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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병자 전체글ll조회 405l

[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1 | 인스티즈

[오백] 비는 언젠가 그친다 1 | 인스티즈




 백현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나 저녁을 걸러 주린 배 보다도 왼쪽 볼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잠에서 깨어났다. 짓궂은 봄비는 허술한 슬레이트 지붕 위에도 내려 그의 어린 볼 위까지 떨어졌다. 어이없는 기상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어났다는 사실이 그를 작은 분노로 달구었으나 때아닌 감정의 동요는 백현의 자물쇠를 풀어놓았다. 수면의 자물쇠. 잠은 모두 달아났다.

 4:53 AM. 어차피 7분후에 일어나야 했지만 억울함을 잊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다 천장에 머리를 꽝 박고 다시 주저앉아야 했다. 식어있는 옆자리에 엄마의 부재를 알아차린 백현은 허릴 숙이고 행여 다른곳에 또 부딛힐까 어슷어슷 밝아오는 태양에, 반쪽짜리 세상만 비춰주는 창문을 의지해 겨우 화장실에 비집고 들어가 샤워기를 틀기에 성공했다. 다 찢어져가는 욕실화를 신고 쪼그려 앉은 백현은 습관처럼 자신의 열악한 환경을 불평했다. 가스도 끊기고 전기도 끊겨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백현은 자신을 향한 옅은 연민의 감정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전기가 끊겨 제기능을 상실한 바보상자 속에는 영화같은 효자 효녀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고 그런 열악한 환경의 이야기는 그 열여덟 소년의 이야기도 되었다. 실제로 백현 또한 그런 효자 중 한 명인 척 했으며 전단지 돌리기, 신문 배달, 우유 배달, 편의점 알바, 고깃집 알바, pc방 알바. 막노동만 안 했지 돈준다면 다 달려가는 아이로 자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가정 형편에는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태생적으로 이상적인 효자가 못 되어서, 속으로 불평을 쌓아가고 있었다. 재물을 향한 끝없는 욕구와, 시기 질투는 꽤나 무서운 것이라 하루가 다르게 백현의 마음속에서 깊이 뿌리를 뻗어나가 그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백현은 결국 모든 길흉화복을 자신의 가정형편 탓으로 돌리는 아이로 자라버리고 말았다. 그는 적어도 내면 속에서, 가끔 광적으로 자신의 가난에 집중하고는 했다.

 좋은 집과 내부의 넓은 거실, 여러개의 화장실, 푹신하고 큰 침대와 동시에 여러명의 하녀, 정장을 잘 빼입은 집사, 누가봐도 혀를 내두를 만한 가격의 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상상을 한 백현은 샤워기를 끄고 눈을 떴다. 반쪽짜리 창문 너머로 꽤나 분주해진 사람들의 발들, 샤워를 끝마친 그가 서둘러 몸을 닦았다. 벌써부터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파고들어오는 새벽 바람이 백현의 현실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었다. 너는 행복할 수 없다고, 식생의 문제는 너를 언제나 괴롭힐 것 이라고.

 그 날의 이른 아침에는 낡은 트럭 위에 그보다 더 낡은 짐들이 실렸다. 사실 실렸다는 표현도 조금 그럴것이 허름한 모자 사이에 남아있는 가구라곤 백현의 부모님이 결혼할 때 백현의 엄마가 혼수로 장만해 온 옷장과 냉장고, 텔레비전이 전부였다. 셋 중의 둘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물건들이라 백현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동하지 않는 가전제품은 빈곤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미 잘 알고있는 비극을 매일 두 눈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건 열여덟 소년에게 벅찬일이 아닐 수 없었다.



“텔레비전이랑 냉장고는 버리면 안 돼? 어차피 쓰지도 못할 거.”


“가서 또 전기 끊길 일은 없을거야. 응? 엄마가 이번엔 진짜 일 구했어.”


“전기 끊길까봐 그러는게 아니고요, 아니 됐어. 엄마가 싫다면 안 버려야지.”



