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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reaking hero











“서연아 오늘 뭐해?”

“아니, 몇 번째 말하는지 모르겠는데요 내 이름은 성이 서, 이름이 연이라구요. 서연아가 아니라 연아, 하고 부르는 거라니까?”

“그래서 서연이 오늘 뭐하냐구”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거죠?”

“약속 없으면 나랑 영화보러 갈래?”

“어디 싸돌아다닐 생각 하지 마시고 집에 얌전히 숨어계세요 쫌!”

“내가 왜? 누구 좋으라구?”







김정우. 
나는 사사건건 내 인생에 끼어드는 김정우가 싫다. 
내 목숨줄을 붙잡고 늘어지는 김정우가 정말 싫다.
















이 이상하고도 짜릿한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막 새내기가 되고 참석한 술자리였다. 













“20학번 서!연! 입니다.”

“응? 서연이? 무슨 서연인데?”

“성이 서! 이름이 연입니다!”

“이름 예쁘다.”






옆자리에 앉은 문태일 선배가 무심하게 건넨 말 한마디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이름이 특이하다면서 놀리는 사람은 많았어도 이름이 예쁘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연이가~좋아하는~랜덤~게임! 게임 스타트!”

“에? 아... 음...”

“게임스타트 게임스타트 게임스타트 아~~ 베스킨~ 라빈스~ 써리~원!!”


“네? 그게 뭐예요?”

“아~~ 귀엽고~ 깜찍하게~ 써리 원!! 문태일~ 입에서~ 카와이가~ 나올 때~ 까지!!!”







태일 선배 옆이라 더 긴장한 탓이었을까? 입학 전 친구들이랑 죽어라 연습했던 술게임들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 태일선배 입에서 카와이가 나와야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태일선배는 이미 팔짱을 끼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일?”

“아~ 볼 찌르나요~”

“아.. 선배애... 이!”

“아~ 눈 찌르나요~”

“... 삼!”

“아이고 귀엽다~”






볼 콕, 눈 콕에 이어서 하트까지 쓰리콤보. 
후... 이 수치는 내 죽어서도 잊지 않으리. 
한 숨을 내쉬고 물잔에 입을 대는데 초 치는 소리가 들렸다.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마셔야지? 문태일 입에서 카와이는 안나왔잖아?”






내 맞은 편에 앉아있던 김정우선배... 아니 김정우가 그러면서 내 잔에 소주를 콸콸 따르는데... 밑도 끝도 없이 풀잔을 따르는 게 아닌가. 
난 다급하게 마시고 있던 물을 물잔에 도로 뱉어버렸다. 






“콜록.. 아! 그런 게 어딨어요! 한국인이면 한국말로 해야죠!”

“마셔마셔~ 먹고 디져~~”







이거 지금 안마시면 두 잔이다 라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넘칠듯한 술잔은 냉큼 집어들어 입으로 가져가는데









“아 그럼 내가 마실게! 흑기사 흑기사~”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옆자리에서 불쑥 팔 하나가 들어와 술잔을 훔쳐갔다. 복학생 문태일은 술잔과 함께 내 마음도 훔쳐갔다. 









“그럼 소원은?”

“소원? 음... 나중에 연이한테 따로 말할게.”

“오오~”

“문태일 복학하자마자 새내기 꼬시냐구~~”

“에이, 넘어가 넘어가! 아~내가~ 좋아하는~ 더 게임 오브 데쓰!!”






어쩜...자연스럽게 분위기 넘기는 센스까지. 
캠퍼스 로망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거짓말이다. 
태일선배라면 씨씨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트 가득 담긴 눈으로 홀린듯이 태일선배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7!”





손가락을 타고 하나하나 움직이던 시선이 김정우에서 멈췄다. 





“빵- 서연아, 마셔야지?”







그 선배의 손가락이 향한 마지막 7번은 나였다. 
저 선배는 아까부터 나를 왜 못잡아먹어 안달이야? 
나는 내 손에 들린 술잔에 소주를 쏟는 김정우를 째려보며 생각했다. 

저 선배 진짜 별로. 완전 별로. 








그 후로도 우리 테이블은 미친듯이 랜덤게임을 돌렸다. 
텐션 미쳤다며 옆테이블에서 구경 올 정도로 미쳐 돌아가는 술자리였다. 
꼭 2차까지 버텨서 태일선배랑 더 친해지겠다고 마음 독하게 먹고 정신력으로 버텼다. 






“정우선배애~ 저 조금 취한 거 같은데 아이스크림 사주시면 안돼요?”







