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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4 | 인스티즈

[EXO/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4 | 인스티즈





“혼자 아닌데, 너 올때 몰래 따라 온거야.”


“취미가 좀 수상해? 왜 ‘몰래’가 붙어?”


“할 말 있어서.”



진지한 종인의 표정에 백현은 침을 꼴깍 삼켰다.



“좀 싸이코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


“도경수 좋아해?”



백현은 당황했고 자신의 얼굴에 당황한 티가 날 것 이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백현의 머릿속은 꽤나 오랜 시간동안 백지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고 머릿속에 겨우 글씨가 써 내려져 가기 시작했을 때 에도 백현의 벙어리 모드는 나아질 생각을 못 했다. 이런 대답도 아닌 것 같고, 저런 대답도 아닌 것 같고. 백현은 딱 울 것 같은 심정이였다. 당황스러워서 말도 못 하다니 병신같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백현을 빤히 바라보던 종인은 정적을 깨며 백현을 채근하기도 하였으나 백현은 대답하지 않고 푹 수그린 고개로 대답을 대신했다.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으나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라 꾹꾹 담아내려 주먹만 세게 쥐는 백현이 종인은 조금 안쓰럽다고 느꼈다. 어쩜 저렇게 감정에 솔직할까. 사실 백현의 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물어본 것 일지도 모른다.








비는 언젠가 그친다

written by 오백병자












“결론은 별게 아니고”


“…….”


“도경수 안 좋아하면 나랑 사귀ㅈ…”


“도경수 좋아해.”


“…어?”


“나 도경수 좋아하는 거 맞다고.”



종인은 예상외로 당돌한 백현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듯 백현을 바라보는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종인이 생각하기에 백현은 경수를 좋아하는 마음을 눈치 못 채고 제가 하자는 대로 이끌려 올 것 같았는데, 예상이 빗나가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확고한 백현의 눈빛이 그를 조금 좌절케 했다. 안될 놈은 안된다 이건가. 무엇이 그 둘을 이렇게도 끈끈하게 만들었는지, 졸린눈을 한 사내도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모양새였다.


결국 그는 짧은 인사말을 마치고 급하게 세수를 한 뒤 점점 사라져갔다. 어색해진 종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백현은 짧게 고민 해 보았다. 제가 방금 경수에 대한 마음을 입으로 직접 시인한 줄 도 모르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생각할 정신도 백현에겐 없었다. 그냥 입이 제 멋대로 움직인건데, 백현은 그저 사실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변백현은 도경수를 좋아하는 게 맞았다.


곧 있으면 후반전이 시작 될 시간이라 백현은 짧게나마 목을 축여야 했다. 운치있는 개수대를 두고 가는 것 같아 아쉬워 팔뚝에도 물을 뿌려대니 더위가 조금 가시는 기분이 들어 작게 웃었다.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즐거운 것 같았다. 좋은거겠지.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경수였다.



“김종인이랑 무슨 얘기 했어?”


“뭐?”


“김종인이랑 무슨 얘기 했냐고.”



백현의 앞엔 잔뜩 뿔이 난 도경수가 서 있었다. 소매가 반쯤 걷힌 흰색 반팔티는 옅은 땀으로 젖어있고 눈꼬리 옆엔 송골송골 땀이 흐르며 손에는 수건을 하나 들고 있었다. 하나는 경수의 목덜미에 둘러져 있었다. 그 치켜올라간 짙은 눈썹을 보아하니 백현도 복장이 터졌지만 꾹 참으며 건네주는 수건을 받아들고 몸 이곳저곳을 닦다가 수건을 적셔 볼에 대며 더위를 식혔다. 경수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기 때문에 백현은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상상을 했다. 자신은 우스꽝스러운 생선 꼬리를 달고, 도경수는 멋진 눈썹을 치켜세운 채 왕자 행세를 하는 그 장면을, 정말 짧은 시간동안 스쳐 지나가듯 떠올려 버려서 백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아무 얘기 안 했어.”


“아무 얘기 안 했는데 김종인 표정이 저래?”


“…….”


“너 김종인 좋아해?”



이곳으로 전학 온 뒤로 자주 담지도 않던 육두문자를 백현은 속으로 질겅 씹어댔다. 씨발 진짜 둘이 쌍으로 지랄이다. 백현은 경수와 종인이 혹시 저를 놀리려 계획한 건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갑자기 잘 지내오다 왜 이딴식으로 나오는 건지 백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백현은 그냥 좆대로 내뱉기로 했다. 내숭은 그의 천성에 속하지 못했다. 직설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내의 본성이고 집안 내력이였기 때문에, 무얼 잘했다고 제 앞에서 씩씩대는지 그 믿는 구석을 알 수 없는 경수를 백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김종인은 화라도 안 냈지.



“그래 김종인이랑 네 얘기 좀 했어.”


