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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세븐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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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열 살 되던 해에 윤기는 열넷이었다. 정국은 그 4년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구태여 묻기도 뭐 할 만큼 억울했다. 어린 정국은 그냥 윤기와 자신이 같은 점이 적어진다는 것에 무척이나 우울해했던 것 같다.  

 

 

윤기는 몹시 여렸다. 고아원의 다른 누구보다도 작고 잘았다. 남들 다 먹는 피죽도 못 얻어먹은 덩치의 윤기는 희한하게도 조그마한 것이면 뭐든지 무자비하게 눌려버리던 못돼먹은 녀석도 건드리지 못 했다. 고아원의 순수할 정도로 뚜렷하고 희미한 아이들의 위계질서는 한 가지로 나뉘었다. 영리하든, 못생겼든. 그것은 그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단지 몸뚱아리가 중요했다. 살이든 근육이든 뭐든. 자신을 비대하고 커다랗게 보이게만 한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부대한 몸집을 가진 한 녀석이 고아원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고만고만한 나이 대에서도 가장 특출난 아이였다. 고아원을 후원하는 위선 가득한 후원자들이 인심을 써서 달달한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를 주면 거의 그 녀석에게 갖다가 바쳤다. 일종의 뇌물인 것이다. 혹여나 자신이 심기를 거르는 일이 있더라도 어여삐 봐달라는.  

 

 

그럼에도 윤기는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것들을 바친 적은 없었다. 썩혀서 버리든, 누군가 훔쳐 먹든지 말든지. 도리어 개중에는 두텁지 못한 양심에 찔려서 고백을 하고는 했지만 윤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그냥 가라고만 했다. 그런 윤기를 만만하게 보는 무리도 있었지만, 괴이하게도 얼마 뒤에는 그냥 스스로 관심을 끊었다. 그 녀석 또한 마찬가지로, 윤기에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정국은 달랐다. 고아원에 버려진 것이 5살. 고아원 이전의 기억은 빛바래다 못 해서 초점이 어긋날 대로 어긋나서 쓸 수 없는 것들로만 거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 불완전한 기억을 제쳐두고서, 정국의 첫 기억은 윤기였다. 햇빛에 먼지 날리는 것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회반죽을 칠한 방안의 희여멀건한 소년. 그렇게 민윤기는 정국의 첫 기억이 되었다.  

 

 

동물이 처음 본 상대를 어미라고 따르듯 정국은 윤기를 따랐다. 윤기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키에 맞지 않는 높은 책상을 아등바등 기를 쓰고 올라타고, 늦게 잠에 드는 윤기를 따라 하려 억지로 밤을 지새우다 결국에는 서서 졸기도 하였다. 그런 정국이 어린 윤기에게도 신기한 존재였던 듯 윤기는 차차 정국에게 제 생활을 맞추어 나갔다. 묽은 죽이 입가에 허옇게 말라붙어 있으면 닦아주고, 짧은 키를 배려하지 못한 세면대에 친히 안아 올려주기까지 했다. 정국과 윤기는 그랬다. 고아원 내에서 가장 가족을 잘 흉내 내고 있는 소년들. 항상 둘은 한 묶음으로 취급되었다.  

 

 

그렇게 어리던 정국이 자라며 윤기의 머리통을 넘을 생각을 품고 있을 적에 정국은 항상 윤기의 왜소한 어깨가 눈에 밟혔다. 좁다란 어깨에 어린아이의 통통하고 반질한 팔을 얹었던 것이 용하다고 정국은 생각했다. 샴푸 대신 세제 비누로 머리를 감아서 부스럭 거리는 머리카락이 이따금 윤기의 마디가 두드러지는 손에 흐트러지는 날에는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야 말지만.  

 

 

 

정국에게 윤기는 작은 세상의 커다란 보호자였다.  

