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오겠지 했던 사람에게 꼭 한번은 온다는 위기.
내 얼굴을 보는 지금이 내게 위기.
내 머리를 만지며 나를 힐끔힐끔보던 여자의 위선 넘치는 눈빛.
문이 짤랑 거리며 들어오는 너.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내 눈치를 살피며 무심하게 말을 던지는 너.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아. 당분간은 누구도 안 만나고 나랑 둘이서만 있을 거니까."
"................"
"물론 운동하러 밖에 자주 나가겠지만 그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반이야."
한 때 나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었다.
그 눈빛은 질투와 선망이었었지.
지금은 밖에 나가도 신경이 쓰이는 건 나 하나였다.
관심과 눈길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받는 건 불편함의 눈빛.
'야, 저 사람 봐. 두 사람 자리 혼자 다 차지하고 있어.'
'눈치도 없나봐. 살 좀 빼지, 안 불편한가?'
"그래, 알았어."
다음 날부터, 나는 새벽 6시부터 비몽사몽 동네를 돌았다.
헉헉 숨이 차올랐지만 사람들에게 차이며 밟히며 사는 것보다는 이 큰 몸을 들고 뛰는 게 낫다.
내가 뛰는 동안 종현이는 내 옆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나를 따라왔다.
"뛰는 거냐, 기는 거냐."
"하아..너야말로 인기란 인기는 다 지난 스케이트 타고 뭐하냐. 하, 야, 나 힘들어."
"아침 운동은 여기까지. 가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운동을 해서 그런 건지 머리가 핑 돈다.
내가 뒤뚱뒤뚱 뛰는 꼬락서니를 뒤에서 지켜보는 저 녀석은 얼마나 웃길까. 하지만 녀석은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웃고 있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따르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면서도 너는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 궁금한 거 있어."
"아직도 궁금한 게 있나? 나는 다 말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씻고 나와."
"치..! 며..명령하지마! 안 그래도 씻으려고 했어!"
고민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종현이는 내 말을 딱딱하게 말을 자르며 쇼파에 앉았다.
나도 화장실로 들어왔다. 차가운 녀석도 아니면서 그런 식으로 사람 말 끊는 건 버릇인가 아니면 의식인가.
선배의 부탁에 모르는 사람 집에 굴러 들어온 것도 순수한 걸까 바보인 걸까.
아무리 내가 이렇게 둔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를 보기도 전에 그 부탁에 응한 것도 어딘가 어색하다.
선배에게 꼬투리가 잡혀있다거나. 하지만 남의 약점을 잡고 뭔가를 부탁하는 형도 아니고 말도 지지리 안 듣는 동생이 어디가 이쁘다고 남에게 부탁까지..
아..최종현이 바보라서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다고 해도 그보다는 내가 더 바보일 것이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병헌이가 또 보고 싶어진다.
진짜 못난 나는 나를 버리고 갔지만 지난 2년을 함께한 병헌이를 보고 싶어 하는 내가 더 바보다.
얼굴 못본지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 지.
너는 내 생각도 안 나겠지만...
내가 씻고 나왓을 때 시계는 벌써 9시를 조금 넘었다.
"나 배고파."
"............."
녀석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편하게 쇼파에 기대어 있었다. 벌써 적응한 건가.
"나 배고프다구."
"응."
"씨.. 내가 알아서 먹어? 식단 뭐 이런 거 없어?"
"야."
종현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씻고 나올 동안 뭘 한 건지 멀쩡했던 그의 얼굴에 내려 앉은 피곤함은 굉장히 위험해보였다.
"뭐..뭐!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뭐."
"아침은 생략한다. 운동 후에 바로 먹는 음식은 운동으로 만들어진 근육을 모양 그대로 살로 만든다."
'뭐!? 그런게 어딨어! 그럼 먹고 운동하던가! 나 배고프다고!"
"먹고 바로 운동하는 게 몸에 좋을 것 같아?"
"아, 몰라!! 그냥 아무거나 먹을 거야."
"야."
"아, 왜!"
"잠깐 이리 와봐."
자신의 옆자리를 약하게 톡톡치는 그의 손가락.
종현이는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산지 4년 정도 되었다고 했었고, 그 때문인지 제대로 못 챙겨 먹었나본지 허옇게 앙상하게 말라 부러질 것 같은 팔은 가여웠다.
나랑 완전히 대비되네.
하여간 위태위태해보이는 녀석이 가여워서 쪼르르 녀석 옆에 가 앉았다. 배에선 여전히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지만.
"3개월 뒤에. 학교 갈거지?"
"응, 가야지 당연히."
"진지하게 물어봐도 돼? 너 학비는? 너 이 집 월세야, 전세야? 그 돈은 어떻게 번 건데?"
"뭐? 뭐..뭐야.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건데? 뭐, 돈 필요해?"
"아니. 돈 때문이면 이런 거 묻지도 않아. 이 일보다 돈 벌 수 있는 일...많으니까."
"그럼 왜? 돈 없어보여?"
"....아니....."
"왜? 뭔데, 응?"
"...너 부모님 없잖아."
흔치 않은 작가's
이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과 허구를 섞어 놓은 이야기입니다.
어색한 부분과 오타는 애교로 봐주세요^^.
노래 추천은 동방신기팬인 친구가 해주고 있습니다.
틴탑 팬픽으로 이 이야기를 재구성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제가 차인 뒤 만난 아이돌이 틴탑이라서?ㅋㅋ..
아, 암호닉 신청해주신 수갑님, 용용이님, 이동님 감사합니다!