“…씨발.”


“김종인이 너 좋아하냐고 해서 좋아한다고 했어.”


“…….”


“근데 그게 그렇게 화낼일이야? 너 나랑 김종인이랑 얘기하는 거, 사실 다 듣고있었지?”


“…백현아.”


“됐다 개새끼야 더러우면 말로 해 좆같이 위해주는 척 하지말고. 가뜩이나 멍청해서 존나 헷갈리니까.”


“변백현.”


“간다 씨발아.”



둘 도 없는 짝꿍이였던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서로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은 멈춰진 시간에 머물렀다.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바쁘게 움직이는 건 시계침과 박찬열, 둘 뿐이였다. 둘을 빼놓고 세상의 시간이 돌아가는 것 마냥, 도경수와 변백현은 멈춰진 곳에 그렇게 서 있었다. 마치 서로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 마냥, 절대 먼저 다가서지는 못한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백현은 처음으로 걸어서 하교했다. 혼자 걷는 밤거리가 무섭기도 했지만 경수와 같이 오는 것 보단 백배 낫다고 생각하며 걸으니 눈물이 앞을 가려 애써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치없는 하늘은 여전히 예쁘고 아름다워 초라해진 백현을 비췄다. 백현은 사실 경수와 화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경수 또한 자신과 같은 마음이기를 빌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조용한 휴대폰이 백현은 원망스러웠다. 이 때 쯤이면 경수가 화해의 문자를 보내올 줄 알았는데. 다툰 연인마냥 자존심 싸움을 하기 바쁜 둘 사이가 백현은 어이없다가도, 자신 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진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마음대로 내뱉다 보니 생각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와 자기 자신도 놀랐었던 일과 뒷 배경의 개수대가 떠올랐다. 벌써 백 번째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후회도 백 번째 하고 있었고.


휴대폰에 신경을 끄려고 해도 신경을 끌 수 없었다. 계속 휴대폰을 만지작 대며 수시로 문자를 확인했다. 알림음을 못 들은 건 아닐까, 주파수가 약해 전송이 느린 건 아닐까, 별별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혼자 요사를 부렸다. 결국 이럴거면서, 화는 왜 냈는지. 믿는 구석 없이 화를 낸 건 경수가 아닌 바로 자신이였구나,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지도 않고 해버린 첫 번째 후회였다. 불현듯 백현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상상을 했다. 헛된 상상이라며 고개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벨은 멈추지 않았다. 백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튀어올랐다.


백현의 휴대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경수였다.





「나 너희 집 앞이야」


“…….”


「나와.」



방금 전 까지 백현의 욕 바구니던 경수의 짧은 전화에 백현의 마음이 주체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바로 넘어가면 안 되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인내심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에 백현은 못 이기는 척 밍기적 밍기적 몸을 일으켰다. 사실은 당장 문앞으로 달려가 경수를 마주하고 싶었다. 마주할 용기는 없었지만 그냥 이유없이 보고싶었다.


그렇게 기다려놓고 막상 대문 앞에서 백현은 잠시 망설였다. 문을 열어도 되는건가, 다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는 기분이 들어 뒤가 찜찜했지만 하고싶은대로 하기로 했다. 참으면 병 된다고, 고칠 수 없는 능력도 없으면서 병을 키우긴 싫었다. 오늘따라 문이 가볍게 느껴져 재빨리 철문을 밀어낸 것이라 백현은 자신에게 변명했다. 자신에게만 변명했기에 그만을 위한 거짓말일 수 있었다. 속이는 사람도 백현이였지만 믿지 않는 사람 또한 백현이였다. 결국 망설임 끝에 문은 열렸다.




“…엄마가 감자를 너무 많이 쪄서.”


“…….”


“너 가져다 주려고 왔어.”


“…잘 먹겠다고 전해드려.”


“김종인이랑 너랑 대화한 거 엿들은 건 오해야.”


“…잘 가.”


“나도 너 좋아해 백현아.”



백현은 자신이 들은 음성이 환청일까 봐 부러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만약 환청이라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아 경수의 눈을 피해 주변 풍경을 이리저리 살폈다. 물론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백현의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을 본 경수는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되어 마음이 미어졌다. 좀체 내색을 않던 녀석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백번 자신이 잘못한 일 이라고 경수는 생각했다. 위로의 방법을 몰라 울음을 삼키는 백현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라고 경수는 생각했다. 그동안 백현이 받았을 마음고생이 제게 비수처럼 꽂혀 이 작은 도시 소년에게 다시는 상처를 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래야겠다고 경수는 다짐하고 또 결심했다. 경수의 굳은 눈썹이 꿈틀댔다. 경수의 품에 안긴 백현은 서러움의 물꼬가 터진 듯 한참을 울어댔고, 그를 안은 소년은 옷에 눈물이 뭍는 걸 개의치 않고 백현의 위로에만 집중했다. 백현은 힘차게도 울어댔다. 근근히 들려오는 욕도 귀여웠다.


