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요섭
안녕 요섭아. 나 두준이. 손편지는 되게 오랜만에 쓰는거라 감회가 새롭다.
말솜씨가 그리 좋지는 않아. 글씨체도 정갈하지 않고. 그래도 최대한 또박또박 쓰도록 할게.
진부한 시작이지만 진지하게 읽어 줘.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왜, 학교옆에 있는 조그만 카페 하나.
기석이 형님이 서로 소개시켜주셨잖아. 처음 만나는거라 별로 할 얘기도 없었고 어색하기만 했었는데
니가 하나하나 던진 말들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또박또박 말하는 너의 목소리도, 입술도 너무 예뻐보였어.
'아, 아마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이란건가' 응. 그때 알았어.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을 수 있고, 나에게도 이런 예쁜 사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년이야. 널 좋아하고 있어.
니가 알 수 없을만큼 많이.
아, 지금 이건 강요가 아니야. 니가 이런 취향이 아니라는거 알아.
항상 예쁜 여자 후배들을 끼고다녔잖아. 쪼끄만게 어디 벌써 여자를 양 옆으로 데리고 다니냐며 타박도 많이했지.
그럴 때 마다 넌 웃어넘기곤 했고.
이건 그냥 마지막으로 너에대한 감정을 추스리고 접기위해 적는 편지야.
내가 이런 취향이라고 피하지만 마라. 응? 오빠 마음 아프다ㅋㅋ..미안
쨋든 좋아해, 좋아했어. 이젠 그만하려고 해.
내가 힘들어서-라고 말하면 핑계고 말하면 니가 떠날 것 같아서 그래.
이젠 아니야. 널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
피하지말고 옆에만 있어 줘 요섭아. 요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