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내가 피하고 싶은 것이라도,피할 수 없는 것이라도 말이다.
나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나는 현실 속에 주저앉았고,내가 초래한 결과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져야 했다
**02**
술집에 팔려온 후로 딱 2번 나오고 한번도 나온 적이 없던 세상이다.갖혀 지낼 때는 1년 새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런지,어떻게 세상이 돌아갈런지 그리도 궁금한게 많았는데,여전히 똑같은 거리와 여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을 보곤 왠지모를 허탈감을 느꼈다.그래도 얻게 된 자유에 감사할 뿐이였다.가만히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을 지켜보다가 내 팔을 살짝 잡아당기고는 자신 먼저 스쳐지나가는 아저씨에 정신이 돌아와 그런 그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주차장에 주차된 그의 차는 검은색 외제차였다.항상 입는 수트도,와이셔츠도,차도,그리고 그에게서 옅게 나는 향도 모두 컴컴한 검은색이였다.향을 색으로 표현하는게 좀 웃기긴 해도,그의 향에선 짙고 어두운 검은색의 느낌이 났다.조수석 문을 열고 타 운전석에 앉은 그를 바라봤다.그는 마른세수를 하고는 한숨을 쉬었다.곧이어 그가 시동을 켜곤 주차장에서 부드럽게 빠져나갔다.부드럽게 운전하는 차와는 다르게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그런 그를 바라보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곤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전벨트."
그가 운전을 하면서 내게 말했다.그제서야 나는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사실이 생각나 안전벨트를 매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시간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있었다.한적한 도로에는 나와 아저씨가 탄 차를 비롯한 두어대의 차가 달리고 있었다.깜깜한 서울 야경과 도로 위 가로등의 차가운 불빛이 어딘가 어울렸다.창 밖에 즐비한 가로수를 바라보기도,삭막한 도로 위를 바라보기도 하다가 터널로 들어가는 차에 눈을 감았다.감은 눈 위로 차가운 터널빛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머릿 속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그리고,어떠한 생각이 들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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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잠이 들었고 차가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쉽사리 눈이 떠지지 않았다.오랜만에 긴장감에서 벗어나서 였는지도 모른다.차가 멈춘 후에도 한참이나 어떠한 소리가 없었다.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곧이어 운전석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곤 이내 조수석 문이 열렸다.새벽에 찬 공기가 짧게 입은 옷에 들어난 맨살에 그대로 닿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누군가가 나를 들어올렸다.볼에 닿는 와이셔츠의 빳빳한 느낌에 얼굴을 더 부볐다.와이셔츠에선 옅게 베인 담배향과 향수향이 뒤섞여 오묘한 향을 냈다.나른해지는 기분에 잠에 더 빠져드는 듯 했다.집 안으로 들어와 몸이 침대에 뉘이는 느낌을 받았다.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에 몸을 더 웅크려 그 안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있는 찰나,방문이 닫히면서 문이 잠기는 듯 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떠 깜빡였다.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둘러봤다.침대부터 시작해,서랍장,탁자 등 모든 것이 어둡고 분위기가 있었다.가구 취향은 내가 생각했던 아저씨와는 달랐다.왠지 흰 벽지에 온 가구가 까맣기만 할 것 같았다.하지만 벽지에는 흰 바탕의 와인색의 패턴이 그려져있어 무거운 느낌을 주었고,전체적으로 짙은 갈색톤의 엔틱 가구들이 무거움을 더 했다.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굳게 닫힌 문에 시선이 닿았다.문이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나는 다시 방 안에 갇혔다.이제는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갇히는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적응해 버린 내가 엿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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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이 되면 몸이 피곤하던 안 피곤하던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도 내가 적응한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이렇게 아침해가 다 밝아오지 않은 어슴푸르한 새벽녘에 일어나다 보니 왠지 마음이 차분하면서도 울적했다.아무런 소리도 없이 혼자 남겨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인지,푸르스름한 새벽의 공기가 차분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인지.어떤 이유인지는 나도 몰랐다.그리고 지금,또 혼자 남겨진 나는 침대 옆에 위치한 큰 창문으로 밖을 보고 있었다.흰 커튼이 어슴푸르한 빛을 띄어 예쁜 색을 내었다.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정확히 말하자면,창문에 비친 내 모습과,창문에 이리저리 박혀있는 차가운 못들을 말이다.옛날식의 창문에는 나뭇조각이 이리저리 삐죽 나올 정도로 못이 수십개가 박혀있었다.엉망인 창틀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없던 자유가 갑자기 생긴데에 대한 내 당혹감이였다.
눈을 다시 떴을 땐,창밖엔 햇살이 비춰와 뜨거운 느낌을 주었다.갈색 톤의 나무바닥도 열을 받아 반짝였다.언제 이렇게 오래 자본건지 기억도 안 날만큼 몸이 힘들었던 건지,나른한 기분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그리고 나를 등지고 있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더욱 더 나른해져가고 있었다.방금 향수를 뿌린건지 묵직하면서 어두운 느낌의 향이 진하게 났다.숨을 한 두 차례 내뱉다가 등지고 누워있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가 항상 입던 검은색의 수트차림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일어났어?"
"..네."
