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생 당신을 미워하면서 삽니다. 당신이 살면서 어떤 상처를 받았든, 얼마나 힘이 들었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왜냐면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당신. 그 존재가 내게 상처를 줬다는 것. 누가 부유하게 살고 싶다던가요, 큰 것 바라던가요. 난 그냥 평범하게 엄마, 아빠 도란도란. 하지만 그건 이미 예전에 어긋났으니 엄마, 아빠 사랑 받는 딸로 크는 것. 그거 하나 바란 것이 그렇게. 큰 바람인가요. 당신은 내가 틀어질 때마다 말했어요. '엄마 손에 커서 그렇다' 고. 아니, 내가 틀어진 것은. 모든 것은.당신이 원인. 누군가에게 버림 받고 사랑 받지 못한 것 또한 당신이 원인. 버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이 알려줬잖아, 뼈저리게. 나를 엄마만 물고 늘어지게 만든 것은 당신, 바로 당신이야. 처음 당신에게서 도망치던 그 처음, 4살이었는지 5살이었는지. 그 어린나이였음에도 나는 기억해. 맨 발로 날 끌어안고 뛰쳐나온 엄마를. 아래층 당구장을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던 엄마가 긴 치마를 밟고 밑으로 떨어지던 그 때. 날 꼭 끌어안아주던 그 느낌까지 생생하게 기억해. 엄마는 늘 말해, 네 아빠 나쁜 놈이라고. 알아 나도 알아, 그래서 늘 맘 속에서 발악해. 당신 자식이라는 걸 부정해. 거울 속 당신과 똑 닮은 이 얼굴을 다 뜯어버리고 싶던 적도 있었어. 아비 없는 년이라 손가락질 당하기 무서워 거짓말을 해. 난 그렇게 거짓말을 배워.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또 낳아. 그럴 수록 비참해짐을 느끼는 나를 당신이 알아? 당신 몰라, 발톱의 때만큼도 몰라. 스물이 되서야 용서가 아니라 당신이 안쓰럽게 느껴졌어. 그래도 내 아비라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괜히 미워했구나, 사실 내게는 못한 것도 없는데. 그 시절, 당신 믿으려고 내가 애쓰던 그 시절. 당신 어쨌어, 날 아주 처절하게 짓밟았잖아. 그 상처는 평생 못 지워. 엄마야 울화통 치밀고 욕하고. 뭐 그러면 그만이지만 나는, 제 아비한테 버림 받았다는 그 느낌을 당신 알아? 그 일 있고 3일동안 멍했어. 그 이후엔 밤새 배신감이 차올라 혼자 울다가. 아직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자. 1년이 넘게 엄마 몰래 불면증 앓고 있어. 밤마다 악몽이야. 아빠한테 버림 받았다는 그 생각에 아무 것도 시작을 못 해. 안 되면 다 당신 때문 같아서 더 원망해. 당신 때문에 나 대학도 다니다 말고 갑자기 돈 벌어야했어. 엄마가 아무리 연락하고 문자로 욕을 보내도 답장 하나 없더니 당신, 이제 와서 ㅋㅌ 친구추가에 떠 있어. 3일을 삭제 못 하고 들여다봤어. 엄마에겐 우리 둘이 잘 살면 돼, 내가 아빠가 어딨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병신같이 3일을 삭제 못 했어. 그러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 속만 더 타지.하면서 처음 단호하게 당신 번호 지웠던 그 때처럼 지웠어. 근데 당신 나한테 이모티콘 두 개 보냈더라. 땀 흘리는 표정과 달님. 뻔뻔도 이런 뻔뻔이. 욕이 절로 나오더라. 무슨 생각하고 사나 싶더라. 평생 연락 안 할 것처럼 굴더니 나 필요없다며. 근데 왜 번호도 안 지워. 읽고 바로 나가기 눌렀어. 엄마한테 말하니까 욕하면서 내게 왜 그냥 나오냐고 쌍욕 좀 하지 그랬냐고 너 참 착하다고 말했어. 나 지금 손가락, 손등 핏줄이 끊어질 것 같다. 뭘 바라고 이런 거 쓰냐 ㅅㅂ. 당신 엿 같아. 차라리 죽어버렸기를. 그러면서 1년 살았어. 그러니까 엄마랑 내 눈 앞에 다신 나타나지마. 당신 사람 같이 안 느껴져. 만약 이거 읽는다면 고지식한 당신은 또 이런 생각하겠지. 엄마가 이렇게 키웠다고, 버르장머리없다고. 아니, 나 이렇게 키운 건 당신이야. 당신이 준 상처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똑똑히 기억해 둬. 언젠가 당신도 뼈저리게 아플 거야, 죽어서도....모바일이라서. 죄송해요.새벽에 손으로 쓴 거 옮겨적었어요.이렇게 여기라도 털어놓으면 속이 편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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