
“비행기가 언제 뜰 줄 알고 공항에서 기다려. 그냥 내 도움 받아.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나 진짜 괜찮은데...”
“나랑 같이 공항에서 밤샐래? 아니면 편하게 방에서 쉴래?”
“하... 알겠어. 안갈게.”
그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녀가 도망이라도 갈 새라 그녀의 캐리어를 끌고 순식간에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긴 한숨을 쉬고 그를 따라 호텔 방에 들어가 벌써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있는 그를 바라봤다.
*
*
*
그와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알바를 했던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새로 들어온 그는 그녀에게 카페 일을 배웠고 동갑내기 친구가 되어 손님이 없을 때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했다.
“아니 글쎄, 주말에 남친 어머니를 만났거든? 근데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헤어지라고 막 그러는거야. 너같은 애랑 어울리지 않는다나 뭐라나? 허... 그런 말 할거면 돈이라도 던져주던지! 근데 내가 더 어이없는 게 뭔지알아? 그 새끼도 내가 지 엄마 만나면 무슨 소리 들을지 알면서 나를 그 자리에 보냈다는 거야!”
그녀가 하는 얘기는 주로 남자친구와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숨 쉬는 것이 당연하듯이 끊임없이 연애를 했고 그녀의 애인들은 하나같이 개차반이었다. 남자 보는 눈이 발바닥에라도 달려있기라도 한건지, 그의 기준에서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은 모두 땅딸막하고 성격도 찌질한 그런 루저들이었다. 괜찮은 여자가 왜 그런 남자들만 만나는 건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허... 더 비참한 건 내 집이 없어졌다는 거야.”
그녀는 그 당시 3개월 만난 남자친구와 동거중이었고 헤어짐과 동시에 자취방에서 짐을 싸들고 나와 근처 모텔에서 지내며 대학강의을 듣고있었다. 통장잔고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야되겠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는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 말했다.
“모텔에서 혼자 지낸다고? 너 진짜 겁도없이... 당분간 내 자취방에서 지내.”
“야. 너 나 좋아해?”
그녀는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본인을 좋아하냐고 물을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사람이었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있었다. 그는 그녀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꿈 깨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럼 알겠다며 알바가 끝나면 같이 모텔에 짐을 가지러 갈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알겠다며 곧 들어온 손님의 주문을 받았고 그녀는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며 그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는 나 좋아하지마.”
“안좋아할테니까 걱정하지마.”
알바를 마친 후 그와 그녀는 약속대로 같이 모텔에 들어갔다. 그녀는 짐을 챙긴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그는 방문 앞에서 귀가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기다렸다. 덤덤한 척 모텔까지는 왔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그는 그녀에게 조심스러웠다.
“정재현 몰랐는데 완전 쑥맥이네?”
그녀가 얼마 되지않는 짐을 챙겨나오며 그의 빨개진 귀를 보고 한 마디 했고 그는 여전히 귀를 붉힌 채로 그녀의 짐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그와 그녀는 그렇게 그의 자취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와 그녀의 동거는 순조로웠다. 그는 그녀에게 기꺼이 침대를 내어주고 바닥에서 잠을 청했고 그녀는 시간이 될 때마다 요리를 해주며 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녀는 그와 같이 살면서도 수많은 남자친구들을 만났지만, 잘 만나는 듯 하다가도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삼주를 못가 헤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녀는 꿋꿋이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고, 그는 내심 그녀의 연애가 잘 풀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동거를 시작하고 반년정도 지났던 어느 날,그와 그녀가 카페에서 일을 하던 중에 한 남자가 주문을 받는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남자의 핸드폰에 전화번호 11자리를 찍어줬고 그는 그녀의 뒤에서 남몰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아까 그 남자 마음에 들어?”
“응! 인상이 좋잖아.”
“나이도 많아보이고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나한테 운명이라고 말해줬잖아. 로맨틱하지않아?”
“허... 그런 입에 발린 말을 믿어?”
“그 좋은 걸 왜 안믿어?”
“그 사람은 만나지마. 뭔가 별로야.”
“니가 뭔데 참견이야~ 나 좋아하지 말라니까 진짜?”
그는 짜증난다는 듯이 조금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넘겼고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하며 무심하게 머리 잘라야겠다. 이번주 안에 미용실 가라. 말을 건넸지만 그는 머리를 다시 헤집고 담배를 피우러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는 담배 한까치를 물고 생각했다. 그녀의 남자보는 눈이 어딘가 고장난 것 같다고. 그 남자보다는 내가 더 괜찮지않나? 중얼거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담배연기를 들이켰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빠르게 그 남자와의 연애를 시작했고 그는 자취방에서, 카페에서, 그녀의 연애담을 들어야했다. 새 남자친구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녀는 그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제 남자친구의 집에서 지내겠다며 그의 자취방에서 떠났다. 그는 그녀를 붙잡을 명분이 없었고 매일 타는 속으로 긴 밤을 지새웠고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알바가 있는 날에는 더 타는 속으로 그녀의 연애담을 들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와 그녀는 둘이 자주 가던 대학가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는 새 남자친구와 함께. 쾌활한 성격 덕에 이미 그의 친구들과도 안면을 텄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무리와 합석했고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와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소맥을 말아 한참 떠들고있던 그녀 앞에 내려놨고 그녀가 짧게 고맙다고 말하고 술잔을 들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손을 제지했다.