 

 

 

윤기는 가끔 고아원에서 소풍이랍시고 근처의 공원에 나가는 날에 우연히 보았던 형제가 눈에 밟혔다. 자신에게도 형인지, 동생인지. 채 선명하지 못한 기억에 남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때문에 윤기는 정국을 두고 매몰차게 뒤돌 수 없었다. 고아원에서는 부모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형제는 스스로 선택하여 만들 수 있었다. 피가 이어지진 않았더라도 이어진 것보다 더욱 단단할 것 같은. 때문에 나이가 차서 입양되지 못하고 고아원을 나가게 되는 날에는 정국을 데리고 고아원을 벗어날 생각을 품게 될 정도로.  

 

 

 

윤기는 정국에게 형이었다.  

 

 

 

그렇게 자라고 자라 정국이 먼저 고아원을 나가던 날의 기분을 윤기는 잊을 수 없었다. 어디서, 무엇 때문에 솟아난 것인지 근원도 알 수 없는 천박한 감정은 스스로를 옹졸하다 여기게 하였다. 부러움이었나, 시기였나. 아니면 저를 두고 가버린다는 것에 대한 원망이었나. 어찌 되었건 윤기는 축하해주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치열한 고아원보다야 부유한 집에 입양되어 바라던 것을 하게 되고, 행복하게 된다면.  

 

정국을 입양한다는 집의 사람들은 선해 보였다. 저를 닮아서 무심한 정국조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게 친절했다. 그래서 정국은 더욱더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악질적이고 오만했다면 정국이 자신을 떠나 그런 이들에게 간다는 것에 순수한 슬픔과 애도를 표했을 것인데.  

 

 

 

그렇게 입양이 결정되고, 얼마간은 고아원에서의 해묵은 세월을 차차 갈아입는 시간이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머리맡에 붙여두었던 실밥이 터져나간 빨간 털 양말. 어쩌다 주는 수박의 달콤함에 씨를 묻어 자라게 하고 말 거라며 땅을 팔 때 썼던 이가 나간 모종삽. 몸을 하도 부딪친 탓에 금이 가버린 색색의 부연 유리구슬. 살이 부러져 버린 노란 우산.  

 

 

 

아쉬운 듯 몇 번이고 발걸음이 멈춰 섰지만 결국에는 모조리 소각장에 던져 넣은 정국을 보고 윤기는 그냥 뒤돌았다. 불씨의 타들어가는 소리가 윤기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국이 던져 넣은 것은 비단 잡동사니뿐만이 아니었음을 되풀이하는 소리가. 

 

그날 윤기와 정국의 방은 뒤척이는 소리가 가득했다. 보통 때라면 넌지시 잠이 오지 않느냐 물었을 윤기는 가만 침묵을 고수했다. 그 침묵에 몸이 간지러워 뒤척이는 정국의 답답함을 지나치고 있었다.  

 

 

 

“윤기 형... 안 자지?” 

 

 

 

확신 어린 말투였다. 윤기는 그냥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대답하지 않을까 싶다가 그냥 대답했다. 

 

 

 

“너 내일 아침 일찍 가잖아. 빨리 자.” 

 

 

 

제게서 뒤돈 윤기의 담담한 목소리에 정국은 순간 울컥하여 발가락을 왈칵 오므렸다. 누렇게 때가 타서 닳아서 힘이 없어진 이불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쥐어뜯다 도통 참을 수 없다는 듯 정국을 한참을 삭히던 말을 뱉었다. 

 

 

 

“나 입양 가기 전에 형이랑 도망갈까?” 

 

 

“미쳤어?” 

 

 

 

저도 모르게 획하고 올라가버린 목소리에 놀라고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고아원의 내부에 입술을 깨문 윤기가 단숨에 뒤돌아 앉았다. 뭐라고 더 쏘아붙이려던 윤기는 그냥 입안의 반쯤 역류한 말들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울지 마. 네 양부모님 될 분들 좋아 보였어. 두 분 다 변호사라면서. 지금보다 더 좋을 거야.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입고 싶은 것도 입고. 좁아터진 고아원보다 더 넓은 집에서 사는 게 더 좋잖아. ...그러니까 잠이나 자.” 

 

 

“형이 없잖아.” 

