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후우."
아오 떨려. 그냥 문 열고 나가면 되는데 왜 이렇게 떨리지? 문을 열고 나가니 차에 기대어 X폼을 잡고있는 사람이 보인다.
"아, 그게 뭐예요."
"뭐가?"
"구글거려요."
"너 만나지도 않은 기성용한테 못된것만 배워서는."
"이건 분명 저만의 생각이 아닐거예요. 전국민의 생각일거라구요."
"또, 또."
또 머리를 세게 누를 줄 알고 아플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응? 안해요?"
"뭘?"
"맨날 이런 타이밍이면 머리 완전 아프게 누르잖아요."
"오늘 이쁘게 하고 나왔으니까 봐주는거야. 빨리 타."
되게 오글거리는 말인데... 되게 좋다.
"구글거리게..."
"빨개진 얼굴이나 수습하시죠? 일단 밥부터 먹을까?"
"네."
"뭐 먹을까?"
"여기 어디가 제일 맛있어요?"
"나야 시래기된장국집 같은데 좋아하지. 아님 김치찌개나..."
"그럼 거기로 가요."
"진짜?"
"왜요? 나도 시래기된장국 먹고싶은데?"
"보통은 스파게티같은거 먹으러가자고 하지 않나?"
"스파게티도 좋아하지만... 오늘은 된장국 먹으러가요. 같이 놀자고 만난건데 오빠가 좋아하는거 먹으면 어때서요."
"오오. 나 배려해주는거야?"
"저도 좋아해요. 된장국. 맛없으면 크림스파게티에 치즈 잔뜩 올려져있는 리조또에 치즈피자먹으러 갈꺼니까 맛있는데로 가요."
"네, 알겠습니다."
실없게 웃다가 운전을 한다. 운전하는 모습도 멋있네, 이사람.
"맛있었지?"
"네. 김치도 맛있고. 엄마 생각난다."
"으이구, 우리애기 언제 다 크냐?"
머리를 또 쓰다듬는다. 여기서 또 애기취급한다고 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놈의 머리 쓰다듬는게 뭐라고...
"이제 뭐할까?"
"음... 글쎄요."
"친구들이랑은 뭐하고 놀아?"
"그냥... 밥먹고, 영화보고, 노래방가고, 카페가서 차마시면서 수다떨고... 등등?"
"뭐하지?"
"드라이브해요."
"그럴까?"
"아직 다리가 다 안나아서 산책을 못하겠고 드라이브해요."
"그래. 뭐 커피마실래?"
"전 아메리카노!"
"그래 차에 들어가있어."
"네."
차에 에어컨이 틀어져있다보니 시원하다. 우와... 내가 진짜로 구자철이랑 사귀는거지? 그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선수 주장을! 솔직히 서로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 사람이랑 아는 사이라는게 일단 신기하고, 그것도 신기한데... 사귀는 사이라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내가. 이제 손잡는거나 포옹도 할거고... 뽀...뽀뽀도...
창문을 똑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철오빠다.
"뭔 생각하는데 얼굴이 빨개? 커피 좀 받아봐."
혼자 생각하다가 딱 그 상상 속 상대방과 마주치니 뭔가 부끄러운 느낌이...
"무슨 생각했어?"
"뭐, 뭐요?"
"당황하는거 보니까 이상한데..."
"자, 빨리 갑시다. 고고!"
"왜 우리 둘이 키스라도 했어? 그 머리속에서?"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도 못했는데... 이거, 이거.
"변태."
"뭐?"
"그런 생각만 하나봐. 나 나이많은 변태한테 걸린거 아니야?"
"너 자꾸 그러면 진짜로 콱 잡아먹어버린다."
이런말에 어떻게 대처해야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오빠는 더 당황했다.
"당황하지 마세요. 이런말 처음들어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서 그런거니까..."
"미안하다. 이 입이 문제다."
"하하하. 괜찮아요."
그 때부터 엄청 어색하지면서 조용히 조곤조곤 이야기나 나눠보자는 취지의 드라이브가 완전 망했다.
"도착했다."
"네."
"들어가."
끝까지 이렇게 어색하다니... 첫데이트가...
"잠깐 귀 좀 요."
"으,응?"
허리를 숙여서 내 입 가까이로 귀를 갖다댄다.
"진짜 완전 변태야."
딱 내가 생각했던 만큼. 뽀뽀를 하고 도망가듯 들어가버렸다. 난 빨개진 구자철 귀밖에 못 봤다. 아우 떨려.
"ㅇㅇ이 왔니?"
"아, 네."
"밥은 먹었어?"
"네. 먹었어요."
"그래. 그럼 올라가서 쉬어."
"예. 아줌마도 쉬세요."
"그래."
올라가서 정신없이 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더 이상할게 없어질 때 쯤 되니까 다시 엄청나게 떨린다. 핸드폰에 불이 들어오면서 카톡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을 보니 구자철.
이 쪼끔한게... 진짜로 콱 잡아먹어버린다?
"정말로 변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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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지르고 말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외의 영광?은 익잡에 이기니에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망상은 누구로 하면 좋을까요...
안 하시게 났다하시면 그냥 조용히 소금소금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