 또 빚쟁이들에게 쫓겨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일자리는 왜 구했냐는 둥, 아무리 엄마가 일을 다녀도 전깃세를 꼬박꼬박 낼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둥의 불평 한 바가지, 한탄 한 바가지, 현실 한 바가지가 섞인 고무대야를 마음껏 쏟아내고 싶었으나 채 가시지 않은 추위에 유약한 어머니 손끝에 병세라도 찾아올까 해서 그만 두기로 했다. 병든 손끝을 가진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는 사용자는 없다.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 둘, 하나가 멈추면 수입의 절반이 줄어버리는 상황에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어머니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역시 착한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듯 예쁘게 싱긋 웃었다. 이마저도 백현은 엄마가 가증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감정을 추스르며 엄마를 향해 웃어보였다. 가난한 가정 형편 속에서도 엄마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이 없는 착한 아들인 척.

 백현의 엄마는 때때로 자신을 떠나버린 빌어먹을 남편을 그리워하고, 또 어쩌면 아직도 사랑하는 듯 했다. 그 남자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먹칠을 칠한건지 도화지를 바꿀 수 도, 너무 커서 지울 수 도, 뒤집어도 자욱이 남을 엿같은 먹칠을 못 보는건지, 못보는 척 하는건지. 만약 척이라면 효자인 척 하는 백현과 백현의 엄마는 꼭 닮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 남자는 어린 백현의 엄마를 강제로 범하고 임신중에도 다정하게 대해 준 적이 단 10분도 없으며 출산 후에도 폭군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주제에 백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액수의 빚만 떠안고 자취를 감췄다. 백현은 그걸 생각할 때 마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좆같은 가난의 원인.

 다 떨어져가는 트럭이 달그락거리면서 달릴 때에도 백현은 그 이유가 가난의 천박함에 근거한다고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가난의 열등감속에 자라고 또 자라 18년 째 되던 올해 또한 가난에 젖어 좀처럼 마를 줄 모르는 듯 해 아마 백현의 어머니도, 가난이 죽도록 싫은 백현도 곰팡이가 끼어있는 서로의 마음을 눈치 챘지 않았을까. 백현은 시도때도 없이 가난의 썩은 냄새를 맡았다. 쾌쾌하고 부패의 시작단계에 있는듯한. 백현은 18년째 고여있는 구정물이 아직 부패의 전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최악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해야 머리에 숨이 돌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던 트럭은 꽤나 긴 거리를 달리는 내내 천박한 소리를 멈출 줄 몰랐다. 음식을 흘리며 먹는 아이를 나무라듯 트럭에게도 지능이라는 것이 있다면 트럭을 마음껏 꾸짖고 싶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고장이 나 버려 닫히지 않는 창문새로 시골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후볐다. 후각은 쉽게 피로해져 시간이 지나면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더니, 사라지지 않는 냄새는 백현에게 정말 나락으로 떨어진 듯 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여기 애들은 도시 애들만큼 부자가 없을 테니까, 자신의 가난에 그렇게 집중하지 않겠지. 사실 빈곤함을 가장 신경쓰는것은 백현 자신이였다. 땅값이 싼 이유에서였는지 새로 이사한 집은 그전의 집보다 조금 더 넓어진 집이였다. 도시의 바쁜 풍경과 거리가 있는 그 곳에서 백현은 가난의 최후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두려 부던히도 애를 썼다. 익숙하지 않은 벌레 소리,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는 시골마을. 결론을 지었다. 안될놈은 안되는구나.

 새 학교에 등교하는 것은 백현에게 익숙해서 친구를 사귀는 것 보다 숙달된 행동이였다. 벙어리마냥 짜져 있으면 출처모를 자부심을 등에업은 무개념 새끼들도 금방 관심을 껐다. 백현은 그런 것에 희열을 느끼는 척 했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 것을 즐거워 하는 척. 그리곤 친구들과 떠드는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전교생이 300명이 조금 될까 말까 한 조그마한 학교는 서울의 번지르르한 학교보다 확실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백현의 신체에 있어서 가장 무거운 것은 뇌도 지방도 아닌 그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일 것이리라. 작은 교실 구석구석을 살피었다. 어차피 1년도 같이 지내지 못 할 애들.



“이번에 서울에서 전학 온 변백현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백현은 겁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것을 모두 자신의 어려운 가정형편과 관련지으며 자신을 긍휼히 여기는 몽상이 끝나갈 때 쯤 이면 자신의 부모가 말도 안되는 불치병에 걸려 죽는 상상을 했다. 아주 부유한 부모가 백현을 어여삐 보아 그들에게 입양되는 상상, 그럴 때 마다 가지고 싶었던 것, 가지고 싶지 않아도 사치스레 살 물건들을 상상하며 그는 작은 쾌락에 젖었다.