“여자는 술 마시는 거 아니야~ 오빠가 마셔줄게!”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말아놓은, 그녀와 지내온 6개월동안 알아낸 그녀 취향의 황금비율 소맥은 남자친구의 입 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고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를 바라봤다.
“저기요, 여주 술 잘마시는데요?”
“여자가 술 마시고 그러는 거 보기 안좋아~ 내 앞에서 술 마시는 꼴을 내가 눈 뜨고 못봐요.”
“아니 그럴거면 둘이 술집에는 왜 왔대?”
틱틱거리는 그를 그의 친구들이 말렸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예의없는 김에 눈치도 없던 그녀의 남자친구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여주~ 술은 다음에 오빠랑 둘이서 마시자?”
그녀는 또 좋다고 헤실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본인 앞에서는 보인 적 없던 수줍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꼭지가 돌아버린 그는 500cc 맥주잔에 소주를 들이붓고 그녀의 남자친구 앞에 탕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술 잘 드시나봐요? 저도 술은 좀 하는데.”
“오오~ 좋지 좋지~”
술잔이 깨질듯이 부딪힌 뒤, 둘은 동시에 술을 들이켰고, 동시에 내려놨다. 그리고 잠시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남자친구의 얼굴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얘 뭐냐? 김여주 너보다 못마시는 거 같은데?”
“우리보다 나이가 7살이나 많은 사람한테 얘가 뭐야. 하여튼 정재현 성질머리 알아줘야된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7살이나 더 처먹은 사람이랑 연애를... 웁...”
그는 그의 입에 강냉이를 마구잡이로 쑤셔넣는 친구들에 의해 말을 온전히 다 내뱉지 못하고 입 안에 가득 찬 강냉이만 우걱우걱 씹었다.
“이제 남자친구분 완전 꼴은 거 같은데 여주도 마셔야지! 소맥? 소주?”
“소맥이지! 시원~하게 말아주시오~”
그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친한 척 분위기를 띄웠고,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엎어진 그녀의 남자친구를 아무렇게나 내버려두고 화기애애하게 다시 술잔을 돌렸다.
술자리가 파하고 하나 둘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에 그는 이미 잠들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낑낑거리며 부축하는 그녀를 보고 잠깐 고민하더니 그녀의 남자친구를 들쳐메고 저벅저벅 걸어 택시를 잡았다. 그녀의 남자친구를 택시에 처박고 덕분에 살았다며 웃는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같이 그녀의 새 집, 그녀의 남자친구의 집에 동행했다.
그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남자친구를 침대에 쓰레기 버리듯 내팽개치고 침대 밑에 주저앉아 그녀를 올려다보자 그녀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머리 잘라야된다니까 아직도 안잘랐네.”
“야 김여주.”
“왜 불러.”
“너는 이 남자 만나면서 행복해?”
그의 물음에 그녀는 그의 옆에 같이 털썩 앉으며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이도 많은데 노안이라 더 늙어보여. 머리숱은 내 절반도 안되는 거 같아.”
“니가 동안인거야. 재현아.”
“아까 보니까 성격도 완전 꼰대의 정석이던데. 너는 왜 맨날 만나도 이런 사람만 골라서 만나?”
“나한테는 잘해줘.”
“하늘에 별도 따준대?”
“음... 그런 말은 안해줬는데.”
“운명이라니 첫눈에 반했다느니 그런 수작 부리는 남자 말고, 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남자 만나.”
“그런 사람이 어딨냐?”
마주친 두 눈이 서글펐다.
그는 그녀에게 하늘의 별과 달을 따주고싶지만 그녀가 그런 마음을 몰라주어 서글펐고, 그녀는 하늘에 별과 달을 따주겠다는 남자를 평생 만나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에 서글펐다.
“별, 달... 이런 거 아니더라도 이 사람은 아니야. 다른 사람 만나.”
“치... 나 좋아하지 말라니까?”
“너는 또...! 휴... 됐어. 어차피 말해도 안들을 거지?”
“좋은 사람이야.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그냥 내가 기댈 수 있어.”
“진짜 왜그러는거야...”
“재현아, 내가 비밀얘기 해줄까? 나 이런 얘기 잘 안하는데 너는 내 소중한 친구니까 말해줄 수 있어.”
