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아-아빠아-"
조용한 방 안에 수진이 찬열을 찾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찬열이 꼬물거리다 벌떡 얼어났다.
"쉬잇-공주님 엄마 잘 때 조용히 해야 돼."
"엄마 자면 동생이도 자니까?"
끄덕. 찬열이 수진을 품에 안고 거실로 나와 안방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임신 후 예민해진 백현은 특히나 잘 때 시끄러운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이불에 푹 파묻힌 백현을 뒤로하고 거실로 나온 찬열은 수진을 쇼파에 내려두고 주방으로 가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수진이 뽀르르 달려와 물을 달라고 폴짝거리곤 찬열이 준 물을 홀짝홀짝 마시더니 캬-거리며 어디서 본지 모르겠는 소리를 냈다.
"공주님, 이거 어디서 배운 거야?"
"티비!"
머리는 산발에 눈에 눈곱을 붙이고 배시시 웃는 수진을 찬열은 안아들어 입술에 쪽하고 뽀뽀를 한 번 하자 수진이 찬열의 볼을 꾸욱 잡더니 쪽쪽하고 입을 맞춰왔다. 뭐야, 둘이. 박수진 아빠는 누구꺼랬지? 뒤에서 부시시한 머리를 털며 나오는 백현을 두 사람이 보더니 수진이 이내 엄마꺼!라고 답했다. 수진을 땅에 내려 놓은 찬열이 그럼 우리 백현이는 누구꺼?라는 느끼한 아저씨 멘트를 날리자 백현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니꺼요. 느끼한 아저씨야. 우리 수진이는 엄마 꺼 해. 저런 아저씨꺼 하면 큰일 날 지도 몰라."
"응? 수지니 원래 엄마꺼!!"
"야! 아저씨가 뭐냐 남편한테!"
"그치, 우리 딸은 원래 엄마꺼지이-"
백현이 수진을 안아들며 입술에 뽀뽀를 해주자 찬열이 이내 뒤에서 덮쳐 않고는 열심히 애정을 갈구했으나 백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침부터 시끄러운, 기분 좋은 투닥거림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수진이에 비해 태영은 또 제일 먼저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를 꾹꾹 누르며 방문을 살짝열고 거실로 나왔다. 으응- 잠이 다 깨지 않아 작은 손바닥에 작은 얼굴을 부비며 쇼파에 꼬물꼬물 기어 올라고 풀썩 하고 엎드렸다. 멍하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있던 태영이 벌떡 일어나 안방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아빠아-엄마아-"
유치원에서 방에 들어갈 때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야한다는 것을 배운 이래로 착실히 실행중인 태영이다. 여느 때처럼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두 사람을 깨우는 건 태영 몫이다. 경수를 살살 흔들어 깨우며 엄마, 수진이네 가자라고 말한 태영이 눈을 반쯤 뜬 경수의 얼굴을 빤히 보고있었다. 엄마 뽀뽀. 해주면 일어날게. 경수가 웃으며 눈을 다시 감자 태영이 이네 쪽하고 입을 맞춰준다.
"에구구, 우리 왕자님 부지런도 하셔."
"수진이네 가자."
"갑자기 왜?"
"백현이 이모 내가 지켜주기로 해써"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경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영의 말로는 아이가 생겼다는 소리를 들은 태영이 한참이나 백현의 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백현이 태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태영이가 동생들 태어나기 전까지 이모 지켜줘야 해? 알았지? 수진이는 아마 이모 힘들다고 해도 엄마 밥 줘 이럴지도 몰라. 백현의 말에 나름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떡인 게 어제의 일이다.
"그니까 수진이네 가자."
"이모 조금 있으면 우리 집에 올꺼야"
"진짜?"
"응. 밥 먹으러 온대.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왕자님."
고개를 끄덕인 태영이 종인의 옆에 가서 잠시 눕더니 이내 곧 눈을 감았다. 종인이 경수인줄 알고 얼굴을 쓰다듬다 작은 머리통에 슬몃 눈을 떠 태영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잠만보 왕자님 둘을 모시고 산다며 경수가 피시시 웃으며 아침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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