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착한 곳은 작은 카페였다. 학원상가 맞은편에 이런곳이 있었구나.. 지리도 잘모르고 그냥 학원. 길. 집 또는 학원.오솔길. 집만 기억하는 나에겐 저긴 가보지도 못했다. 어차피 나는 길치기 때문에 길을 잃으면 또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린 주황빛의 조명이 눈앞에 비춰졌다. 우와.. 분위기 좋다. 손님들의 사진을 가끔찍어놓느지 한쪽 벽엔 여러 줄과 줄에 걸려있는 플라로이드 사진이 걸려있었고 혹은 포스트잇이 벽에 꽉 채워져 있었다. 앞에는 소원을 비는 나무인지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나무한그루가 화분에 심어져있었다. 분위기좋다..
카운터에 서있는 어떤 오빠와 연제민은 아는 사이인지 카운터에서 살갑게 새끼새끼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뭐 먹을래? 하는 연제민에게 메뉴판을 쳐다보다 힐끗 민트초코라떼를 먹고싶었지만 돈도 없으니까 그냥 아이스 초코를 시켰다. 그러자 그 오빠가 웃으면서 '제민이 여자친구랑 왔으니까 서비스줄게' 하면서 서글서글 웃으면서 진동벨을 주셨다.
"아는사이야?"
"아, 헬스장 아는 형."
"카페 이쁘다.."
"그치? 저형이 저래도 카페하나는 잘꾸며."
조금은 친해진듯해 실없는 농담을 하다가 진동벨이 울려서 일어서려는 연제민을 앉히고 이번엔 내가 받으러 갔다. 커피외에 에그타르트가 있길래 눈을 크게 뜨고 오빠를 쳐다보니 웃으면서 서비스라고 괜찮다고 했다.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연제민이 있는 자리로 앉았다. 내가 시킨 아이스 초코 옆에 연제민이 시킨둣한 카라멜 마끼야또 가 있었다.
"단거 좋아해?"
"좋아하는 편인가? 싫어하진않은데."
"카라멜 먹는 남자는 처음봐서.원래 거의 쓴거 먹지 않나.."
"달면 뭐 어때.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냐?"
허허.. 짧게 웃으면서 에그타르트 한쪽을 꺼내 입에 베어 물었다. 아.. 달다. 언제 또 이런 맛을 느껴본적이 있었던가. 뭐 엄청 바쁜건 아니지만 내기준에는 바쁠만한 바쁜 생활을 했기에 이렇게 카페에 앉아있는것도 오랜만이였다. 4개월전인가.. 예전에 친한친구와 카페에 있어본게 마지막인것같은데, 그친구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잘살고 있으려나-
연제민은 아까 걸을때 느꼈던것 처럼 의외로 편했다. 가끔 내가 말을 안할때 같이 마를 안하거나 쓸데 없이 말을 계속 이어가려 하지도 않는것, 그리고 말을하면 끊기려할때마다 새로운 화제를 찾아 내게 말을 부딪혀 주는것. 아! 그리고 누가 축구는 하나로 이어주는 스포츠로 말했던가.. 그 사람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남자랑, 그것도 잘맞는 축구이야기를 해본것도 3개월이 지난것 같은데.. 코드도 너무 잘맞아서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이야기의 반은 스포츠 이야기였지만.
슬슬 시간을 보니 11시에 다 와가는 것 같아서 가야겠다 생각했다.
"좀있다 일어날까?"
"그럴까?"
"어머니가 걱정안하셔? 여잔데."
"친구랑 같이 간다했어- 어차피 동네인데."
"다마셨어? 지금일어나자. 집가면 11시 거의다되겠네."
"아..그래. 아! 잠깐만."
카운터로 가려는 연제민을 앞질러서 지갑을 꺼내 돈을 내밀었다. 그걸 본 연제민이 내옆으로 와가지곤 내손을 잡고 돈을 지갑안으로 들여보냈다.
"왜 니가 돈을내"
"내가쏘려 그러는거지. 됐어. 내가낼께"
"뭘니가내..내가 불러냈는데. 기다려봐."
"야, 사랑싸움은 밖에 나가서 해라! 연제새끼가 여자친구는 잘뒀네."
"아 저 여자친구 아니에요ㅋㅋ"
됐다고 다음에 올때는 돈내고 사먹으란 오빠의 말에 안그러겠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끝까지 그냥가라고 안가면 다음엔 못오게 막을거라 하셔서 결국은 쫓겨나듯 카페 밖으로 나왔다. 뭔가 얻어먹기만 한것 같은기분.. 연제민과 같이 걷다가 소화도 시킬겸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우리집? 너희집 반대편아냐?"
"응. 나 저거 먹었는데 칼로리 장난아니다? 운동해야되. "
"오.나야 고맙지."
"음. 근데 너 다음주에 시간있어?"
"시간? 왜?"
"왜긴. 밥살라 그러지."
"밥? 니가왜?"
"아까 니가 살라 그랬잖아. 나도 한번 사보려 해봐야지."
"헐 뭐 그런것 가지고... 진짜사게?"
"당연하지.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말하냐?"
오,연제민- 연제민의 어깨를 두어번 치고선 다음날 만날 약속을 정하면서 우리집 근처로 다와갔다. 11시가 다됬단걸 알려주는것처럼 밤하늘이 남색과 검은색이 섞여 간간히 별이 총총거렸고 둘이서 하늘을 멍하니 보다가 인사를 하고선 아파트로 올라섰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혹시나 뒤를 보니 연제민이 서있길래 왜안가냐며 소리쳤다.
"다음엔 내가 데려다줄게!"
연제민의 외침과 함께 띵-하고 동시에 엘레베이터가 도착했고 엘레베이터가 닫히는 틈사이로 뛰어가는 연제민이 보였다. 내 생각대로 연제민은 괜찮은 사람이였다.
뭐, 성격도 괜찮은것 같고, 말도 잘통 하는것 같고. 축구이야기도 재밌고.
그냥 쳐다본 엘레베이터안 거울에 나는 웃고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힐링을 한 듯 하다.
"뭐? 진짜가?"
"맞나?레알? 연ㅈ.."
"사운드좀안낮추나 가스나야... 여 없제?"
"연제민?"
"당근! 쩐다.. 6반커플 또 탄생이가.."
"임마 내는 커플인데도 이래산다"
학교에 오자마자 소희랑 은혜에게 말하니 자기들이 나보다 더 흥분해서 난리 법썩을 떨어댄다. 이게 무슨 큰일인가.. 좋아하는것도 아니라 썸도 아닌것 같고. 쩝.
"그럼 가가 밥사는거가?"
"응. 그럴껄? "
"헐... 존나 이쁘게 하고가라.익시야"
"맞다!쫙뺴입고 가라 홀딱 마 반하게. 임마 몸매도 은근 좋다아이가."
장난스레 옷을 벗기려는 둘은 지나가던 이광훈의 시비에 멈춰졌고 다시 '나와 연제민이 만날 약속' 에 대해 열나는 토론을 하고 있었다.
"당근 데이트는 흰티에 청바지재!! 그건 니 취향이고 새끼야!"
"뭐라카노!! 여름이니까 하늘하늘한 원피스아이가!!!"
한참을 웃다가 창밖을 봤을땐, 여름 하늘이 짱짱한게 맑았다. 벌써 화요일이다.
다음주 주말까지 4일 남았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