 백현은 여느때와 같이 앞날을 걱정하기에 앞섰다. 얘네가 내 가난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시골 아이들이라 나와 비슷한 형편이 없을 리가 없을 거라 그는 판단했다. 일종의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 이였고 백현도 그걸 알고 있었으나 그 고정관념은 사실에 속했다. 백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 다시 떠오른 가난을 생각나지 않은 척, 알아채지 못한 척 그렇게 시간에 잠시 묻어두었다. 누가 볼 까봐, 이렇게 얕은 곳에 묻어두었다 필요할 때 쓰려고. 백현에게 일용할 양식은 가난을 도피하는 상상 바로 그것이였다.



“그럼 백현이는 저기 경수 옆에가서 앉아.”



 백현이 주위를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지 않아도 선생이 지목한 ‘경수’ 라는 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애는 백현을 향해 두 팔을 흔들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누구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마냥 해사하게 웃는것이 백번 양보해서 귀여웠다고 쳐도 백현은 낯을 가리기 바빴다. 원체 붙임성과는 거리가 멀고 방어벽을 치는 게 습관이 되어있던 터라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여 어색함으로 움츠러드는 발 끝을 바라보는 수 밖에는 없었다.



“난 경수, 도경수.”


“잘 지내보자.”



 서울의 조용하고 정갈한 아이이고 싶어 부러 또박또박 말한 것을 경수는 신기해하며 백현의 얼굴을 몰래 요리조리 살피기에 앞선 경수의 시선이 백현은 마냥 창피하기만 했다. 뭐 하는 애인건지, 백현은 이 남자애가 사실 조금 모자란 애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전학 첫 날부터 이런 애랑 짝꿍을 시켜주다니. 원망의 화살표가 담임을 가르켰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백현이 올려다본 시골의 밤 하늘은 그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기에 적합했다. 가난함에서 비롯된 한탄도, 부유함을 바라는 망상도 아닌 생각을 한다는 것은 백현에게 있어 조금 이례적인 일이였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낭만에 빠져 걸었다. 아주 잠시, 정말 잠시 백현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놀랄 새 도 없이 불꽃은 꺼졌으나 남아있는 온기에 백현은 웃었다.

 한적한 시골길을 보아하니 어마어마한 빚도, 수많은 아르바이트도, 끊긴 전기도 모두 남 일 같았다. 그런 기분에 취하는 것이 기분 나쁜데도 순간적인 안도감에 휩싸여 백현은 어쩔 줄 몰랐다. 그 시골길은 오늘로써 겨우 두 번째 보는 길임에도 사람을 편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변백현!”



 백현은 낭만에서 깨어나 뒤를 돌았다. 낭만에서 깨어나온 그가 걸어온 시골길엔 경수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며 백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몸 속에서 무언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꾸욱 참았다. 골치아픈 녀석을 만난 듯 했다.

 경수는 백현의 생각과는 다르게 꽤나 멀쩡한 아이인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그는 철저히 혼자가 아니였음에 백현은 그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친한아이들은 많은 것 같았지만 정작 터울이 없는 앤 키만 멀쩡하게 크던 녀석 하나 인 것 같았다. 이따금씩 다른 반 무리들이 경수를 찾아와 장난을 칠 때에도 경수는 특유의 사투리로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집중하는 척 하는 백현을 소개했다. 경수는 백현의 ‘척’을 알아 보았을까, 백현은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단지 부끄러워서.

 백현이 생각하기에 경수는 그냥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시골의 멋모르는 남자애. 쓸데없이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아 자기같은 류의 사람들을 작은 곤경에 빠트리는 눈치없는 애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깊은 생각을 하는 구석이 있게 하는것이 경수의 특징이였다. 백현은 경수를 만나고 가난을 잊는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백현이 18년동안 이룩해 놓은 건 가난으로만 완성 된 끝없는 소설 뿐이였는데.



“같이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둑한 길거리에서 보아도 백현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축 쳐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는 그 모습이 사실 경수는 조금 우스웠고 어딘지 모르게 낯선 것 같기도 했다. 오늘 처음 봤으니 낯선것이 어쩌면 당연한데도 그 낯섬은 경수로 하여금 끌어당기는 원동력이 되어 그를 조종했다. 그냥 백현은 정이가고, 사실 경수 눈에 조금 고왔다.