백현의 울음이 잦아갈 때 쯤 맞물려진 두 입술은 백현의 눈에 불꽃이 터지는 환상을 만들어 냈고 테크닉이 화려한 입맞춤은 아니였으나 그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었다. 입술이 떼어질 때 백현은 부끄러워 경수의 어깨에 닿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경수는 작게 웃었다.



“내가 잘 할게.”


“말은.”


“진짜야. 백현아.”


“…너희 엄마 기다리시겠어, 얼른 가.”


“뽀뽀 한번만 더 해 주면.”



아무도 없는 시골길 인 걸 알면서도 백현은 부러 주위를 살피며 못 이기는 척 경수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가오는 여름과 함께 소년들은 아름다웠다. 복잡하고 각박한 세상과 멀어진 그 곳에서 두 사람은 은은히 빛났다. 백현은 경수 주위에 날아다니는 큐피트들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웃으며 경수가 건네주는 감자 봉지를 받아들고 아쉽다는 듯 그를 끌어안았다.



“나 진짜 갈게.”


“응, 조심히 가.”


“내일 보자.”



소년들의 마음은 무르익고 계절은 물처럼 흘러 푸른 나뭇잎은 더운 바람에 흩날렸다. 경수는 달력의 여섯 번째 장을 찢어내고 일곱 번째 장을 바라보았다. 여름방학이 코 앞이였다. 경수의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여름방학을 상상하며 백현과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씩 계획하기 시작했다. 백현의 취향을 모르니 약속을 정하기까지 수많은 걸림돌에 힘겨웠지만 소년의 순정은 그런것에 넘어져도 금방 무릎을 털고 일어날 만큼 어여쁜 것이였다.


그러다 경수는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친구였던 종은을 떠올렸다. 오래 사귄 것 도 아니고, 같은 학교도 아닌 그냥 부모님끼리 친한 사이 정도였다. 사귀고 난 이후로도 이렇다할 살갗의 접촉이나 친근감 없이 물 흐르듯 이별에 다다랐다. 해서 경수의 감정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소소히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종은의 무릎보다 조금 더 위에서 펄럭이는 교복 치마를 볼 때면 경수도 이따금씩 가슴이 뛰곤 했다. 그래서 경수는 백현을 자전거에 자주 태웠다. 종은과 같이 자전거를 좋아할까 봐.


백현과 함께 할 여름방학이 특별한 여름방학이 되는 것 까진 바라지 않았지만 평범하게 방구석에서 휴대폰이나 하는 방학은 곧죽어도 싫었다. 그저 백현과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이 특별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 그럼 특별한 방학을 바라는 것이 맞는건가. 달력에 열심히 동그라미를 치는 경수를 보며 경수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서로 수군거렸다. 수능을 앞둔 경수의 형도, 공예 교실에서 휴지 꽂이를 만들어 온 경수의 어머니도, 이제 막 밭을 보고 오는 길이라 흙이 잔뜩 뭍은 장화를 벗던 경수의 아버지도. 모두 같은 결론을 유추하기에 성공했다.



“아들, 여자친구 생겼니?”


“…예?”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경수의 어머니의 물음에 평소 경수는 태연한 척 하며 대답할 수 있었음에도 당황한 듯 눈만 도르륵 대며 어색한 헛웃음만 흘렸다. 숨기는 척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백현이 좋아서였을까. 그의 어머니는 끈질기게 경수 옆에 붙어 그의 여자친구를 추론해냈다. 옆집 세나? 앞마을 준희? 당연히 모두 오답이였다. 마을의 여편네 이름이 다 나오기 전에 경수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백현이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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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사귀네여ㅠㅠㅠㅠㅠㅠㅡ잘보고가여진짜!ㅎㅎ
9년 전
오백병자
감사합니다 독자님 추석 다 끝나가지만 즐추 !
9년 전
독자2
아이구 우리 오백이들이 드디어!!!하 진짜 정말 좋고 정말 재밌어요ㅠㅠ오래오래 연재해주세요ㅠㅠ
9년 전
오백병자
감사합니다 근데 얼마 안 남았어요... ㅋㅋㅋ 끝까지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 감사해요 ㅋㅋ
9년 전
독자3
방금 다읽었어요ㅠㅠ 진짜 글 잘 쓰세요ㅠㅠ 신알신 하구 가요
9년 전
오백병자
아이고 감사합니다 ㅠㅠㅠ
9년 전
독자4
아이고ㅜㅠㅠㅠㅠ드디어 연애를 하네 으어ㅓㅓㅓ어ㅓㅠㅠㅠㅠ걍 오래가라 싸우진 말고ㅠㅠㅠㅠ해피엔딩이기류ㅠㅠㅠ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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