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눈이 예쁘게 쌓인 크리스마스 거리, 당장이라도 요섭에게 전화해 고백하고 싶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너무 벅찬 요섭이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도 혼자 사랑 중이다.
거리엔 수많은 연인들과 거리를 스쳐갈 때 마다 들리는 캐럴 송들.
그럴수록 자꾸만 요섭이 생각나 3년 동안 참아온 마음을 감출 수가 없을 것만 같아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그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요섭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토끼 귀마개를 보고는 전화기를 쥐었다, 놨다 하며 고민하다
결국은 전화를 해 불러내곤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마다 요섭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럴 때마다 요섭은 부담스럽다며 내가 어린애냐며 밀어내지만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긴 시간동안 좋은 친구로 남아줘서 고맙다며
스스로 마음에 상처 가는 말들을 내뱉었다. 속으로는 이렇게 널 생각하는 날 봐달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사양하면서도 좋아하는 요섭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 날 웃게 해주려고 하늘에서 내려 준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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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섭과 나의 첫 만남은 카페에서 시작됐다. 친한 후배 한명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라고 하던 선배의 말을 듣고는 별 흥미 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 카페 문에 달린 작은 종이 소리를 내며 울리고 나는 그 쪽을 무심코 봤다.
그 때 찌릿-하며 그 소년이, 아니 내 눈에는 소년처럼 보인 그 남자가 너무 예뻐 보였다. ‘아, 좋아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머리를 흔들어 봐도 그 남자는 여전히 예뻤다.
그 남자가 자리에 앉으며 우린 통성명을 했고 조금씩 서로 관심을 가지며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성적 관심이 아닌 동성으로써 호감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카페에서의 그 감정으로 계속 연락을 해 온 것이었다. 그 마음을 꼭꼭 숨긴 채 연락을 해 와서 요섭은 몰랐다. 요섭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모를 것이다.
혼자 속으로 앓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였다. 하지만 이 소문이 퍼지면 나도 그리고 요섭도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내색하지 않고 내 마음을 모른 척했다.
그리고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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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카페에 들어와 앉았다. 커피를 두 잔 시키고는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끌어 나갔다.
“오늘 뭐 했어? 친구도 나밖에 없으면서 왜 전화도 한 통 없었어.
“와 대박!! 윤두준 나 인기 완전 많거든?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싸우자 덤벼”
이렇게 양요섭과 나는 다툼 아닌 다툼을 하다 종업원의 커피가 나왔다는 알림인 헛기침 소리를 듣고는 조용해 졌다.
“에이 이렇게 좋은 날 싸움은 무슨. 빨리 커피나 드셔요. 다 식겠다.”
“네네. 너도 얼른 드셔요.”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 커피 잔에 살짝 입을 대곤 바로 뗐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요섭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커피는 너무 맛있었다.
커피를 다시 홀짝이고 고개를 살짝 들어 요섭을 보았다. 다시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말을 할까? 말을 하면 요섭이는 날 피하겠지. 아니야, 언제까지 맘속에만 두고 있을 건데? 오늘 말하자. 그래. 요섭이 나를 피하는 것쯤은 견뎌내자.
‘쿵쾅쿵쾅’ 후, 심호흡 좀 하고! 윤두준 횡설수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만 얘기하자. 그리고는 오늘이 끝이라고 그렇게 말하자.
“저…요섭아”
“응 왜?”
“…할 말이 있어. 놀라지 말고 들어줘. 듣기만 해줘”
“무슨 이야기 길래 윤두준이 긴장을 하고 그래. 안 어울리게. 고민있는거야? 엉아가 들어줄게 말해봐 짜샤”
“나 너 좋아해”
“… ….”
“놀랐지. 차근차근 말해줄게.”
“…응”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왜, 학교 옆에 있는 조그만 카페 하나. 아마 이름이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 블랜디드‘ 이었던가? 기석이 형님이 서로 소개시켜주셨잖아. 처음 만나는 거라 별로 할 얘기도 없었고 어색하기만 했었는데 네가 하나하나 던진 말들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또박또박 말하는 너의 목소리도, 입술도 너무 예뻐 보였어. '아, 아마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이란건가' 응. 그때 알았어. 나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을 수 있고, 나에게도 이런 예쁜 사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년이야. 널 좋아하고 있어. 네가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아, 지금 이건 강요가 아니야. 네가 이런 취향이 아니라는 거 알아.