“뭔데.”
나는 정말 아무도 없어.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 이모가 나를 거둬줬는데, 스무살 되자마자 부모님이 남겨둔 통장 가지고 집 나왔어. 이모부 눈치가 보였거든. 통장에 있던 돈으로 등록금도 내고 혼자 생활비도 내고 하니까 이제 통장잔고도 바닥이야. 하하... 재현아. 나는 있잖아. 집이 필요하거든? 근데, 집보다도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 바보같이 보이겠지만... 잘난 사람은 못믿겠어. 잘난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나를 만나? 그냥 조금 못나더라도... 나만 볼 것 같은 사람이 필요해. 어때, 나 한심하지?
그는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녀는 정말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그녀의 마음을 1%정도는 감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눈물이 고인채로, 어쩌다 만난 벼랑 끝에 홀로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민들레같은 그녀를 안고 토닥이며 속삭였다. 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그런 사람을 너는 꼭 만날거라고.
그가 그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추스려가며 카페에서 그녀와 알바를 하던 어느 날, 앳된 얼굴의 여자 하나가 그녀를 찾아왔다. 스무살이라는 그 여자는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다며 헤어져달라고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고, 그녀는 멍한 얼굴로 알겠다며 우는 여자에게 휴지를 건넸다. 여자가 돌아간 후에도 그녀는 계속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았고 보다못한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붙잡고 그런 개자식때문에 울면 안된다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알바 끝나자마자 당장 짐 챙겨서 우리 집으로 돌아와.”
“재현아...나...”
“걱정하지마.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사람. 너는 꼭 만날거니까. 마감하고 같이 가자. 우리 집에.”
“......”
“앉아서 쉬고있어. 내가 다 할게.”
여전히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는 그녀를 구석의 의자에 앉히고 묵묵히 그녀의 몫의 일까지 일했다.
혼자 바쁘게 마감을 하고있는 그를 보고 그녀는 짝 소리가 나게 제 뺨을 두 손으로 후려갈기고 정신을 차려 청소를 시작했다. 그는 한결 나아진 듯한 그녀의 얼굴에 살짝 미소지으며 퇴근이 늦어지지 않게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덜덜 떨고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 개자식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퇴근을 한 건지 현관에서부터 허물을 벗어놓듯이 양말과 넥타이, 셔츠가 방까지 늘어져있었고 그 개자식은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캔맥주를 마시며 티비를 보고 깔깔대고있었다. 그녀가 집에 들어온 걸 알면서도 현관문으로 눈을 돌리지 않은 점,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지 않은 점, 기타 등등 모든 점이 그의 심기를 비틀었다. 그는 신발도 벗지 않고 뚜벅뚜벅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고, 신발이 마룻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에 그제서야 그 개자식은 현관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뭐하는 짓이야!! 어디 외간 남자를 집에 들여?”
“개새끼 짖는 소리 한 번 요란하네. 여주야, 방에서 짐 챙겨나와.”
고래고래 꽥꽥거리는 개새끼에, 그의 앞에서는 한없이 당당했던 그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고, 그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괜찮을거니까 얼른 짐을 챙기라고 그녀를 방으로 집어넣었다.
“너...! 저번에 그 새끼 맞지? 술집에서!! 어쩐지 둘이 분위기가 이상하다 했어. 김여주!!! 너 꽃뱀이니?! 이 새끼랑 붙어먹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맞나보네. 야 개새끼야. 니가 뭔데 쟤를 울려. 사탕발림으로 꼬셨으면 행복하게는 해줘야지. 바람도 모자라서 임신?”
“... 꽃뱀이야!! 그 년도 꽃뱀이라구!!!”
그가 더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위로 치켜들었던 그때, 그녀가 그 앞을 막아섰다.
“재현아, 가자.”
“김여주, 비켜봐.”
“짐 다 챙겼어. 가자. 응?”
“야 김여주 너 왜그렇게 미련해!!”
“그냥 가자. 우리집으로...”
그의 자취방을 '우리집'이라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는 씩씩거리며 들었던 주먹을 내리고 왼손에는 그녀의 짐을 뺏어들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왼손을 잡아 그 곳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바락바락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바들바들 떨고있는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빨리 그 곳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그와 그녀는 두 번째 동거를 시작했다.
룻루랄라 |
너무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ㅠㅠㅠ 쓰던 글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ㅠㅠㅠㅠ 쓰던 파일이 날아가버려서 멘탈이 파사삭... 부서져버렸습니다. 쓰던 글은 포기하고 새 글을 쓰면서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푸쉬앤풀++은 기억 닿는대로 다시 써서 올리려고 합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아요
i miss you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먼 훗날 우리>를 각색한 글입니다. 이 영화를 아시는 분이 혹시 있다면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