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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찬 여자 전체글ll조회 1301l 1
내 어릴 적 우리 큰댁 뒤뜰 대숲 속에 있던

그 늙은 동백나무 지금쯤 또 얼마나 늙었을까

동백꽃 중_

못물에 네가 흰 재가 되어 공중에 흩뿌려질 때 나 또한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따가운 불 속에서 너는 늦게 온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 까. 눈을 감기 전까지도 내 머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던 하얀 손. 너는 내 어린 시절의 전부였다.

창현아. 넌 내 어린 시절의 전부였다.

덜컹덜컹-

"찬아, 도착하기 전에 눈 좀 붙이거라."

"밖에... 창문 밖에 보고 싶어요. 이런 풍경, 저 처음 보는 거잖아요."

"그래.."

"어머니도 좀 쉬세요. 아침부터 할머니 드린다고 무거운 짐 많이 이셨잖아요. 피곤하실텐데 .."

"........"

"........"

"찬아.."

"?"

"엄마가 미안해.."

내 9살. 나는 겨울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할머니댁을 내려가고 있었다. 올해 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께서 정신이 오락가락하신다던 삼촌의 전화를 받고도 어머니는 내 학교 때문에 지금껏 내려가보지도 못하셨다.

"왜요?"

"........."

어머니는 고개를 돌리셨다. 나도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를 사귀고 제일 먼저 배운 말이였다. 왜?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들과 다르게 나의 어머니는 내가 '왜'라고 되물을 때마다 정숙해지신 얼굴로 입을 꾹 다무시곤 했다.

제일 처음으로 내가 어머니의 물음에 되묻던 날은 아침상에서 였다. 담임선생님께 예의바르게 잘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왜요?'라고 되물었고 어머니는 내게 화를 내셨다. 하지만 한번 입에 붙은 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이번 역은 사마천. 사마천입니다.

역에서 내렸을 때, 나는 이곳의 공기가 내가 살던 곳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처럼 차갑고 무겁던 기차 안의 공기가 기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상콤한 향기가 톡하고 코 밑에 내렸다.

차갑고 거칠지만 달콤한 향은 서울에서는 맡아본 적이 없던 향이였다.

아까 나의 나쁜 버릇으로 내게 화가 나신 듯한 어머니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셨다.

"찬아. 공기가 좋지?"

"네."

"할머니댁은 저 쪽이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눈이 쌓인 레몬빛 길레를 따라 걸었다. 우리는 기차에서 같이 내린 5여명의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걷고 있었다.

"찬아."

"네."

"춥지?"

"괜찮아요, 어머니야말로..."

"우리 찬이... 내가 늘 미안해."

어머니는 또 내게 의미없는 사과를 하셨다.

나는 또한번 되물으려고 하였지만 값비싼 털모자에 가려진 어머니의 눈에서 왠지 물방울이 떨어진 것 같아 입을 닫았다. 기분 탓이기를.

얼마 안 걸어서 우리는 할머니댁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기 위해 걸었던 예쁜 길들과는 달리 삭막하고 크기만 큰 집이었다.

"선희야. 찬희도 왔구나."

"삼촌~"

"우리 찬희 어디 한번 안아보자. 으랏챠차!"

"오빠, 엄마는."

"안에 계셔. 너 온다고 되게 기뻐하셨어."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삼촌은 아빠 대신 나와 곧 잘 놀아줬었다. 그러나 2년 전 쯤 어머니와 크게 다툰 삼촌은 우리 집에 오지 않았고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삼촌의 얼굴은 수염이 거뭇거뭇 올라와 거칠어 보였다.

어머니와 삼촌은 서로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다.

"삼촌, 나도 할머니-."

"응? 응. 그래그래. 어여 들어가자."

"이 미친 년! 야 미친 년, 여기가 어디라고 와! 동준아, 소금 갖고와라! 이 요망한 년-! 제 발로 찾아오는 구나!"

"엄마! 엄마, 진정해! 아!!"

"썩을 것! 아이고- 서방님..! 어린 저는 어쩌라고 먼저 가신 것이여요. 서러워서 내가 살 수가 없구려! 이런 썅!!"

"찬희야. 밖에 나가서 좀 놀다올래? 저-기 저쪽으로 가면 큰 동백나무가 있을 거여. 가끔 애들도 지나다니고 하니까..."

"네, 삼촌."

엄마를 죽도록 때리는 할머니를 보니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아빠얼굴도 모르는 내게 어머니는 내 가진 것의 전부였다. 어머니를 때리는 건 어머니의 엄마, 할머니라도 싫다.

한참을 힘차게 뛰던 발을 좀 늦춰 주위를 둘러봤다. 겨울인제도 불구하고 예쁜 빛깔을 띄는 이곳의 풀들을 보아하니 할머니댁으로부터 제법 멀리 온게 분명했다.

하아... 춥다.

"차니오빠."

"....!"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연제가 좀 떨어진 곳에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연제야...거기서 뭐해?"

"숨차서."

"괜찮아? 업어줄까? 업힐 수 있어?"

"응. 그럼 저기, 저 나무까지만."

삼촌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 연제는 어려서부터 심장이 약했다. 그러고 보니 삼촌이 2년 전에 어머니와 싸우기 전까지는 연제는 우리 집에서 나랑 함께 자랐다.

"오빠, 오랜만이야."

응.

나는 표정으로 대답하고 뒤를 돌아 몸을 낮추었고 연제는 내게 힘없이 업혔다. 나보다 어린 연제는 한참 동생같다. 약한 몸 때문인지 더이상 자라지 않는 듯한 키. 나랑 거의 머리 하나 차이가 난다.

연제가 가르키는 방향 쪽으로 걸으니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아.... 아까 기차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맡은 달콤한 향기.

나무 밑에 연제를 조심스럽게 내려줬다.

"오빠, 이모도 같이 왔어?"

"응."

"흐응.. 차니오빠! 오빠는 여기 친구없지?"

"그렇지 뭐. 왜, 연제야?"

"내가 친구 소개시켜줄까?"

"하하. 그래. 그 친구는 어디 사는데?"

"어디 살아? 아.. 나도 몰라."

"몰라? 친구라며."

연제는 코를 찡긋거리더니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추워? 내 목도리 줄게."

"...킁.. 그냥 여기 앉아 있다보면... 노을이 질 때 쯤 나타나."

"누가? 그 친구?"

"응, 탸혀니."

"탄현이?"

"타혀니.."

"......그럼 노을이 질 때까지 우리 같이 기다리자."

"...응...."

------------------------

문득 국어시간에 동백꽃(박성룡)를 배우니 글을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태풍쳐서 우울한 데 더 우울한 소설 ㅋㅋㅋㅋ

글쎄요, 한 10까지는 쓸것 같네요! *^^*

처음 글쓰는 거라서 모르는 것도 많아요ㅜ

글쓰며 들은 노래는

타블로의 밑바닥에서, 집

틴탑의 손등이 스친다

리쌍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XIA준수의 사랑이 싫다구요

세븐의 이해해

등 감성적인 노래들으며 최대한 분위기에 녹으려고 노력했어요 ㅎ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b 좋네요ㅠㅠㅠㅠㅜㅠ되게 아련할 것 같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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