우리 테이블에 술이 떨어져 태일선배가 술을 챙긴다고 일어난 짧은 휴식시간에, 동기 여자애 하나가 김정우선배한테 괜히 치근덕댔다. 
나는 뭐, 그런갑다 하면서 테이블 밑 핸드폰 액정을 확인했다.






“그럼 서연이가 사올래?”

“네? 제가요?”

“아, 저랑 선배랑 둘이 잠깐 갔다오면 될 거 같은데...”

“나가기 귀찮잖아~ 서연아 들었지? 여기 카드.”

“저 혼자요?”

“뭘 또 여럿이서 가. 길 건너 편의점 코앞인데.”

“후... 네.”





저 선배 싸갈쓰가 바갈쓰네. 
자기 카드를 내 손에 쥐어주고 얼른 안가고 뭐하냐는 눈빛으로 보길래 내 남은 4년의 대학생활을 위해서 빡침을 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아, 어디가?”

“저 잠깐 편의점 좀 갔다올게요!”

“같이 갈래?”







문태일... 당신은 그저 빛... 
술을 품에 한가득 안고오던 태일선배가 테이블에 술병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겉옷을 챙기는데 그걸 또 김정우가 막았다. 






“아 형 어디가~ 나랑 술 마셔야지~ 서연이는 얼른 안가고 뭐해?”

“씨...”

“씨?”

“씨유 갔다오겠습니다!”







저 악마같은 인간이 나를 또 얼마나 갈굴지 뻔한 뻔자여서 그냥 태일선배를 버리고 냅다 뛰쳐나갔다. 
후... 진짜 내가 언젠가 저 선배 엿먹이고만다.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서연아! 나는 메로나!!!”





언젠가? 아니! 기회는 지금이야. 김정우 카드로 편의점 아이스크림 다 털어버리는 거야. 














욕심부려서 아이스크림을 서른 개 쯤 계산하고 양 손에 아이스크림 가득 든 봉투를 챙겼다. 
아오 개무거워. 
낑낑거리며 건널목을 건너는데 술집 골목에 그 김정우랑 그 여자 동기가 밀회를 하고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난 당연히~ 몰래 숨어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선배... 아까 왜 저 아니라 연이 보낸거예요?”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아~ 그건 뭐... 그냥?”

“저 고생하는 거 싫어서 그러신거죠? 저 이거 제 마음대로 해석해도 돼요?”

“너 좋으라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서연이..... 나갔으면 해서.”







아니 듣자듣자하니 정말 너무했다. 
차라리 쟤를 좋아하는 거였으면 귀엽네 생각했을텐데, 뭐? 내가 그냥 꼴뵈기 싫어? 
내가 자기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거야? 






결국 못참고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김정우에게 다가가 편의점 봉투를 그 품에다 퍽 소리나게 안겨줬다. 





“진짜 선배면 다예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꼴뵈기가 싫은데요? 아, 그리고 저도 선배 싫거든요?!!!”






왜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지 모르겠다. 
김정우가 더럽고 치사하고 그거에 우는 내가 쪽팔려서 뒤도 안돌아보고 뛰었다. 
내 뒤로 들리는 발소리에, 쫓아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더 달렸다. 






“서연!!!”




누군가 다급하게 내 이름을 외치는 탓에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멈춰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려고 했다.
내가 뒤를 다 돌기 전에 내 시야에는 내 몸을 감싼 김정우의 얼굴이 내 눈물과 함께 일렁였고
나를 밀치는 손에 의해 그의 얼굴을 찰나같이 멀어졌다.




나는 나를 밀치는 힘에 튕겨져나갔고, 엎어져서 고개를 들었을 땐, 
나를 밀고 차도에 남은 김정우가 있었다. 
그리고 김정우에게 트럭 한 대가 달려오는 사고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할 순식에 일어났다. 









“꺄아아아아악!”





내 앞까지 흐르는 피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 
그 뒤로는 내가 기절이라도 한 듯 눈 앞이 캄캄했다. 













/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방금 김정우가 나 대신 차에 치였다.
분명 그랬는데, 내가 눈을 뜬 여기는 내 방이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을 생각도 없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사람이 눈 앞에서 차에 치였는데 나한테 뭔가 연락이라도 남겼겠지. 



핸드폰을 집어들기 무섭게 카톡 하나가 날아왔다. 



[오늘 개총 8시 도시포차 20학번 필참!]



