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나는 장난감도,로봇도 그 어떤 무엇이라도 내가 말만 하면 뭐든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였다.
ㅇㅇㅇ,오직 그녀였다.
*
너와 나의 거리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용기가 없었고,너는 사랑이 없었다.결국 동화는 비극으로 끝났다.
**15**
"ㅇㅇ이가 아픈가보다..잘갔다오라고 대신 전해달라더라."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이불을 뒤집어썼어도 살짝 열린 방문 틈새로 들어오는 이야깃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새어머니가 난처한듯 그에게 말했다.그는 괜찮다며 한 듯 했고,이내 짐가방을 들어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빈 집에 울렸다.그제서야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던 이불을 천천히 내렸다.이불 안이 더웠던 탓인지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글송글했다.방문을 열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삐그덕대는 나무소리가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거실 창가로 조심스레 다가가 커튼 뒤에 숨어 차고쪽을 바라봤다.새아빠는 트렁크에 그의 짐을 실고 있었다.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ㅇㅇㅇ."
커튼 뒤에 숨어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뒤를 돌았다.그 뒤엔 그가 서있었다.그는 내 이름을 불러놓고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한 건 되려 나였다.타의가 아닌 자의로 유학을 가겠다 말을 한 그지만,내 속에서는 나를 위해 피한다고 생각을 그렇게 해서였는지,그를 마주하는데 껄끄러움이 없지 않아있었다.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그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그가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걸을 때마다 마루에선 삐걱댔다.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볼을 부드럽게 잡아올렸다.그러곤 내 이마 위로 키스를 했다.놀란 내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내가 다 미안해."
그 말을 듣고 벙찐 나를 뒤로 하고 그는 천천히 걸어 현관으로 향했고,곧이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한참이 지나도 그의 향기가 남아 나를 그자리에 가만히 붙잡아놓는 듯 했다.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였다.미안하다는 그의 말이 마음 속 한 구석에 깊게 자리잡아 자신을 저 끝까지 잠식시키는 것만 같았다.고개를 돌려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차고에는 이미 차가 없었고,아침햇살만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눈가가 물기에 젖어가 일렁였다.얼굴까지 햇빛이 비춰졌다.눈에서 참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잘게 떨리는 손을 들어 창가로 가져가 쓸었다.나는 빈 차고를 손으로,눈으로 쓸고 있었다.
****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답시고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곤 문자가 온 장소로 가고 있었다.학교 주변 번화가에 있는 한 술집의 문을 열었다.서빙을 하던 남자 알바는 어서오세요,라며 인사를 했고 나는 그들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다.그 때 그런 나를 발견한 건지 저 구석에서 ㅇㅇㅇ!하는 소리가 들렸다.한 손에 맥주잔을 쥔 채로 안주를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웃는 둘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짓곤 다가가 앉았다.
"우리 ㅇㅇ이 왔다!"
"오빠는 나이가 먹으면 어째 더 철이 없어.공부하는 사람 불러내고."
"그리고 불금인데 놀아야지.그져 오빠?"
"그렇지 수정이 니 말이 짱이지."
언제부터 쿵짝이 맞아 둘이서 술을 마실 사이가 된 건지.그런 둘을 보다가 혀를 차곤 안주를 집어먹었다.옆에 앉은 수정이는 술 마시지 않을 거면 안주엔 손도 대지 말라며 내 손을 찰싹 때렸고,그런 수정이를 노려보니 찬열이 가만히 앉아있다 지나가는 알바생을 붙잡고 맥주를 주문했다.곧이어 알바생이 맥주잔을 들고와 내 앞에 놔주곤 다른 서빙을 하러 달려갔다.거품이 퐁퐁 올라오는 맥주를 보다가 한모금 들이켰다.원체 술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썩 유쾌하진 않은 맛이였다.항상 그랬듯 나는 수정이와 찬열의 대화에 참여하진 않은 채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수정이 옆의 창밖을 의미없이 바라봤다.어두운 밤과 대조적으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가게 간판들을 한참 구경하다 울리는 전화에 놀라 시끄러운 가게를 나와 전화를 받았다.
