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in
남아있는 사람들의 여흥
01. 12년 전 난 신을 보았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아무것도 모를 철없던 어린시절 난 만났다. 내 신을. 술에 쩔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못 이겨 똑같이 변해버린 어머니. 그런 가족을 외면하려 일찍이부터 밖으로 나돌던 누나.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보던 나. 사실 가족들의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만은 잊을 수 없었다. 그 날은 여느날처럼 누나는 집에 없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큰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저 옷장 속에 숨어 웅크리고 있었다.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길 바라면서. 누군가에겐 끔찍한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저그런 일상이였으니 슬프지도 겁이나지도 않았다. 고함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쯤 마을엔 피바람이 몰아쳤다. 경악에 찬 비명소리, 다급한 목소리, 겁에 질린 목소리, 아이의 울음소리가 한데 뒤섞여 귓구멍에 꽃혔다. 나는 더욱 더 깊숙이 몸을 밀어넣었다. 아직 어머니와 아버지는 싸움중이였다. 웅크린 다리가 저려올 때 쯤 우리집 문이 열렸다. 아버지의 신음소리와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낯선 목소리와 함께.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를 만난 것이. 그로 인해 난 이 모든 것을 얻었으니까. 나에겐 그가 부모였고 형제였고 친구였으며 전부였다. 만약 그 때 그들이 우리마을을 습격하지 않았고 그가 우리집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난 어쩌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난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똑같이 되어있겠지. 그땐 그것이 내 전부였으니.
연이여 발소리가 들렸고 무거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차분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뒤따라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의 신음사이에선 내 이름이 섞여 나왔다. 어머니 안 깊숙이 숨어있던 모성에가 나왔던 것일까.
“조..종.....인ㅇ...아.....”
또 무거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지금 다시 생각 해 보면 아마 그 무거운 무언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체였겠지. 그 소리를 끝으로 또다시 발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소리 무언갈 뒤적이는 소리. 날 찾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아마 그가 날 발견하기 바라는 동시에 발견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죽기 싫었지만 이대로 사느니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번엔 문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캄캄했던 내 세상에 빛이 찾아들었다. 옷장 문이 열렸다. 빛에 눈을 재대로 뜨지 못하였다. 눈부신 빛에 못이겨 순으로 눈을 가렸다. 차차 빛에 익숙해 질 쯤 올려다 본 곳에는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이 세상것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 이걸 뭐라고 했더라,, 천사..? 아니야. 그럼 악마..? 천사랑 악마는 너무 가벼워. 그럼 뭐가 있지. 요정? 요정은 너무 약해. 뭐야 도데체 뭐야. 뭘까. 아름다운 것.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 또 강하고. 모든 걸 초월하는. 반짝이는. 그.. 그... 아, 생각났다.
신. 신이였어. 강하고 아름답고 그 위엔 아무것도 없고. 그 이상이 상상이 가지 않는. 신.
그는 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도 그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움직일 수도 없었고 다리에 힘도 없었고 또 나간다 해도 갈 곳도 없었고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외모에 넋을 잃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고민했겠지. 이 어린 것을 먹어야 하나 놔둬야 하나. 놔둔다 해도 이 아이의 부모는 이미 자신이 죽여버렸고 또 자신을 봤으니 놔주기도 뭣 하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결국은 이거였나.
그는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가만히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희고 곧게 뻗은 손이였다.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려놨다. 내 손은 그의 손에 비해 엄청 작았다. 그 때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 그 자체였다. 물론 지금은 내가 체격이 크긴 하지만. 그때의 난 고작 5살이였으니.
내가 손을 올려놓자 그는 내 손을 당겨 안아들었다. 그의 팔에 안겨 밖으로 나가 본 마을의 모습은 처참했다. 길에 널부러져있는 사람들. 그렇게 누워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겁에질린 표정 그대로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여기에 그 말고 그와 비슷한 이들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안겨 가는 와중에 숨어있는 몇몇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는 눈빛이 낯설었다. 경멸과 두려움이 뒤엉켜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안겨보는 품이 너무 포근해서 아마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난 그와 그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는 무심하듯 나를 챙겼고 난 또 그런 그를 티나게 따랐다. 감추기엔 내가 너무 그를 좋아했으니까.
그때의 내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많이 다르다. 똑같이 그를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이 좀 더 불순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난 이대로도 좋다. 티가 나진 않지만 그가 나를 신경쓴다는 것은 느끼고 있으니까. 이대로도 난 좋다. 정말. 하지만 언젠가 이 틀은 깨어지겠지. 그것도 괜찮다 나는. 이렇든 저렇든 그와 난 함께 할 것이니.
메이입니다 |
안녕하세욯ㅎ 메이입니다 어머납 종인이갑 나왔어욥 어멉 나왔답 어멉 근데 또 들어갈껋?종인압 잘갑
아직 써 놓은 분량들이 여유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텀을 두고 좀 할 생각이예요ㅎ 쓰는데로 올리긴 하는데 중간중간 스토리가너무 막막해서요ㅠ 으ㅓ옹유ㅓ어오옹어ㅠㅠ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