 

 

 

윤기는 앞이 순간 점멸했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몇 번이고 접었다 뜨면서 저 울음 섞인 투정을 어떻게 받아 주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순간 치밀어 오른 화가 금세 사라지고 서글픔만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같이 도망가면 안 돼 형?”  

 

 

“지랄하지 마. 너랑 나랑 둘이 밖에 나가서 어떻게 살아? 아무것도 없잖아.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그 후로는 정국의 소리 없는 울음만 들려왔다. 흐느낌도 없이 그냥 불규칙한 숨소리만 뒤섞여서 흐르는 눈물은 윤기에게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어린 정국의 좁은 세상에서는 윤기는 이제 다 커버린 어른일지 몰라도 윤기가 아는 세상은 달랐다.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고 본능적으로 살기에는 가소롭다 못해 많은 이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릴 세상이었다. 자라나다 만 고아 둘에게는 가혹하고 냉소적인.  

 

 

윤기는 정국에게 주어진 기회를 넘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놓고 싶다고 애원을 해도 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국의 손에 못질을 해서라도 끊을 수 없게. 절대로 놓지 못하게. 가엾고 여린 정국은 그 못들을 자신이 직접 박아 넣어서 차마 뺄 수도 없을 것이다.  

 

 

 

“잘 들어 전정국. 절대로 그 집에서 나올 생각하지 마.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으로 엎드려. 내가 보고 싶다고 찾아오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 그리고 네가 거기서 친자보다 더 신뢰받을 때. 그때 나한테 찾아와. 거기서 하고 싶은 거 다 해서.. 성공해서.. 그때 찾아와...” 

 

 

 

윤기의 손아귀에 잡혀 올라간 정국의 고개가 쉴 새 없이 주억거렸다. 그럴게 형. 알았어. 정국의 뺨을 타고 내리던 눈물은 윤기의 손에 닿았지만, 윤기는 정국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날 무딘 가위로 잘린 삐뚤한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젖은 눈은 이제 홀로 닦아야 했다.  

 

 


 

“울지 말고. 휴지는 네 머리맡에 있으니까 알아서 닦고 자. ..찬물로 붓기라도 가라앉히던가. 내일 잘 보여야 하잖아.” 

 

 

 

정국의 얼굴을 놓은 윤기는 다시 이부자리에 풀썩 눕더니 그대로 뒤를 돌았다. 정국은 윤기의 뒷모습을 보다, 이내 배게 위에 자리한 휴지를 둘둘 말아 뜯어 눈물을 찍어 닦은 후 얄팍한 솜이 든 이불을 얼굴까지 당겨 덮었다.  

 

 

 

“잘 자. 형.” 

 

 

“...” 

 

 

 

끝내 대답 없는 윤기에 정국은 그냥 눈을 감았다. 매정한 척해도 정국은 머리맡에 미리 휴지를 갖다 놓은 사람이 윤기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허술한 호의를 베푸는 윤기가 왜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지 않는지. 정국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아무 말없이 잠에 들 수 있었다.  

 

 

 

윤기가 열여섯. 정국이 열둘 되던 해라고 전정국은 흐릿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귀퉁이를 더듬어 열여덟인 지금도 이따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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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ㅜㅠㅜㅜㅠㅠ찌통봐ㅜㅜㅜㅠㅠ미쳔나봐ㅠㅜㅠㅜㅠㅠ완전 흐어ㅜㅠㅜㅜㅠ그래...ㅅ열여덟이지 성공해서 서로만나려면 한참 남았겠네ㅠㅠㅜㅜ
9년 전
낭갈
그렇습니다 얘네가 만날려면 적어도 성인이 돼서 대학교는 입학해야겠죠.. 정국이는 그 과정에서 윤기를 잊을 수도 있겠지만 윤기는 잊지 못할겁니다.. 그런 슙국같은 국슙을 쓰고 싶었는데 부족허다 보니 틈이 많이 보이네요ㅠㅠ 이런 글이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2편없나요ㅠㅜㅜㅜㅠ아련아련....
9년 전
낭갈
네ㅠㅠ죄송하지만 없습니다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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