'언제오니?'
"아..친구랑 술 좀 마시다 갈거 같아요.일찍 갈게요."
'니가 잘 조절하는 거 아니까 얘긴 딱히 안 할게.조심해서 들어오렴.끊는다.'
"네,먼저 주무세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바라보니 액정에는 '새엄마'라고 적힌 글자가 떠있다 이내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한참 서있다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자리로 돌아와 앉으니 옆에 앉은 수정이는 이미 맛이 간 듯 긴 머리가 엉망인 채로 탁자위에 엎어져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앞에 앉은 찬열은 안주만 집어먹고 있었다.그런 그를 쳐다보다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선배 취했으면 집 가요."
"나 안 취했어..정수정 저거 취하게 할라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수정이는 왜 취하게 할려했는데요."
"...너한테 할 얘기 있어서."
취한 듯 멍하니 안주만 집어먹는 찬열의 손을 살짝 잡고는 살살 흔들며 집에 가라는 말을 했다.그러니 되려 찬열이 흔드는 내 손을 잡고는 말했다.그런 그에 딱히 당황하기 보단 얘기라도 해보란 듯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나를 바라보던 찬열이 혀로 입술을 축이고,입술을 깨물다가,다시 안주를 집어먹고,부산스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그런 그에 짜증이나 인상을 찡그리곤 찬열을 바라보며 얘기 안해요?하며 쏘아붙였고,찬열은 그런 나를 보다 입을 삐죽이곤 맥주 한 모금을 더 들이켰다.
"김종인 동생."
"...그렇게 부르는 거 오랜만이네요."
"그러게.너는 나보고 오빠라고도 안하고,선배라고만 하고."
"설마 그거 얘기 하려고 지금까지 끈 건 아니죠?"
"아냐..."
"그럼요?"
"..걔 들어왔어.한국,"
걔가 누구냐며 묻는 나의 말에 찬열이 머뭇거리다 김종인,이라 말했다.그에 말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를 집어먹었다.그가 그런 내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괜찮냐며 물었다.안 괜찮을건 또 뭐냐며 웃으며 얘기하는 나를 보다 찬열이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진짜 아무렇지 않았다.그의 이름을 듣고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딱히 어떠한 감정이 들진 않았다.무섭지도,불안하지도,기쁘지도,슬프지도.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그냥,그냥 연락이 없던 오래된 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 마냥 그런가보다,하고 만 감정이였다.찬열이 안주만 집어먹는 나를 바라보다 수정이처럼 탁자 위로 풀썩 엎드렸다.
"..너 되게 좋아했는데.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게 존나 바보같아."
****
몇 모금 마신것도 아닌 거 같은데 워낙 술이 안 받는 체질이라 침대에서 일어났을 땐 속이 잔뜩 쓰렸다.부스스한 머리를 두어번 손으로 빗질하고 하품을 쩍하다가 방을 나갔다.계단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들어갔다.초췌한 몰골에 괜한 실소가 나왔다.하품을 다시 하곤 칫솔에 치약을 짜 입에 물었다.눈을 감고 칫솔을 움직이다 세면대로 거품을 뱉었다.입을 헹구고 세수를 하다보니 세면대 위에 시선이 갔다.5년 전과 다르게,세면대 위엔 칫솔통 빼고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욕실에서도 그의 향은 지워진지 오래였다.
옷을 최대한 간편히 입고는 집을 나섰다.조금 걸어 집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바로 도착한 버스에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가고 있었다.버스타고 20분을 가 도착한 곳은 대학병원이였다.어깨에 맨 백팩을 다시 고쳐매곤 병원 앞에서 내렸다.병원 안에 조성된 꽤 큰 정원에 나와있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걷다 병원에 들어갔다.초여름이 가까워 오는지 앏은 옷을 입었음에도 햇빛에 땀이 송글송글 났다.거의 매주 보는 병동 간호사 분들게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그러고는 담당 간호사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안내했다.