항상 예쁜 여자 후배들을 끼고 다녔잖아. 쪼끄만 게 어디 벌써 여자를 양 옆으로 데리고 다니냐며 타박도 많이 했지. 그럴 때 마다 넌 웃어넘기곤 했고. 이건 그냥 마지막으로 너에 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접기 위해 하는 말이야.
내가 이런 취향이라고 피하지만 마라. 오빠 마음 아프다 장난이야. 미안..쨌든 좋아해, 좋아했어. 이젠 그만하려고 해. 내가 힘들어서-라고 말하면 핑계고 말하면 네가 떠날 것 같아서 그래. 이젠 아니야. 널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 피하지 말고 옆에만 있어 줘 요섭아.”
“……아….”
“긴 얘기 듣느라 고생했어. 네 답은 안 들어도 알 것 같으니 가 봐도 좋아.”
그렇게 내 이야기는 끝이 났다. 횡설수설하지말자고 했는데 나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말 한 거라 한 번에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속이 시원했다. 이만 가보라고 말했는데 요섭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내 눈을 보며 앉아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뭐 할 말 있어?”
“두준아”
“응”
“정말, 정말 이제 그만 할 거야?”
“무슨 소리야”
"나 좋아하는 거 이제 그만 할거냐구“
“요섭아… 무슨 말이야 그게?”
“왜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나한테 좋아한단 말 한번 해본 적 없으면서 마음대로 판단하고 끝내려고 해? 너도 대답하지 말고 내 얘기만 꼭 듣고 있어”
그것을 시작으로 요섭은 눈은 울고 입으론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사실 네가 나한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어.
응. 네 맘을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 넌 나한테 표현 한 번 해주지 않았으니까. 첫 만남, 너 되게 멋있었던 거 알아? 인사할 때 맞잡은 두 손이며,내 두 눈으로 맞춰오는 검고 깊은 눈동자 까지.
아아, 내가 널 너무 띄워준다. 흥. 사실 완전 못났는데!! 그리고 여자를 끼고 다닌 양요섭이라? 음.. 네 눈에도 역시 그렇게 보였나보네
네가 날 싫어할까봐 좋아한다, 마음에 두고 있다 말하면 내 옆에서 멀어질까하며 널 잊으려고 그래본 거였어. 너 나한테 그랬지 -쪼끄만 게 벌써 여자한테 빠져서는 으이구-
나 그때 너 엄청 욕 했어 두준아. 내 맘도 몰라주면서, 하나도 모르면서 나쁜 자식이라면서 내가 그렇게 널 좋아하는 티를 냈었는데도 눈치도 못 채는 널 보며 얼마나 고생했는지! 티를 어떻게 냈었냐구? 너한테만 예뻤잖아 멍청아. 그니까 그만하는 일 없게 하면 안 될까?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지금 내가 듣는 게 정말 요섭이가 말하는 것일까 아님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이 말하는 것일까 수백 번도 더 손등을 꼬집어봤다.
아, 꿈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우리 둘 사이를 막고 있는 테이블을 치우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요섭아 지금 그거 진심이야?”
“그럼 진심이 아니었음 좋겠나보네?”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절로 콧노래도 나올것만같고 입은 귀에 걸릴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지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미 양요섭이라는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젠 하루하루가 행복 할 것만 같았다.
요섭이 내 옆에 있어줘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앞으로 함께 해나가고 싶은 일들이 많다. 항상 좋은 일들만 안겨주고 싶었다.
“아니 당연히 진심이었음 좋겠지”
“윤두준 할 말 끝?”
“요섭아”
“응….”
“잘해줄게, 우리 연애하자”
그렇게 201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화이트 초콜릿 라즈베리 블랜디드-에서 나 윤두준과 애인 양요섭의 사랑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