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맨
* * *
나 결혼해, 동우가 하얀 청첩장을 내밀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반짝거렸다. 청첩장을 받아든 호원이 적혀진 글귀를 소리내어 읽었다. 신랑장동우신부김승아저희가드디어사랑의결실을맺게되었습니… 동우가 청첩장을 도로 뺐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려고 하는건지 알잖아, 헤어지자고. 그 말에 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그 단어 앞에서 둘은 한없이 나약해졌다. 게이커플 한 쌍이 행복하게 사귀다가 주변의 압박으로 인해 한 명이 결혼. 그래서 헤어졌다더라. 사람들 말로 뭐뭐 했다더라 누가 그랬다더라 하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럴 때마다 둘은 정말 드라마같은 일이 따로 없다며 애써 웃곤 했다. …이번 일도 정말 드라마같았다.
"우리 도망갈까?"
"…미쳤어?"
"농담이야."
동우의 전화기가 길게 진동했다. 그가 머뭇거리는 것을 눈치챈 호원이 청첩장을 주머니에 넣고 가게에서 나와버렸다. 결혼한다던 그 사람이겠지. 호원이 담배를 꺼내려 주머니를 마구 휘저었다. 그 바람에 구겨진 청첩장이 떨어져버렸다. 축하한다는 말은 결국 하지 못했다.
* * *
안녕. 정장을 빼입은 호원이 동우에게 다가왔다. 호원을 쫄쫄 따라오던 성규도 동우를 보고 인사했다. 성규 오랜만이다. 호원이 동우의 말을 끊고 그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나랑 도망갈래? 그가 아무 말이 없자, 호원이 그의 반대쪽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네번째 손가락에 있는, 금색 반지를 빼냈다. 표정이 굳어가던 동우가 호원의 손을 뿌리쳤다. 멀어져가는 그의 뒤에 호원이 중얼거렸다. 결혼 축하해. 그런 호원의 모습을 보던 성규가 비아냥거렸다.
"그거 둘이 커플링 아니에요? 왜 아직까지 끼고 앉았대?"
"시끄러워."
"그렇게 동우형이 좋으면 결혼식 뒤엎고 깽판이라도 쳐야되는거 아닌가?"
"‥이제 결혼식 하잖아, 조용히 해. 얼굴 피고."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성규의 투덜거림과 함께 호원이 눈을 감았고 결혼행진곡이 울렸다.
* * *
"덕분에 뷔페 잘 먹었어요. 다음부터 저 이런데 데려오지마요."
몇 걸음 걷던 호원이 갑자기 주저앉았다. 성규가 깜짝 놀라 호원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왜 이래, 갑자기! 정신없이 울어대는 호원을 일으키려했지만 그의 몸이 자꾸 축축 늘어졌다. 내가 혼자 올 자신이 없었어, 미안해. 꺼이꺼이 울어대는 호원을 보고 성규가 한숨을 쉬었다. 일어나요. 빨리! 그렇게 좋아하면 붙잡지 그랬어요. 그 말에 미안하다며 더 크게 울어대는 호원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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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겁나 우는 호원이가 보고싶어서 썼는데 ㅈ망 똥망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