"집 잘 보고 있어.나는 나갔다 올게."
"..."
일어났냐는 아저씨의 물음에 잠에 취해 푹 잠겨버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작게 웅얼거렸다.아저씨는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은 채로 나갔다온다며 이내 머리에 있던 손을 거두곤 자리에서 일어났다.딱히 뭐라 답을 해야 할지,그렇다고 해서 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딱히 못 느낀터라 그저 베개에 더 파고들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눈 앞에 보이는 창에 누워있는 나와,내 뒤에 서있는 그가 보였다.하지만 창 밖에 짙게 진 녹음에 아저씨의 표정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그냥 웃고 있었다,라고 나 혼자 착각하고 싶었다.곧이어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고,발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이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로 바뀌었다.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창밖에는 새벽과 다른 아침이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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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가 제 것이라 말하지 않았지만,침대 밑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슬리퍼에 대충 발을 넣어 신고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밖으로 나온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집이 넓은데에 대한 놀람도 있었지만,내가 잤던 방과는 달리 모던틱하고 심플한 집의 모습에 놀랐다.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너무나 선명했다.얼마나 심했냐 하면은,눈이 아플 지경이였다.미간을 작게 찌푸리고는 발을 움직여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 집 안을 둘러봤다.진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이 어질러있지 않았다.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거실을 배회하다 작게 열린 방문 틈에 문고리를 잡고는 슬그머니 방을 열었다.방은 또 거실과 달리 내가 있던 방과 같이 분위기가 묵직하게 꾸며져 있었다.구조도 거의 비슷한 듯 했다.호기심에 마른 침을 한번 삼키고는 발을 움직였다.조용한 방 안에 내가 내는 슬리퍼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다가,길이 순대로,번호 순대로 정리되어 있는 책들에 그의 방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물론,어디까지나 짐작이였다.책 제목을 살펴보면서 손을 들어 책들을 스쳐만지며 책장 주변을 걸어다녔다.'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천사와 악마','로스트심벌' 등 읽어보지 않은 책이 대게 였지만,대부분 느낌만으로도 썩 내 취향은 아닌 책이였다.책장에서 시선을 떼어 큰 창 앞에 놓여진 커다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책상 위에도 여러 종류의 서류와,볼펜과 연필이 든 연필꽂이,전등,액자 등 필요한 것들만 딱 정리되어 있었다.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액자였다.바닷가를 찍어놓은 빛바랜 사진이 든 액자도 궁금증이 가는 건 마찬가지였지만,그 옆으로 책상에 사진이 안 보이도록 엎어놓은 액자가 더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빛바랜 사진이 든 액자를 들고 있다가 있던 자리에 조심히 내려놓은 뒤 엎어진 액자에 손을 뻗었다.
"그 분은 자신의 것에 손 대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액자의 빳빳한 가죽느낌이 손에 닿았을 찰나,내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놀란 나는 도둑질을 하던 도둑마냥 화들짝 놀래 액자에서 손을 떼었다.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한 남자가 멀찍이 떨어져있는 방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남자는 놀란 나를 쳐다보며 천천히 다가왔고,나는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그 남자를 내 눈으로 쫓으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내 앞에 다다른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순간,호선이 그려진 남자의 미소가 기분이 나빴던 건 왜인지 알 수 없었다.그게,변백현과 나의 첫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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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라 죄송스러워요..ㅠㅠㅠ
1주일 만인가요?아유ㅠㅠㅠㅠㅠ나 쥬금...그대들 보고 싶어 쥬금..
사실 평일에 조금조금씩 쓰긴 했지만 맘에 안 들어서 쓰다 지우길 반복해서 오늘에서야 겨우 올리네요..빨리 돌아오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죄송스러울 뿐이에요..
더군다나 제 방이 추워서 감기에 걸린 바람에ㅠㅠㅠ제가 기관지랑 폐가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았는데 감기만 걸리면 숨이 자주 막혀서..
그러니까 그대들도 환절기니까 옷 잘 챙겨입어요.알겠져
오늘 급 등장한 백현이는 사실 저번편에 어떤 독자분께서 백현이도 나왔으면 좋겠다 하셔서 넣게 됬어요.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즉홍적으로 글쓰는 성격이라 좀 이래요...
그래서 스토리도 대폭 수정했는데,수정한게 더 나은 거 같아서 기분이 짱 죠음
누드화보 메일링은 내일 정도 해드릴 수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저번편에 많은 댓글과 암호닉 신청 모두 감사드려요.
누드화보 때는 제가 귀차니즘이 너무 심해서 암호닉분들 따로 안 써드렸는데,많은 관심 주신 분들께 감사해서 쓰고 싶어요ㅠㅠ
희수쨔응,배큥이워더,뀨뀨
세분 너무 감쟈함당...특히 희수쨔응 님하고 배큥이워더 님은 누드화보 때부터 뵈서 완전 사룽다룽함..
뀨뀨 님도 사룽다룽하고요...히
감사합니다.사랑하는거 알져?아시리라 믿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혹시 분위기 어두운 소설이나 영화 추천해주실 분 계세요?영화나 소설을 읽고 딱 삘이 꽂혀야 쓰기가 편한데 그렇지를 못해서 글 쓰는데 조금 어렵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