"준면씨.오늘 ㅇㅇ씨 오셨어요."
"...."
"그럼 전 나가볼게요."
"감사합니다."
간호사분이 나가는 걸 지켜보다가 가만히 앉아있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가만히 앉아 장난감을 만지다,교구를 만지다 하는 그를 바라봤다.그러고는 작게 벌어진 입에서 너무 작아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계속됬다.그를 바라보다 부산스레 움직이는 그의 손을 잡았다.그러니 준면이 천천히 고갤 돌려 나를 바라봤다.나는 아무표정없이 그를 보다 이내 작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나 왔어요."
"ㅇㅇ이다."
"응,ㅇㅇ이에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웃다가 다시 장난감을 만지기 시작했다.그런 그를 옆에 앉아바라보고 있으니 나는 관심 밖인 듯 장난감에 집중해 이리저리 장난쳤다.그런 그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몇 분이 가고,몇 시간이 가도록 그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자신 혼자 놀다 제 풀에 지친건지 침대 위에 누웠다.그런 준면에게 이불을 제대로 정리해주곤 머리도 정리해줬다.그는 나를 올려다보다 이내 눈을 꼭 감고는 토닥토닥해줘,하며 말했다.그런 그에 작게 웃다가 토닥거리며 그가 잠에 들때까지 기다렸다.그는,7살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
병원에서 나와 백화점에 들릴 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번화가 쪽으로 걷고 있었다.길에는 사람이 많았고,그런 사람들 속 고개를 숙여 바닥만을 바라보며 걸었다.그러다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준면을 만나는 날이면,앉아있기만 해도 왠지모르게 고개가 뻐근했다.하늘에는 해가 맑게 빛나고 있었다.햇빛을 잔뜩 쬐이다가 다시 앞을 보며 걸었다.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보곤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살랑살랑 옅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잔뜩 휘날렸다.기분이 괜히 좋아져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곤 웃었다.그러곤 고개를 앞으로 향한 그 순간,나는 그 자리에 다리가 얼어붙었다.5년 전 모습 그대로인 그가,내 앞에 있었다.
우리 둘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고,우리 둘만 길한복판,그 자리에 멈춘 채로 서로를 바라봤다.이상하게 아무렇지 않던 가슴이 쿵쿵댔다.아무것도 아니라며,악몽으로 치부했던 지난 날이 갑자기 생각났고,어제 찬열의 말에도 아무렇지 않던 내가 생각이 났다.근데 그랬던 내가 우스울 정도로 마주하기만 했음에도 심장이 뛰었다.그가 나를 바라보다 이내 작게 웃어보였다.그러곤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꽤나 있던 탓에 뭐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아 천천히 다가갔다.다가가면서도 꿈처럼 그가 사라져버릴까 조마조마했다.그에게 가까이 갈 수록 그의 향이 짙어졌다.5년 전과 같은 그 향이 말이다.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어라 말하는 그의 말이 더 자세히 들리기 시작했다.코 앞에 도착했을때 들은 그의 말에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가 터진 듯 울음이 주체 못하게 흘러나왔다.그렇게 17년간 계속해서 쓰여져 왔던 그와 나의 동화는 끝이 났다.
"했어..그래서 내가 많이 미안해.모든게 다 미안하다..그냥 내가 널 사랑한 사실조차 미안해."
****
우와 끝...헐 끝!!!!!
으앙?ㅠㅠㅠㅠㅠ
근데 결말이 너무 허무하져?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됴르르에요 됴르르
허어어어어어...끝내니까 많이...뭐라해야되죠...아쉬운데 어..이런 식으로 끝내서 찜찜하기도 하고..왠지 외전이 있어야될것만 같은 느낌...
모르겠어요.외전을 쓸수도..안 쓸수도..ㅠㅠㅠ
메일링을 하게 되면 내용 수정을 좀 해서 더 탄탄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데 메일링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ㅠㅠ받아가실 분이 있다면 꼭 만들어드려요!
내일은 사담으로 올게요.그때 뵈요.
아 근데 결말....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설국열차같아...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