 경수는 모두와 친한 것도 사실, 생긴 것 처럼 성격에 모 난 부분이 없는 것 도 사실, 자주 헤실거리는 것도 사실이였으나 처음 본 누군가에게는 좀체 말을 걸지 못하는 성격도 사실이였다. 경수의 친구가 많은 것은 그저 그와 같은 반인 친구들은 대부분 이 마을 아이들이며, 둥그런 성격의 경수에게 모두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 경수가 모두와 잘 지내는 까닭이였다. 허나 친하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도 선을 긋기 일쑤,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감정이 백현을 향한 무조건적인 호의를 가르키고 있음을 눈치채고 조금은 불안해하기도 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해도 되는건가, 양상을 보일 불상사에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하였으나 경수는 백현만큼 겁을 내진 않았다. 세상의 단 맛밖에 맛보지 못하여 한가로이 쓴맛에 호기심을 가지는 소년. 사실 경수는 자전거에 누굴 태운다는 것이 처음이고 해서 굉장히 어색한 일임에도 그러지 않은 척 했다. 장난스레 생색을 낼 수 도 있었는데, 경수는 차마 다물어진 입을 뗄 줄을 몰랐다.

 경수는 백현의 어깨에 메어진 가방을 받아 들어 자전거 앞 바구니에 넣었지만 백현은 요지부동 눈만 도르륵 댔다. 경수는 핸들을 잡은 손을 꼭 오므렸다.



“안 타?”



 결국 말없이 자전거에 탄 백현은 어색하게 허공에 놓였던 두 손을 경수의 어깨에 올려두었다. 경수는 올려진 백현의 동그란 손 끝에 마냥 미소지었다. 자전거 핸들을 쥔 경수의 손에 땀이 배어나와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하면 자꾸 미끄러졌다. 그렇게 경수는 무언가 멈출 수 없는 궤도에 빠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궤도에 중심엔 백현이 있었다. 참 별난 서울의 사내아이, 제게 시골에 산다는 까닭으로 피잔 먹어봤어? 텔레비전은 본 적 있니? 라는 둥의 이상한 질문을 늘어놓지도 않고 서울 자랑은 커녕 뭘 물어봐야 겨우 대답하던 그 사내아이를 보며 경수는 좀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 사내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 그 사내를 보는 경수가.

 골목길을 달리는 소년들이 멀어지며 작은 점이 될수록 여름이 세상에 물드는 소리는 살을 찌워 갔고, 풀 벌레 우는 소리, 이따금씩 바람에 들꽃들이 스치우는 소리와 함께 별이 뜨고 지며 그 운치를 더하여만 갔다. 풍경에 취한 백현은 열심히 폐달을 밟고 있는 경수 몰래 고개를 들어 정겨운 흙 냄새를 음미하기도 했다. 서울에 있을 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둑어둑 찾아오는 밤을 숙제처럼 미루고만 싶었다. 불을 켜지 못하는 밤은 가난하니까.

 백현은 동그란 손끝으로 제 집을 야무지게도 가르켜 내며 집의 외부를 설명했다. 크기는 이만한 기와집에, 지붕이 파랗고, 담은 한 이정도. 이미 달이 정수리에 떠 있는 밤 이였다. 색깔 같은 것 이 잘 보일리 없는데도 경수는 백현의 말을 묵묵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슨 집인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였을까, 그가 한 말 중 가장 길이있는 말 같아 쓸데없이 새겨들었다.

 집 앞에서 내린 백현은 경수가 건네는 가방을 받아들고 시골풍경 속 담긴 그림같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순박함과 너무 잘 어울리는 소년, 경수였다. 한참의 정적 중에도 백현은 계속 고민했다. 먼저 고맙다고 할까, 내일도 같이 가자고 할까, 먼저 잘 가라고 할까. 인사말은 해야겠는데 빌어먹을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번 뱉으면 쉬울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백현은 끝없이 망설였다. 후에 후회할 자신이 싫은데도.



“내일 또 봐.”



 경수가 동화같이 말했다, 백현또한 동화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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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순수하면서도 이런 시골 ㅜㅇ경 좋아하는데 작가님 사랑해여ㅠㅠㅠㅠ진짜 이런 분위기 너무좋아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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