머리를 얻어맞은 것 처럼 띵했다. 
그냥 개꿈이었나? 
분명 생생했는데...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냥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넘기고 평소처럼 등교 준비를 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지난 밤의 악몽 덕분에 쿵쾅거린다는 핑계로 딱 하나 있던 전공수업에서 난생처음 출튀라는 걸 해버렸다. 

뭐... 새내기라면 출튀도 해보고 그래야지. 꿈에서 지겹도록 듣기도 했고... 아 몰라 기분 이상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 조소과 건물 앞 벤치에 앉아 멍하니 머리를 식혔다. 
빨대로 한 모금 들이킨 커피는 씁쓸했고 살랑 부는 봄바람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어제 꿈에 나온 사람들은 다 가상의 인물들일까? 태일선배도, 김정우 선배...도 그냥 허깨비일 뿐이었나.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편의점으로 갔고, 술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정우 선배랑... 걔 이름은 뭐더라? 아무튼 마주쳤다가....






“후...”






다시 떠올려도 끔찍한 기억이다. 
이건 그냥 개꿈이니까 얼른 잊어버리고 새내기답게 대학생활 즐겨야지. 안그래? 






“근데 씨발... 어떻게 잊어버리냐구...”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잊어? 뭘?”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귀신이라도 봤어?”





김정우? 
가상의 인물 아니라 진짜 김정우? 
아니, 그게 꿈이 아니고 이게 꿈인가? 
아니... 이게 김정우가 맞긴 한가?







“...누구세요?”



“아, 너는 나 처음보는구나?”

“예?”

“17학번 김정우야.”






김정우가 나를 안다고? 





“......”

“아, 학생회라서 새내기들 얼굴이랑 이름 열심히 외웠거든. 20학번 서연이 맞지?”

“아... 네. 서연입니다.”

“그래, 서연아.”





아니 왜 꺼림칙하게 내 이름 지맘대로 부르는 것도 똑같은건데? 







“성이 서! 이름이 연! 입니다. 부르실 때 서연아, 말고 연아, 하시면 됩니다.”

“응 서연아.”

“후.... 제 말 들으신 거 맞아요?”

“서연아.”

“아니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부르세요?”

“오늘 개총 안오면 안돼?”







이건 또 뭔소리야





“제가 왜요?”

“음... 그냥?”

“음... 저 싫어하세요?”

“내가 너를 언제봤다고 싫어하겠어.”

“학생회라서 아시겠지만 20학번 필참이고, 처음으로 학교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자린데 안갔다가 저 아싸되면 선배가 책임질 거예요?”

“그래,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으면 왜 물어봐요?”

“혹시나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김정우는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싹퉁바가지가 없다. 
아니면 그냥 나를 이유없이 싫어하거나. 





“선배는 수업 안들어요?”

“어? 지금 나 꺼지라는 말 돌려서 한거지?”

“아니 뭐... 그런 말은 아니구...”

“수업들으러 꺼!져주고싶지만~ 나 오늘 공강이야ㅎ”









허... 공강인데 학교는 또 왜 왔대? 
진짜 이상한 사람. 
제발 학교 4년 다니는 동안 이 선배랑은 안엮였으면 좋겠다. 
제에에에발 각자 알아서 잘 삽시다!! 





“에...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야! 서연아? 어디가!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구!!!"






도망가는 나를 필사적으로 쫓아오는 김정우선배 덕분에 나는 한참동안 뜀박질을 멈추지 못했다.







자꾸 뒤를 졸졸 따라오는 선배와 술래잡기 놀이 한 판을 벌이며 내가 선배를 따돌린 비장의 수는 




“어?! 유에프오다!!!!”




생각보다 단순했고, 그 단순한 수에 홀랑 넘어간 선배가 웃겨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







아직도 눈에 생생한 붉은 핏자국이 떠올랐지만 별일 없을거라고 자기최면 혹은 심신안정을 위한 하얀 거짓말을 되뇌이며 남들보다 한 템포 늦게 개강총회에 참석했다.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왔어? 늦었네?”





그 지각한 새내기를 맞이하는 학생회 선배가 하필 김정우가 아니었다면 
나는 조금 더 안심한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 했을 것이다.






“마침 딱 남은 한 자리가 내 옆자리네? 어어, 그래. 너도 같이 가는 김에 이것 좀 들고.”

“선배 옆자리요?”

“지각주 시원하게 말아먹고싶은 거 아니면 이거 들고 조용히 따라오지?”

“하... 저 다시 가면 안될까요? 머리가 조금 아픈 거 같은데...”

“......”

“아!! 이거! 소주!! 들고 어디로 갈까요?”

“나 따라와.”






