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아.김태형이가 결혼을해~~~?" "제수씨가 아깝다,아까워." "진심." 고등학교 동창이자 첫사랑이 였던 너에게서 연락이왔다.옛사랑의 추억때문인지 간만에 보이는 네 연락에 설레어왔던 것도 잠시.청첩장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그래,그냥 추억이니까 하며 넘긴마음은 편치않았고 오늘 아침까지 올까말까 고민을 더해봤지만 마지막으로라도 웃으며 보내주고 싶었다. 청접장이 온 날부터 내내 마음이 편치않아 사는둥 마는둥 했는데 역시 짝사랑은 여기서도 나타나는가 보다.네얼굴은 새신랑에 걸맞게 빛나고 있었다.너를 보며 씁슬하지만 환하게 웃어주고 있던 찰나 눈이 마주쳤고 이내 김탄소!하는 정겨운 목소리가 들렸다.내이름이 들리자 옆에있던 친구들도 다같이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고 순간 정적이일렀다. "어..안,안녕!" 어색하기에 그지없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무마시키자 했던 내 인사는 허공속으로 같이 사라져버린것 마냥 되돌아 오는 대답은 없었다.하긴,내 첫사랑이 김태형인거 모르는거 제뿐이겠지.다들 걱정어린 눈빛이였지만 난 이제 괜찮았다.그저 어린날의 추억이였으니까. "뭐야뭐야,다들 기억안나?내 고등학교 절친 김탄소님이시다." 알지..말끝을 흐리던 애들은 나에게 안녕!하고 밝게 인사해주었고 어깨를 툭툭 치며 미소를 짓고 나갔다.이로써 이 넓은곳에 한 때 나의 학창시절을 아름답고 아프게 만들어준 너와 단둘이 있는,조금더 아름답고 아픈 마지막 시간이 생겼다. "이야...김탄소 더 예뻐졌어?" "너만할까?더 잘생겨졌네." "물론이지!행복해 죽겠다,요즘." 그랬다,너는.싫고 좋음이 확실한 아이였다.아마 지금 결혼하는 신부도 고교시절 김태형이 죽고 못살던 애였겠지.고등학교때는 실패했지만 대학교가서는 성공했나보다.생각을 곱씹어보다 가슴한켠이 저릿해져 왔다.워낙 자기 감정에 뚜렸한 아이였던 너는 단한번도,한번도 내게 웃어준 적이 없었다. "너..그거 알아?나한테 처음 웃어준거?" 슬슬 정리가 필요했다.그래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온 말은 다시 너와 나를 고등학교 시절로 돌이켜 주었다. "그래도 웃는거 보니까 좋다.난,너가 행복해 하는 모습만 봐도 좋았는데." "..." "우와...잘생겼던 김태형,더 잘생겨지니까 부럽다!네 새신부는 복받았어...너같은 애랑 결혼하고.." "..." "누구는 가지려고 해도..기회조차 주지 않는 애였는데..저절로 왔으니까..." "...너" "그래,내 첫사랑이였어 너는.니가 그렇게 싫어하던,그저 친구였던 김탄소가..." "..." 말했다.후련했다.하지만 씁슬한건 어쩔 수 없었다.네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말한번 못해보고 보내기는 죽어도 싫었다.알았으면 좋겠었다.너는 복잡해지기라도 했는지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푹하고 내쉬다 이내 나랑눈이 마주쳤다.당황해서 흔들리는 내 눈과는 다르게 너의 눈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확고해 보였고 역시나 나를 고등학교시절로 보내주었다.
"그걸 이제 와서 말하는 이유가 뭐야?" "그냥..알아주었으면 했어.마지막 까지 전하지 못한 그말,마지막이라도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너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그래 이바보야.어쩜 그리 모르냐.넌 너밖에 몰라." 아프지만 덤덤하게 말할 수 있다는게 시간이 많이 흘러 어느새 커버렸다는 거겠지.내심 위안을 하던 내모습이 초라해져 갔다.여전히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보는 너의얼굴을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나갈게..축의금은 여기다 두고.." "김탄소." 나즈막히 내이름은 부르는 네모습에는 왜인지모를 씁슬함이 더해져 아련하게만 보였다.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입을 때었다. "우리..어쩌면 좋게 발전할 수 있었을거같다.서로 용기가 없었나보다.." "..." "그래도..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나도 짝사랑 그거 해봐서 아는데 진짜 죽고싶을 만큼 힘들었을텐데.." "그만..그만해.." 네 입에서 나온말은 충격이컸고 나도모르게 휘청했다.다행이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후들거렸다.가슴이 저리다 못해 아파왔다.누군가 쥐어잡고 흔들듯이 떨려왔고 눈물이나왔다. "나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김태형.." "너도 행복하게 살아.너좋다는 남자 만나서." "..." "나한테 보란듯이 그남자랑 행복한거 보여줘.니마음 눈치못챈 나에게 지난날을 후회하게 할만큼 행복해져,알겠지?" 그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듯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내손을 꼭 쥐었고 허망한 마음에 눈물이 멈췄다.나도 웃으며 그래.라고 하고 그자리를 나왔지만 첫사랑은 여전히 아프고,아름다웠다. 아니,아름답다고 말하는건 그 추억에 대한 마지막이 잘 끝나서,내마음을 전했다는거에 대한 후련함에 대한,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첫사랑의 정의라면,가슴아프지만 너를 내마음 한켠에서 보내 줄 수 있을 거같다.아마 웃으며 그때 그 시절을 뒤돌아 봤을때 내 첫사랑에 대한 미소를 날릴 수 있는건 마지막 예의를 다하는게 아닐까. 진심으로 좋아했어,김태형. 안녕,나의 첫사랑. 안녕,나의 첫사랑이였던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