소주 두 병을 손에 야무지게 쥐고 선배를 쫄랑쫄랑 따라가는데, 뭔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라도 있는지 뒤 한 번 안돌아보는 선배에게 왠지모르게 서운한 감정이 올라왔다. 
우리가 그래도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나잡아봐라 했던 사이 아닌가? 
괜히 그 넓은 등짝을 괜히 째려보면서 그냥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정색했던 그 얼굴이 조금은 살벌했던 것 같아서... 
생각만! 그냥 생각만 했다.













“소주 리필이요~~ 그리고 새내기도 리필~”



“하핫.. 안녕하세요. 20학번 서연입니다!”

“새내기가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지각이야? 심각하네? 야야 지각주 빠르게 말아.”

“에에이~ 지각이라뇨~ 아까 만났는데 제가 심부름 좀 시켰어요. 맞지? 서연아.”

“아아..네! 맞아요!”







선배가 커버쳐준 덕분에 벌주는 안마셨지만 술자리 내내 나란히 앉은 우리 둘을 괜히 흐뭇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호시탐탐 러브샷을 유도하는 복학생 선배들 덕분에 차라리 지각주를 마시는 게 나았겠다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꿈과는 다르게 내 사랑 태일선배는 보이지 않았지만, 술자리도 나름 재밌었다. 
술기운도 알딸딸하게 올라오며 기분이 좋았다. 







[엔시티/김정우] My freaking hero(上) | 인스티즈







내가 화장실을 가려고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두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맞은편에 앉은 동기가 버린 술로 추정되는 액체로 바닥이 흥건했고, 그걸 밟자마자 넘어지려는 나를 김정우 선배가 붙잡고, 나 대신 주르륵 미끄러졌다.
술자리에서 넘어진 게 뭐 대수일까 싶겠지만. 
대수였다. 
내가 미끄러지며 땅바닥에 세워뒀던 소주병 열댓개를 건드려서 깨졌고, 그 뒤로 나 대신 쓰러진 선배의 머리가 그 위를...







나는 그 광경에 또 기절을 한 듯 하다. 








/








눈물 범벅으로 눈을 떴을 때, 나는 또 내 방 침대 위였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오늘 개총 8시 도시포차 20학번 필참!]







아니 왜? 
왜 하필 소주병이 그 자리에 있었고 
또 왜 하필 그게 깨지고 
또 왜 그 위로 김정우가 넘어지는 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그 하루는 또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계속 반복됐다. 
낮에 김정우 선배를 만날 때도, 만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술자리에 문태일 선배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는 김정우가 사고를 당했다.




죽는 이유는 계속 달라졌다. 
달리는 오토바이랑 부딪혀 죽고, 
나를 데려다주겠다 고집을 부려 같이 지하철을 타려다 철로에 떨어져 죽고, 
또, 걸어가다 칼을 든 괴한을 만나 죽고. 




이상하게도 김정우는 계속 나를 지키려다 죽어버렸다. 
같은 하루를 10번정도 반복하고, 
그러니까 김정우가 죽는 것을 10번정도 목격하고 나서야 
‘그’ 개강총회에 가면 안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결국 먹지도 않는 한약 탓을 하며 술자리를 피했다. 
혹시라도 내가 집 밖으로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12시가 넘어가고 하루가 지나간 것을 확인한 뒤에 긴장이 풀려 기절하듯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개강총회 불참으로 나에게 온 디메리트는 뭐,
친구없고, 아는 선배 없고, 개총 불참러라고 학교에서의 이미지도 말아먹었다.
나는 그저 그 선혈이 낭자한 끔찍한 광경을 다시 보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뒀다. 
가끔 김정우 선배가 죽는 악몽을 꿨지만, 
그냥 꿈일 뿐이었다. 








애써 그 이상한 기억을 잊으려 회피하다가 시간이 훌쩍 흘러 벚꽃이 만연했다. 
즉,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중간고사가 다가왔다는 말이다. 
언제까지 그 악몽을 붙들고 벌벌 떨 수 없다는 생각에 공부할 것들을 야무지게 챙겨 도서관에 갔다. 




전공책을 펼쳐놓고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검은 글자들을 반복적으로 노트에 옮겨 적는데, 캔 커피 하나가 시야에 불쑥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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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올래?”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항상 처참한 엔딩을 맞았던 김정우가 거짓말같이 환하게 웃고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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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선생님.....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3년 전
독자2
미쳐따....이런 소재 너무 좋아여...
3년 전
비회원226.85
저 진짜 잠 안자고 기다리고 있숩니당 !! 너무 재밌어용 !!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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